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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롯폰기 힐스' 모리 미술관 문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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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 18일 오전 9시30분, 일본 도쿄(東京) 중심가 롯폰기(六本木)에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지상 2백50m, 54층짜리 '모리 타워'의 52층과 53층에 올라 앉은 모리(森) 미술관은 주말을 맞아 새 볼거리를 찾아 나선 사람들로 시끌시끌했다.

이 건물 꼭대기에 들어서 도쿄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 입장권 한 장(어른 1천5백엔)으로 미술관 관람까지 할 수 있는 이점 때문인지 개관식과 함께 시작한 기념전 '행복:오늘을 살기 위하여'는 첫날부터 손님들로 붐볐다.

모리미술관은 부동산개발회사인 '모리 빌딩주식회사'(대표 모리 미노루)가 롯폰기 일대를 재개발하며 조성한 '롯폰기 힐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쇼핑.식사.영화관람 등 한 곳에서 여러 가지를 즐길 수 있는 복합 공간 정상에 미술관을 올려 놓은 뒤에는 시민들을 현대미술에 가깝게 하면서 도쿄의 위상을 높이려는 뜻을 읽을 수 있었다.

미국 휘트니미술관과 구겐하임 미술관 등을 설계한 리처드 글라크만에게 설계를 맡기고, 스톡홀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을 지낸 영국 출신의 데이비드 엘리엇을 관장으로 데려오는 등 국제적인 색깔을 입힌 것은 그 때문.

'행복'전은 이런 미술관 탄생의 배경을 두루 내비치고 있었다. 과거의 미술과 현재의 미술을 나란히 놓고, 동양과 서양 작가들 작품을 한데 배치해 대중에게 행복으로 가는 길을 보여주는 전시 기획은 모든 것을 뒤섞는 퓨전시대를 실감하게 했다.

피카소나 마티스 같이 낯익은 거장부터 일본이 키우는 인기 작가 다카시 무라카미까지 1백60여명 작가의 작품 2백40여점이 마치 '회전 초밥'처럼 선보였다. 행복이란 큰 주제를 지상의 낙원, 열반, 욕망, 조화 네 갈래로 나눈 엘리엇 관장은 "관람객들이 이 작품들 속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느끼고 그래서 미술은 먼 데 있는 것도, 어려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꾸몄다"고 말했다.

이 전시에 한국 작가는 모두 7명이 초대받아 한국 미술이 아시아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드러냈다. 남한은 전시장 들머리 천장에서부터 내려온 흰 사다리 작품으로 주목 받은 정소연씨를 비롯해 이우환.김영진.최정화.구정아씨가 참가했고, 북한 작가인 김성룡.김철옥씨가 함께 출품했다.

남북한 미술가가 참가하게 된 배경에는 한국 출신의 학예연구원(큐레이터) 김선희씨 힘이 컸다.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출신인 김씨는 모리미술관이 뽑은 첫 외국 큐레이터로 실력을 인정받아 내년 5월 열릴 예정인 '근대(모던)란…'전의 기획을 엘리엇 관장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는 "복잡한 도시에서 건조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미술을 통해 풍요로운 생활 양식을 일구도록 이끄는 모리미술관의 건립 목적이 마음에 들었고, 한국과 일본 미술의 다리 구실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매력이었다 "고 밝혔다.

모리미술관(www.mori.art.museum)은 퇴근이 늦는 시민을 위해 주중에는 오후 10시까지, 토.일요일에는 자정까지 관람 시간을 늦춰 개관 전부터 '야간 미술관'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문화를 상품화하는 솜씨에도 일본의 갑부다운 면모가 보인다는 평이다.

도쿄=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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