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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속의 인플레」만은 막아야(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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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물가 폭등 부문별 점검/자금의 흐름 잡는게 급선무/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국민의 자제 필요/부동산ㆍ서비스요금이 복병… 통화불안 가중
물가 문제가 갈수록 심각한 과제로 대두 되고 있다.
지난 1월중 1%가 오른 소비자물가는 2월에도 0.9%가 상승,연율로 따지면 10%를 넘어섰다. 이대로가면 올해 억제목표선(5∼7%)을 웃도는 것은 물론 지난 82년이래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그러나 정작 걱정은 이러한 단순한 수치가 문제가 아니라 경기회복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물가만이 뛰는 「불황속의 인플레」(스태그플레이션)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돈은 풀어도 생산ㆍ투자는 증대되지 않는 가운데 물가불안만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물가가 경제운용의 수단이 아니라 결과라고 할때,최근의 물가오름세는 이미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라 할수있다.
지난해 두차례에 걸친 경기부양책과 떨어지는 증시를 떠받쳐 보겠다고 방만하게 돈을 풀어버린 결과 초과수요상태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지난해 집값상승은 연초이후 이사철을 맞으면서 전ㆍ월세급등을 불러왔다. 여기에 지난 3년간의 높은 임금인상은 덩달은 서비스요금의 상승과함께 계속 소비수요의 증가로 나타나고 있으며 과소비풍조 역시 해를 이어서도 가라앉지 않고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일단 이같은 물가상승을 잡기위해 통화관리의 강화와 함께 철도ㆍ우편ㆍ상수도등 공공요금을 상반기중에는 동결하며,정부투자기관ㆍ출연기관의 임금을 조기타결해 한자리수내의 임금타결을 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최근의 전ㆍ월세값 상승과 관련,임대료등록제의 부분도입을 포함한 부동산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대책이 실효를 거둘수 있을지는 현재의 혼란된 경제상황으로는 상당히 불투명한게 사실이다.
우선 시중에 풀린 과잉통화량은 경기때문에 긴축이 쉽지않고 부동산투기억제도 잇따른 제도개혁후퇴발언,종합토지세의 재개정 등으로 정책의지자체가 의심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 물가안정을 기본적으로 위협하는 과소비와 과잉욕구는 계속되고 있고 오는 5월에 시행될 지자제선거등 어려운 여건에 환율마저 절하추세로 돌아서 물가의 안전판 구실을 못하게 되어있다.
정부로서는 가장 중요한 통화와 부동산문제도 긴축이나 규제만이 아니라 자금의 흐름을 개선해 돈을 생산쪽으로 돌리고 주택도 공급촉진을 유입하는등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물가안정이란 정부만이 나서서 되는 일이 아니어서 각계각층이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공동대처의식이 이뤄져야 하고 그러자면 정부부터 안정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해 국민들의 자제를 이끌어내는 길밖에 없다.
이런면에서 정부가 또한 염두에 둘 일은 최근 신당출현과 더불어 경제개혁조치의 재검토발언과 함께 나타났던 「안정이냐 성장이냐」는 2분법적 논쟁 등은 재연하지 말아야 된다는 점이다. 그러한 소모성 논쟁은 가뜩이나 불안한 국민들의 경제심리에 갈등만을 확신시킬 뿐이어서 인플레진정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올해 물가 압박요인을 주요 부문별로 점검해본다.
▷전세◁
올들어 이미 한차례 파동이 일어났던 전ㆍ월세값 급등에서 보듯이 부동산은 금년에도 가장 큰 물가교란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가격 상승은 물가통계상에 지수와 피부물가 사이에 괴리가 커서 국민들이 통계를 불신하는 대표적 사례가 되고있다.
연초이후 부동산값 급상승에도 불구하고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에 집세는 2월말 현재 0.9%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을 뿐이다.
현재 물가조사에서는 주택구입은 소비지출이 아닌 「투자」로 간주,전ㆍ월세값만 물가에 반영하고 있다. 그나마 집세조사방법을 보면 전국 11개 도시에서 3천5백가구를 표본으로 해서 매달 1회씩 집세변동이 있는 가구를 조사,등락률을 전체표본가구로 나눠 평균을 내기때문에 수치는 낮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때문에 경제기획원은 90년을 기준으로 물가지수 개편때는 선진국처럼 「자기집도 월세를 살고 있는 것처럼 간주,주택값이 오르면 월세값지출이 증가한 것으로 계산」해 물가에 반영하는 귀속가임 방식으로 조사방법을 바꾸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공공요금◁
해마다 공공요금은 정부가 물가안정의지를 먼저 솔선수범해 보인다는 면에서 희생양이 되어왔다. 올해도 연초부터 물가불안이 계속되자 정부는 철도ㆍ지하철 운임,상수도요금 등을 상반기 중에는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공공요금은 지난 85∼86년이후 계속 인상을 억제,인상요인이 이월되어 온데다 인상하지 않을 경우 예산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또 공공요금동결은 대도시 교통난ㆍ상수도 오염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면 요금인상에 의한 투자재원확보가 선결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에 정책선택의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다. 현재 각부처가 요구중인 공공요금은 우편 16.2%,철도(여객) 7%,지하철 25%,상수도 9% 등.
