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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가게와 못생긴 가게

중앙일보

입력

요즘 가끔 음식점 창업예비생을 대상으로 창업교육을 하면서 불쑥 던져보는 질문이 있다. "당신은 과연 음식점 성공을 위한 첫 번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대답은 각양각색이다. 맛이 좋아야 한다부터 시작해서 시설경쟁력, 홍보마케팅, 직원 경쟁력, 가격경쟁력, 청결, 친절서비스 등등 수많은 대답들을 들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답변 중 하나는 단연 상권 입지의 중요성이다. 즉, 음식장사는 상권이 좋아야 한다. 점포목이 좋아야 한다는 대답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초보자들도 음식장사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점포입지의 중요성 정도는 기본적으로 숙지하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상권입지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두가지 측면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상권이 좋아야 한다는 측면이다. 예를 들어서 서울지역 상권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상권 중 하나는 단연 강남역상권이다.

강남역 상권은 1일 승하차 인원 20만명에 육박하는 풍부한 수요층을 아우를 수 있는 역세상권이라는 점, 테헤란로 일대의 탄탄한 직장인 수요층의 오피스상권과 20대 젊은 수요층의 신세대 상권이 만나는 복합상권이라는 점이 상세력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상세력 좋은 강남역 상권이라고 할지라도 장사 안되는 음식점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비단 강남역 상권만의 문제는 아니다. 부산지역에서 1등 상권이라고 할 수 있는 서면상권, 대구 동성로상권, 대전 중앙로, 광주 충장로상권 등 전국에서 내노라하는 유명상권에 속해있는 매장이라고 하더라도 모두 성공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두 번째, 점포입지의 중요성을 지적할 수 있다. 상권은 광의의 개념이라면 점포입지라는 측면은 매장을 둘러싼 좁은 의미의 점포입지분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어쩌면 점포목이 좋아야 한다는 측면과 일맥 상통하는 얘기일 수 있다.

점포입지를 판단하는데는 다섯가지 기준정도의 생각할 수 있다. 점포가 고객들 시야에 잘 띄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가시성 문제, 매장으로의 유입력을 높일 수 있는 고객접근성 문제, 매장에서의 고객편의성의 문제, 점포보증금과 권리금, 그리고 월 임대료 등에 관한 경제성 문제, 최종적으로는 해당 아이템과 점포입지 및 상권의 적합성 여부 등을 판단하면서 최종 점포계약 단계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초보창업자들의 경우 전자의 판단기준에만 과도하게 신경쓴 나머지 후자의 판단기준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즉, 넓은 의미에서의 상권경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좁은 의미에서의 점포입지경쟁력, 그 중에서도 점포경쟁력 자체를 간과했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는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쉽게 얘기하자면 상권입지가 좋아야 장사가 잘된다는 측면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점포가 잘생겨야 성공가능성이 높다고 얘기하고 싶다. 그렇다면 잘생긴 점포와 못생긴 점포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못생긴 점포의 유형을 설명하면 잘생긴 점포는 금방 이해할 수 있으리라 본다.

못생긴 점포의 첫 번째는 주변의 상권 상세력과는 무관하게 점포의 전면이 좁은 점포가 못생긴 점포의 대명사일 수 있다. 즉, 전면은 4미터 미만이면서 뒤쪽으로만 10미터 이상되는 길쭉한 형태의 직사각형 매장을 들 수 있다.

최근 신축중인 분양상가 1층 매장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점포 형태이다. 이러한 점포는 아무리 인테리어를 고급스럽게 꾸민다고 해도 소위 폼이 나지 않는 매장이다. 이러한 점포는 가급적 옆 매장과 합쳐서 오픈을 해야만 경쟁력을 높일 수 있으나 투자금액의 부담 때문에 이 또한 여의치 않은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두 번째 못생긴 점포라 함은 전체적인 상권 상세력지수는 높으나 매장 자체가 지하나 2층이상의 매장이어서 고객의 가시성 및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매장을 들 수 있다. 이 경우는 무엇보다도 업종선택의 폭이 제한된다는 점이 문제이며, 자칫 영업을 중단하고 빠져나오려고 해도 신규 임차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 1층의 점포매매가 및 임대가가 지하매장이나 2층 이상 매장의 배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얼마전 지방 소도시 택지개발지구 상권 내 1층 27평 매장에서 순대집을 운영하는 젊은 사장으로부터 다급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오픈한지 6개월 정도 되는 순대집인데 석달 동안 아무리 열심히 해도 매출상승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였다.

