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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세 "일단멈춤"…매물이 없다|강남 매매·전세값 점차 안정-아파트|고지대·개발지역 10% 올라-단독주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아파트· 주택· 사무실·상가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올 들어 세값·집값이 무섭게 치솟기도 했지만 아예 매물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사철을 앞둔 서민들은 옮길 집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고 사업하는 사람들도 일터 마련에 비상이다.
이같은 현상은 특히 정부의 임대소득 추적조사 발표이후 부동산시장에 나와있던 전세 매물들이 속속 자취를 감추며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치솟는 세 값을 잡기 위해 취한 정부조치가 가뜩이나 심각한 공급부족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새로운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한편 규제조치가 발표된 뒤 값 오름세는 일단 주춤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보다 한달 가량 시차를 두고 오르기 시작했던 수도권의 위성도시들과 지방의 대도시 지역에선 여전히 집 값· 세 값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번 폭등사태의 진원지였던 서울 강남지역은 이달 하순 들어 오름세가 뚝 멈췄다.
정부는 이에 따라 지역적 시차를 감안, 내달초께에는 지방에서도 조정국면으로 들어설 것
으로 기대 섞인 전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고삐잡기는 근본적인 수급불균형현상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정부가 일종의 힘의 논리로 규제를 강화한데 따른 것이기 때문에 원천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고 시장원리로만 본다면 언제든 다시 오를 소지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값 오름세를 막기 위한 규제조치와 함께 공급물량의 확대가 시급히 요청되고 있는 것이다.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부동산 값의 최근 동향과 정부의 대책·외국의 실태등을 종합적으로 알아본다.

<아파트·단독주택>
연초부터 큰 폭으로 뛰기 시작했던 서울강남지역의 아파트 전세 값이 이달 하순들어 약보합세로 돌아섰다.
개포·대치동등 8학군 아파트단지 밀집지역은 이달 초보다 오히려 평형별로 1백만∼2백만원에서 최고 1천만원까지 내렸고 반포·압구정동등지의 아파트 세 값도 더 이상 오르진 않고 있다.
그러나 강동·강북등 기타지역은 아직도 평형별로 1백만∼2백만원씩 오르는 강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방도시는 "들먹">
특히 과천·안산·수원등 수도권지역과 부산·대구등 대도시지역은 아파트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이달 들어서만 2백만∼3백만원씩 뛰는등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다.
또 아파트 매매값도 서울·지방 모두 아직 완만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당초 이번 부동산값 파동을 주도했던 강남지역 전세값이 안정을 되찾고 있기 때문에 아파트 값과 기타지역의 세값도 오름세가 단계적으로 멈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일 국세청에 임대료 민원신고센터가 설치되면서 일부 집주인들이 올렸던 전세 값을 다시 낮추고 있어 세값 잡기의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편 거래매기는 매매·전세 모두 뚝 끊긴 상태다.
세를 놓거나 팔기 위해 내놓았던 물건마저 정부의 부동산 단속방침이후 철수되면서 부동산가에는 썰렁한 바람이 불고 있다.
강남지역 아파트촌의 경우 부동산 10여 곳을 돌아봐야 전세 매물 1∼2개를 구할 수 있을 정도며 팔려고 내놓은 아파트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
전세의 경우 집주인들이 세무조사·세입자 반발등으로 오른 집값을 다 받을수 없기 때문에 아예 한 두달 비워둔채 기다려보자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고 이미 세를 주고 있는 경우에도 『값을 올려달라』고 하기보다는 『나가달달』는 요구가 더 많다는 것이 현지 부동산업계의 귀뜀이다.
매매의 경우도 집을 팔아봐야 새로 이사갈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매물 자체가 나오질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부동산마다 집을 새로 얻으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고 계약금 일부를 맡겨놓은 채 물건이 나오는 대로 위치등에 관계없이 즉석계약을 하는 사례까지 생겨나고 있다.

<수도권 수요 급증>
최근에는 특히 임대료 단속이 시작되면서 세입자들이 집주인에게 『전세금을 몰래 올려 줄테니 계속 살게 해 달라』는 부탁을 하는등 「세집사수」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세값을 올려줄 수 없다고 버텨봐야 다른 세집을 구할 수가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지만 주인의 눈치를 보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한편 안양·안산·과천등 서울 인접지역에선 거래가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내보다는 물량면에서 다소 숨통이 트여있을 뿐 아니라 오른 전세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밀려난 세입자들과 신혼부부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의 세값과 매매값이 오른 뒤에도 한동안 보합세가 유지됐던 단독주택은 이달 들어 뒤늦게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과표가 상향조정되면서 세값·집값으로 전가된데다 아파트값 상승에 따른 동반 상승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사당동 고지대의 경우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부엌 딸린 방 한 칸에 7백만∼8백만원이면 세를 얻을 수 있었으나 이젠 9백만∼1천만원은 줘야하고 방 두 세 칸 독채는 1천5백만∼2천만원에서 2천만∼2천5백만원까지 올랐다.
특히 양재·포이동등 신개발지역은 매매·전세 모두 10%이상 뛰었다.
그러나 매기는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뜸한 편이다.

<상가·사무실>
주택과 마차가지로 찾는 사람은 많으나 나오는 물건은 없어 극심한 수급불균형 현상을 빚고 있는 가운데 임대료도 계속 큰 폭으로 뛰고 있다.
상가의 경우 신개발지인 양재동일대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1층 임대료(5층 건물기준) 가 평당 2백50만∼3백만원 수준이었으나 요즘엔 4백만원을 호가하고 있고 2∼5층도 1백50만∼1백만원대로 올 들어 20∼30%씩 뛰었다.
장위동등 강북의 기존주택가지역 상가도 대로변은 1층 임대료가 평당 3백만, 2백만원, 2∼3층도 2백만∼1백만원에 거래돼 두 달 사이에 20%가량 올랐다.
특히 값이 올라도 나오는 물건이 없기 때문에 전세보증금외의 프리미엄(권리금)은 더욱 큰 폭으로 올라 도심지역에선 권리금이 보증금의 두 배가 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사무실의 경우 임대료 인상관련 규제가 상가나 주택보다 비교적 엄격하기 때문에 10%안팎씩 오르는데 그치고 있으나 수급불균형은 아주 심하다.

<외곽지역은 숨통>
강남의 10층 이상 건물과 4대 문안의 빌딩들은 빈 사무실이 전혀 없고 일부 외곽지역의 소규모건물에서만 간혹 임대매물이 나오고 있는 상태다.
현재 서울시내 전체의 사무실 공실률(공실률)은 2∼3%가량으로 8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외국상사의 국내진입, 지방기업의 서울진출,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한 점포증설, 서비스산업 확대등으로 사무실 수요는 크게 늘고 있으나 교통유발등에 따른 건축규제가 엄격한데다 건물을 지을 땅이 없어 공급이 수요를 뒷받쳐 주지 못해 왔기 때문이다.
서울지역의 경우 올해 약 4만평가량이 새로 공급돼 연말께면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나 거의 대부분 외곽지역에 집중돼 있어 정작 수요가 가장 많이 몰리고 있는 도심지역은 해갈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이 때문에 치열한 사무실확보 경쟁이 벌어져 각 건물의 빌딩관리 부서마다 임대신청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공식 임대료외의 프리미엄 제공설까지 나돌고 있다.
영국의 한 증권사는 태평로쪽에 사무실을 얻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매달 1천만원씩의 자발적 선수금을 특정건물에 주고 있고 무교동 K빌딩은 빌딩관리부서가 쓰던 사무실까지 임대, 지하층으로 부서를 옮기기도 했다.

<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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