▷개인서비스요금◁
높은 임금인상요구에 동반한 인건비상승으로 개인서비스요금은 올해에도 계속 오름세를 보일 전망이다.
지난해 개인서비스 요금은 평균 13.2%가 상승한데 이어 금년들어 2개월 사이에 가정부임금은 22%,입시학원비 10.1%,설렁탕값은 3.5%가 각각 뛰어 물가상승에 복병으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금년에는 연초부터 임대료상승,또 6월중 실시될 지방자치제 선거분위기에 편승해 높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통화◁
물가불안과 함께 「통화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1월말의 총통화 잔액이 59조1천5백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증가율이 22.4%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 불안의 근거다.
그러나 통화불안의 본질은 그같은 양적인 지표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풀린 돈의 「질」에 있다.
사실 올해부터 통화관리방식을 이른바 진도율 개념으로 바꿔 전년비 총통화증가율의 질곡에서 벗어나자고 하는 마당에 총통화증가율 22.4% 자체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문제는 지난해 연말 증시를 받치기 위해 풀린 3조여원의 돈이 올해로 고스란히 넘어와 정작 1월중에는 4천억원밖에 총통화가 늘지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통화관리를 압박하고 있으며,더구나 지난해 증시를 「탈출」한 돈들이 단자등에 대기하면서 기회만 있으면 부동산으로 옮겨붙는 현상이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장성효기자>
◎“피부물가”는 「지수」보다 심각/상의ㆍ물가협 조사/생필품값 대부분이 10∼20% 올라
주부들이 시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물가는 정부가 발표한 지수물가보다 훨씬 심각하다.
대한상의ㆍ한국물가협회 등이 조사한 주요도시의 물가동향에 따르면 올들어 두달동안 배추의 소매값이 두배가량 뛴 것을 비롯,상당수의 생필품값이 10∼20%씩 올라 정부발표와 큰 차이를 보였다.
우선 대한상의조사로는 서울지역 소매물가의 경우 1월8일∼2월23일의 한달반 사이에 ▲배추가 상품 3.75㎏ 포기당 5백50원에서 1천원으로 81.8%가 오른 것을 비롯,▲마늘은 25% ▲돼지고기 19.2% ▲참깨 13.3% 상승했으며 농수축산물의 경우 21개 조사대상품목 가운데 연초보다 10개가 올랐고 7개품목은 제자리,4개품목만이 값을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물가협회 조사에서도 지난해 12월26일∼지난달 20일의 두달동안 ▲배추가 1백17% ▲양배추 42.8% ▲마늘 28.6% ▲돼지고기 19.2% ▲김 13% ▲일반미 5% ▲쇠고기는 2%씩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배추는 지난해초 포기당 1천1백원 안팎의 시세였다가 지난연말 5백원대까지 떨어졌으나 올들어 다시 크게 오르고 있고 돼기고기ㆍ마늘ㆍ김 등도 지난 한햇동안은 계속 약보합세 수준이었다.
상의는 이에 대해 계절적으로 1∼2월이 비닐하우스 재배는 끝나가고 노지재배작물은 아직 출하되지 않는 일종의 공동기로 특히 구정을 전후해 내린 폭설로 재배나 시장반입 모두 큰 타격을 받아 공급자체가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봄철출하가 본격화되는 4월까지는 농수산물을 중심으로 한 생필품류값의 강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이 수급전망이 불안한 가운데 지역별 값 차이도 여전하다.
상의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현재 ▲생태 한마리값(소매)이 부산ㆍ광주는 6백원 수준이나 서울에서는 세배가 넘는 2천원에 거래됐고 ▲마른고추는 20㎏ 한포에 대구 2천원ㆍ서울 2천5백원ㆍ부산 2천8백원 ▲무는 1.5㎏ 한개에 서울 3백원ㆍ대구 2백50원ㆍ대전 2백원ㆍ광주 1백80원으로 시세차이를 보였다.
한편 공산품값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상태이지만 최근 건자재와 일부화학제품류를 중심으로 오름세가 나타나고 있다.
연초 t당 26만원 선이었던 철근값이 1월말 27만원,요즘엔 29만8천원으로 두달동안 14.6%가 올랐고 (상의조사) 시멘트ㆍ못ㆍ철선 등도 올들어 강세로 돌아서고 있다.
한편 지난해 값이 계속 내렸던 금값도 올연초 g당 1만1천7백원 수준에서 요즘엔 4.6%가 오른 1만2천2백원대에 거래되고 있다.<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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