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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쨍! 대장간 풍경 서울에서 풀무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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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벌겋게 타오르는 화덕 속에서 쇠가 익는다. 풀무가 일으키는 바람에 노을녘 태양처럼 쇠가 이글거린다. 땅땅 쨍쨍, 쇠를 두드리는 대장장이의 이마에서 굵은 땀방울이 떨어진다. 이제는 보기 힘든 대장간 풍경이 서울 대학로에 되살아났다. 쇳대박물관(관장 최홍규)이 6일 막을 올리는 '대장간 전'과 '두석장 전'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온갖 쇠붙이가 우르르릉 손을 맞는다. 두드리고 모으고 자르고 긁던 갖가지 철제 연장이 이곳저곳에서 고개를 내민다. 쟁기, 호미, 작살, 톱이 저마다 쓰임새를 뽐낸다. 잘 벼린 쇠붙이는 강하고 든든하고 잘 생겼다.

마을마다 하나씩 있던 대장간은 일하는 사람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랑방이었다. 대장간은 오행(五行)이 조화를 이뤄야 돌아가는 곳이다. 쇠(金), 불(火), 화덕의 흙(土), 땔감 나무(木), 담금질하는 물(水)이 잘 맞아야 멋진 연장이 태어난다. 쇠를 다루는 과정은 사람이 단련되는 길과 닮았다. 대장간은 인생 수련을 생각할 수 있는 일종의 명상 공간이다.

'두석장'은 목가구에 달던 금속장식(장석)을 만드는 장인을 부르는 이름이다. 조선시대에는 구리와 아연을 합금한 황동 또는 주석을 두석(豆錫)이라 불렀다. 두텁고 뭉툭한 쇠를 두드리고 오려 종잇장같이 날렵하고 아름다운 장식을 만드는 두석장의 솜씨는 요술손 저리 가라다.

이번 전시에 통영 명정동에 있는 작업실을 통째 옮겨온 이는 중요무형문화재 제 64호인 김극천(55)씨다. 주물을 부어 쇳조각을 빼내 자른 다음 망치로 두드려 펴고 '까끌질'로 곱게 다듬은 뒤 '조이질'로 문양을 완성해가는 그의 작업 과정을 볼 수 있다.

6, 23일 전시장에서 김극천씨가 시연과 강의를 한다. 전시는 10월 11일까지. 02-766-6494.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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