젊은 사장은 그러면서 순대맛 만큼은 이 지역에서만큼은 1등이라고 자부한다는 말까지 늘어놓았다. 일단 점포클리닉 컨설팅을 진행하기로 하고 점포 현장을 방문했다. 점심시간대 매장에 들러서 주 메뉴에 대한 시식부터 실시했다.

주인의 말처럼 순대국밥 맛은 전혀 손색이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주인의 말에 따르면 이 맛을 전수받기 위해서 서울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순대집에서 직접 1년동안 일을 하면서 완벽하게 조리법을 마스터했다고 한다.

서울지역에서는 줄을 서는 순대집이기 때문에 이 맛만 가지고 고향에 가면 당연히 성공은 따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하고 낙향해서 오픈을 했으나, 결과는 예상과 전혀 달랐다.

주변 상권 및 입지분석 작업에 착수했다. 지방 소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신흥 택지개발지구 상권이기 때문에 상권 자체의 상세력은 높은 곳이었다. 주민들의 음식관련 소비패턴 역시 상세력 높은 택지개발지구로 집중되고 있다는 점도 이 상권의 강점 중 하나였다.

주인의 말에 따르면 바로 옆 점포 1층 35평 정도의 저가 삼겹살집인데 1일 매출액은 최소 150만에서 200만원에 육박한다고 했다. 반면 젊은 사장이 운영하는 순대집은 27평 매장인데 매출액이 하루 20만-30만 원 팔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매출부진의 원인을 분석했다. 여러 가지 실패요인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패인이라면 역시 못생긴 점포를 계약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옆 집 삼겹살집의 경우 3면에 간판을 달 수 있는 코너형태의 매장이었다. 더욱이 파나플렉스 간판으로 점포외부를 치장했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 본다면 대형매장으로 보일뿐더러 누구나 한 번 들어가고픈 접근성 좋은 매장이다.

반면 젊은 사장이 운영하는 순대집은 크기는 옆집과 큰 차이는 없으나 점포전면이 4미터도 안되는 좁은 매장이라는 점, 그리고 간판 역시도 야간 가시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스카시를 이용한 간판이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매장이 작게 보이고, 후퇴된 매장으로 보일 수 밖에 없었다.

더욱이 옆집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좁게 느껴지는 매장이었기 때문에 고객입장에서 본다면 별로 들어가고픈 생각이 들지 않는 매장이라는 사실이 매출부진의 첫 번째 원인으로 꼽을 수 있었다.

물론 이 외에도 항구도시라는 수요층의 눈높이와 순대집이라는 컨셉자체가 언밸런스한 측면이 강했으며, 브랜드 네이밍 역시 고객들의 구매력을 높이는 상호는 결코 아니었다. 시설투자금액으로 4000만원이나 투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고객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시설컨셉은 전혀 아니었다.

대안을 도출해야 했다. 문제는 주인의 입장에서 오픈 6개월 밖에 안된 상황에서 재투자비용을 많이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순대 맛 자체의 경쟁력은 어느정도 인정할 수 있었기 때문에 순대를 살리면서 업태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첫 번째 방법은 순대를 살리면서 주변 수요층 타깃의 차별화된 술한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안을 제시했다. 기존의 순대집 간판을 내리면서 대신 돼지곱창과 막창을 메인으로 하는 음식점을 제안했다. 최근 상권에서 수입 소곱창전문점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으나 돼지곱창과 막창을 주로 다루는 컨셉은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는 점을 주시했다.

돼지 곱창 맛은 구리 교문리 돌다리 상권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야채철판곱창을 테이크아웃형태로도 판매할 수 있는 컨셉을 제안했다. 조리법 역시 소스자체를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메뉴구현에는 문제가 없었다. 막창은 잘 손질 된 막창을 공급받아서 철판위에서 로스형태로 구워먹는 컨셉으로 소주한잔로는 제격이라고 판단했다.

동시에 식사메뉴에 대해서는 최근 완제품 형태의 저가 국밥메뉴를 추가해서 4,000원 국밥과 저녁시간대의 철판곱창과 막창을 전문으로 하되, 순대곱창철판볶음 메뉴를 추가함으로써 기존의 순대고객까지 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매장전면이 좁은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점포 전면 현관에 1,200cm정도의 철판을 전면에 설치해서 구매력을 높이는 방법을 제안했다.

이 순대집 역시 궁극적인 패인이라면 역시 주변 상권의 상세력만 믿고 못생긴 매장을 계약했다가 낭패를 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점포를 계약할 때는 장생긴 매장인지 못생긴 매장인지를 먼저 판단하고 계약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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