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랑실은 교통봉사대 심장병어린이 새 삶 준다(마음의문을열자:27)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껌 팔아 모금 48명에 수술비 영호남 지부 교류…지역 감정벽 허물어
『향미에게 제2의 생명을 찾아주신 여러 택시기사님들 덕분에 저희 가족은 웃음을 되찾았습니다.』
21일 오후2시 서울 대방동 보라매공원 한국청소년연맹강당에서는 조그마한 도움이 큰 사랑으로 피어났다. 사랑실은 교통봉사대(대장 손삼호ㆍ51)의 4주년 기념식.
무심히 보아넘기는 택시앞좌석 선반에 놓여진 껌.잔돈으로 여겨지는 그 판매기금이 그동안 48명의 심장병 어린이들에게 새 삶의 길을 열어준것.
특히 이날 모임에는 전국 각지역에서 모인 1백여명의 교통봉사대원은 물론 이 단체의 도움으로 심장병수술을 받은 김향미양(3ㆍ광주시 동구 소태동 716)과 어머니 장경희씨(31) 등 10여쌍의 가족들이 참석했다.
심장병어린이 가족들을 대표해 인사말을 한 사람이 바로 장씨.
장씨가 딸 향미양의 심장병사실을 확인한 것은 생후 1백10일 지난후인 87년7월초.
감기가 걸린 향미양을 안고 소아과를 찾아간 장씨는 『심장에 바늘귀만한 구멍이 나있다』는 「심장판막증」선고를 받았다.
어렸을때부터 향미양의 얼굴이 유난히 희어 『백옥같이 곱다』는 주변사람들의 칭찬이 흐뭇하기만 했던 장씨는 『수술로만 치유할수 있다』는 병원측 얘기에 암담하기만 했다.
페인트공인 남편 김병남씨(34)의 일정치도 않은 한달수입 30여만원으로는 2백여만원의 수술비용은 엄두도 낼수 없었다.
병세가 도져 울음도 제대로 못내고 잘 걷지도 못한채 늘 얼굴을 바닥에 대고 엎드려 있는 향미양을 보는 장씨의 가슴은 갈기갈기 찢겼다.
주위에서는 『아기의 복이 그것뿐이니 포기하라』고 위로해 주었지만 도저히 체념할 수가 없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듯 싶던 장씨에게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향미양의 오빠와 같은 미술학원에 다니던 한동네 친구 박병문군(7)의 아버지가 사랑실은 교통봉사대 활동을 펴던 박종석씨(36ㆍ봉사대 광주지대장)였던 것.
아들로부터 장씨의 딱한 사정을 들은 박씨는 그동안 광주지대가 모금한 1백50여만원을 수술비로 지원해주도록 주선했다.
지난해 12월22일 마침내 향미양은 서울백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광주시내 1백30여명의 봉사대원들은 향미양의 회복을 위해 기도회를 갖는 등 정신적인 사랑도 아끼지 않았다.
1월6일 무사히 수술을 끝내고 퇴원한 향미양은 여느 어린이와 다름없이 밝고 건강한 모습을 되찾았고 광주교통봉사대원들은 틈만 나면 재롱을 부리는 향미양을 찾아보는 것을 큰 즐거움으로 삼고있다.
사랑실은 교통봉사대의 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영ㆍ호남간의 상호 지원 봉사활동을 펴 지역감정의 오래된 장벽을 여는데도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7월7일 전국 11개지대중 마지막으로 결성된 경북 영주지대회원들과 광주ㆍ이리지대회원들이 영ㆍ호남 택시운전사 화합식을 갖고 서로 상대방지역의 심장병 어린이 수술지원에 나서기로 한것. 「영ㆍ호남사랑가꾸기」로 이름지은 이 활동은 첫번째 실천으로 광주ㆍ전북 이리지대에서 모금한 기금으로 지난해 8월 영주의 정미선(12ㆍ남북국6)ㆍ권보라미(2)양 등 두 어린이가 밝은 모습을 되찾기도 했다.
정양이 다니는 영주 남부국민학교 5학년 2백51명은 수술을 도와준 이리지대회원들에게 감사편지를 보내 이들의 사랑가꾸기운동을 더욱 뜻깊게 해주었다.
『너무 피로하게 운전하시지 말고 새마음으로 힘껏 일하세요.』 편지마다 흐뭇한 내용으로 가득차 이리의 봉사대원들은 생각지 못했던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손삼호봉사대장은 『택시승객들의 정성이 모아져 큰 일을 해냈을뿐』이라며 계속 이 사업을 열심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최훈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