때 놓친 노동절 시비/올해 공개적 논의 거쳐 결론을(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5월1일 노동절의 부활문제를 놓고 정부및 경단협과 노총등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정부와 경단협은 3월10일 「근로자의 날」을 고수하겠다는 것이고,노동계는 3월10일대신 5월1일을 유급휴일로 정해 메이데이행사를 갖겠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10일 「근로자의 날」 행사는 반쪽행사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는 행사 자체의 문제보다도 자칫 이러한 대립이 모처럼 진정과 자제의 분위기를 보이기 시작한 산업현장에 다시금 갈등을 불러오는 불씨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을 우려한다.
이 문제는 이미 지난해에 제기되어 노총이 국회에 행사 날짜를 바꾸는 법개정안까지 낸 바 있다. 당시 그 법개정안은 통과가 보류되었으나 재야 노동단체뿐만 아니라 노총마저도 강력히 주장하는 문제라면 그동안 충분한 공개적인 논의를 거쳐 사회여론에 따라 어떤 결론을 내렸어야 옳았다. 예상되었던 문제를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가 행사가 임박해서야 상반된 주장으로 맞서 갈등을 빚는 것은 양쪽 모두에 잘못이 있다.
우리가 보기에 어느 쪽의 주장이 옳든간에 이 문제로 대립하기에는 이미 시기를 놓쳤다. 10일 근로자의 날은 눈앞에 다가와 있고,날짜변경에 필요한 법개정은 시간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도 실정법이 정해놓고 있는 10일의 행사를 무시하고 5월1일 행사를 강행할 경우 「유급휴일」문제에 부닥치게 된다. 명칭과 날짜가 어찌되든 근로자를 위한 행사의 날은 유급휴일이 되어야 마땅하나 적어도 올해 5월1일에는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5월1일 행사를 강행할 경우 업체에 따라선 무노동 무임금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을 것이고 이는 가뜩이나 노사문제가 고비에 오르는 그 시기에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불씨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일단 올해 행사는 예정대로 치르고 그대신 이 문제는 공개적인 논의에 부쳐 사회 각계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한 다음,날짜변경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면 이를 토대로 「근로자의 날에 관한 법」의 개정을 올해안에 추진하는 절차를 밟도록 제의한다.
정부는 근로자의 날을 5월1일로 바꿀 경우 사회주의 노동운동의 분위기가 더욱 고조될는지도 모르며 임금협상 시기와 겹쳐 불안요인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정부의 우려도 이해는 된다.
그러나 노동운동의 국제화를 꾀하고 지난 57년 자유당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정한 기념일을 원래의 5월1일로 회복함으로써 이를 관변 노동운동을 청산하는 계기와 상징으로 삼겠다는 노동계의 주장도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메이데이행사를 사회주의 노동운동이란 시각에서만 보는데도 무리가 있다. 사회주의국가에서 메이데이행사를 성대히 치르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비사회주의 유럽 각국과 일본ㆍ대만도 5월1일을 노동절로 삼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 민정당도 한때는 행사날짜 변경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도 있어 논의를 봉쇄하기는 어차피 어렵게 되어있다.
다만 우리는 노동계가 당면문제나 본질문제에선 다소 비켜난 이 명분문제에 지나치게 집착함으로써 갈등을 불필요하게 확대하지 않기를 바란다. 올해안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론을 내려도 늦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