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 들어서면 온갖 쇠붙이가 우르르릉 손을 맞는다. 두드리고 모으고 자르고 긁던 갖가지 철제 연장이 이곳저곳에서 고개를 내민다. 쟁기, 호미, 작살, 톱이 저마다 쓰임새를 뽐낸다. 잘 벼린 쇠붙이는 강하고 든든하고 잘 생겼다.
마을마다 하나씩 있던 대장간은 일하는 사람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랑방이었다. 대장간은 오행(五行)이 조화를 이뤄야 돌아가는 곳이다. 쇠(金), 불(火), 화덕의 흙(土), 땔감 나무(木), 담금질하는 물(水)이 잘 맞아야 멋진 연장이 태어난다. 쇠를 다루는 과정은 사람이 단련되는 길과 닮았다. 대장간은 인생 수련을 생각할 수 있는 일종의 명상 공간이다.
'두석장'은 목가구에 달던 금속장식(장석)을 만드는 장인을 부르는 이름이다. 조선시대에는 구리와 아연을 합금한 황동 또는 주석을 두석(豆錫)이라 불렀다. 두텁고 뭉툭한 쇠를 두드리고 오려 종잇장같이 날렵하고 아름다운 장식을 만드는 두석장의 솜씨는 요술손 저리 가라다.
6, 23일 전시장에서 김극천씨가 시연과 강의를 한다. 전시는 10월 11일까지. 02-766-6494.
정재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