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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헤매는 증시 언제까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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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주가가 과연 어디까지 떨어질 것인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더 이상 떨어지기 전에 주식을 팔아야 하나 아니면 떨어질 만큼 떨어졌으니 지금이 사야할 시점인가. 지난달 종합주가지수 9백선이 무너지면서 주가하락이 가속화, 많은 사람들이 버팀선 또는 바닥권이라고 믿었던8백70, 8백50선이 깨지고 8백40선마저 맥없이 무너지자 자율반등에 한 가닥 기대를 걸었던 투자자들은 하락을 표시하는 파란불투성이의 시세판만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 있다. 워낙 증시가 침체 국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다 보니 예전 같으면 대단한 호재로 받아들여졌을법한 「소련직항로개설」등의 재료도 이미 식어버린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웬만한 재료는 오히려 악재로 둔갑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현재의 주가 수준이 지난해 12· 12증시부양조치 직전 수준을 밑돌고 있다는 사실은 12·12조치의 약효가 두달여만에 다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주가가 오를만한 여건이 안돼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은행돈을 대주면서 주식을 무제한 매입토록해 두달동안 주가를 억지로 떠받쳐 왔었다고도 얘기할 수 있다.
오히러 12·12조치로 인해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 통화환수의 우려가 생겼으며 증시에서 손을 뺄 기회만 찾던 사람들을 도와줘 증시자금이탈을 가속화시켰다. 투신사· 증권사들이 과다한 주식을 떠안아 주식매입에 제약을 받는 등 기관으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못해내고 있다.
최근 증시침체의 원인을 살펴 보면 우선 실물경제의 부진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전반적인 증시침체가 바로 그 이전 3년간 두자리수 성장에서 한자리수 성장으로 즐어든 경기부진 때문이었듯이 올들어서도 여전히 경기회복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 것이 증시회복을 가로막는 주 요인이 되고있다.
이미 주가에는 반영됐지만 지난해 경상수지흑자가 51억달러로 88년의 3분의1에 머물렀으며 올1, 2월도 수출실적이 부진, 무역수지적자가 예상되는 등 당분간 경기가 좋아지리라는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또 하나의 주요원인으로는 증시자금의 이탈을 들 수 있다.
12·12조치로 지난연말에 투신사를 통해 3조원, 증권사를 통해 1조원등 총 4조원에 가까운 돈이 증시에 투입됐으나 이 돈이 그대로 남아있지 않고 모두 시중에 유출됐을뿐만 아니라 지난 연말 2조1천억원 수준을 유지하던 고객예탁금마저도 27일현재 1조5천억원수준으로 불과 두달만에 6천억원이 증시에서 빠져나갔다.
증시내부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바로 금융실명제실시 방침에 따른 후유증이라고 보고있다. 즉 지금까지 가명 및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주식을 거래하던 대주주나 큰손들이 금융실명제 실시를 앞두고 구좌를 처리, 현금으로 바꿔 갖고 있거나 부동산매입에 눈을 돌리고있다는 것이다.

<투신사도 대책 없어>
증시가 장기 침체되자 임야·아파트값이 다시 들먹거리며 투기붐이 재연된데다 정부가 토지공개념을 실시하면서도 종합토지세율을 하향조정하고 기타부동산투기 규제책들의 실효성도 의문시되자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투기 규제를 예상, 망설이던 일반투자자들조차 증시자금을 부동산쪽으로 돌리고 있다.
더구나 전세값마저도 폭등하자 1천만∼2천만원규모의 소액투자자들이 전세값 마련을 위해 「무조건팔자」로 나와 매물압박과 자금이탈의 일부를 차지했다.
끊임없이 매물이 쏟아지고 있음에도 투신·증권사등 기관투자가들이 꼼짝못하고 있는 것도 주가하락의 큰 요인으로 꼽힌다.
이미 투신3사는 지난 연말에만 3조원규모의 주식을 사들여 더 이상의 매입여력이 없는 상태고 25개 증권사 역시 모두 4조원가량의 상품주식을 보유, 상품보유한도(자본금의60%)에 걸려있다.
더구나 약세장에서 매물압박을 줄이기 위해 정부에서 이들에게 매도를 금지하고 있어 이들은 천식을 팔지도 사지도 못하는 입장에 처해있다.
이에 대해 기관들은 침체장일수록 활발한 거래를 유도하기 위해 교체매매가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보유주식을 판 후 2∼3일내 같은 양을 사들이도록 한다든가 매도액의 1백30%를 매입하게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라도 교체매매를 허용해 일단 거래량을 늘림으로써 기관들의 숨통도 터주고 침체의 늪을 빠져나가기 위한 주도주 형성도 가능케 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하나 증시를 짓누르고 있는 것은 많은 물량을 갖고 있는 은행·증권주등 금융주의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상반기중엔 힘들듯>
이들 금융주는 워낙 물량이 많은데다 지난해 초 이후 오랫동안 물려있다가 이제는 손해를보더라도 금융주에서 손을 빼려는 사람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어 주가가 오를 수 있는 여력이 당분간 없는 실정이다.
그러면 이러한 증시의 침체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많은 증시전문가들은 약간의 오르내림은 있겠지만 본격적인 상승세는 적어도 올 상반기 중에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있다.
물론 증시내부에서 현재 가장 큰 문제로 보고 있는 금융실명제실시가 연기되고 부동산투기가 잠잠해져 시중의 유동자금이 증시로 빠르게 재유입된다면 의외로 빨리 상승세를 탈 가능성도 있지만 예정대로 진행되는 것을 전제로 할 때는 역시 경기회복이 주가회복의 관건이 되고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원화절하추세· 노사분규의 진정등으로 미뤄볼때 늦어도 올3·4분기부터는 수출신장 및 경기회복이 가시화될것이 예상된다. <손장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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