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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권, 좌익을 진보로 착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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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런 데(기자회견장)서 내가 옷을 벗으면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국제 정세가 불안한 이 시점에 전작권을 환수하겠다는 것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는 이런 엉뚱한 행동과 다름없습니다."

5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명현(사진)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전작권 환수에 반대하는 이유를 이 같이 비유했다. 이 교수는 이번 서명운동을 주도한 선진화국민회의의 공동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불과 5일 정도 e-메일을 통해 서명지를 돌렸는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동참했다"며 "전작권을 환수하면 큰 일이라고 생각한 지식인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김영삼 정권 시절 교육부장관을 지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작권 환수에 왜 반대하나.

"때에 알맞은 생각과 행동이란 게 있다. 전작권 환수는 다른 때에 가서 논의하면 좋은 생각일 수 있겠지만 지금은 전혀 때에 맞지 않고 잘못하면 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문제다. 나라를 비극으로 빠뜨릴 수 있는 대단히 위험한 요소가 있다."

-전작권이 환수되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

"19세기와 20세기 초반엔 '자주 안보'가 중요했지만, 20세기 후반부터는 동맹과 집단 안보체제가 대세다. 유럽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있지 않으냐. 이런 상황에서 전작권을 환수하면 우리 혼자 외톨이, 안보의 '왕따 신세'가 되는 것이다. 자주로 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무너지게 된다."

-현 정부가 환수를 주장하는 배경은.

"19세기, 20세기 초의 낡은 사고의 틀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낡은 좌익의 공식이 진보인 줄 착각하고 이를 모든 국정 운영에 다 반영하는 게 노무현 정부의 특징이다. 자주 안보를 외치며 전작권 환수를 주장하는 것이나 교육에서 획일적 평등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19세기 패러다임에나 들어맞지 지금 시대엔 맞지 않다. 문제는 아직까지 생각을 전환하지 못한 일부 국민에겐 그런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일반 국민, 특히 젊은 층이 이 문제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 국민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운동을 펼칠 생각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이야 결국 국민의 뜻에 따라 움직이지 않겠나."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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