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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 필요 없게 국회 열리기전 집행/검찰,왜 갑자기 구속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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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불구속땐 독직수사에 악영향
검찰은 지난해 12월19일 서울형사지법 박해식판사가 박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국회 회기중 구속 동의 의결을 받지 못한 절차상의 이유로 기각한 뒤 뇌물공여자인 이건영회장은 구속기소해 1심판결까지 끝낸 시점에서 죄질이 더 무거운 박의원 처리문제를 고심해왔다.
법무부의 한 고위간부는 『국회가 구속동의요청서를 상정조차 하지 않은 것은 결국 국회가 행정부의 구속동의요청을 부결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박의원에 대한 불구속기소 방침을 강력히 시사하기도 했다.
이것은 법무부 예규상 검찰이 국회의원ㆍ3급이상 국가공무원ㆍ대학총장 등을 구속하려면 법무부장관의 사전승인을 얻도록 돼있기 때문에 박의원과 같은 현역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청구는 결국 정치적 고려도 해야 하는 법무부장관의 동의여부가 결정적 영향을 비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내부에서는 ▲뇌물을 준 사람은 구속기소하고 받은 사람은 불구속기소하는 것은 법의 형평에 맞지 않고 ▲박의원의 수뢰액수(2억1천만원)가 거액이어서 박의원에 대한 불구속기소는 앞으로 다른 독직사건 수사에 나쁜 선례를 남긴다는등의 이유를 들어 구속기소를 강력히 주장해왔다.
검찰은 다만 지난 연말의 전두환 전대통령의 국회 증언과 여야의 5공청산 합의,청와대 여야영수회담등 모처럼 조성된 정치권의 화해분위기를 박의원사건으로 깨뜨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영장 재청구시기에 대해서만은 정치적 고려를 할 수 있는 법무부의 결정에 따르기로 내부적으로 의견을 조정했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임시국회 개회일이 19일로 확정되자 박의원을 임시국회 이전에 구속해야 국회에 또다시 구속동의요청서를 보내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고 판단,2월초부터 법무부ㆍ대검ㆍ서울지검 고위간부들끼리 박의원 신병처리를 놓고 협의를 거듭한 끝에 구속하기로 결론을 냈다.
현재 민주자유당 소속인 박의원이 소속한 계파 보스격인 김영삼 민자당최고위원에게는 2월초 정부 고위관계자가 검찰의 이같은 방침을 통고하고 김대표위원으로부터 양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박의원에게 적용한 죄목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뇌물수수죄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의 알선수재죄등 두가지. 뇌물수수죄는 받은 뇌물액수가 2천만원이상일 때는 사형ㆍ무기,또는 10년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있으며 알선수재죄는 5년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따라서 박의원은 최하 징역 5년을 선고받게 되며 현행법상 집행유예는 3년이하의 법정형에 대해서만 선고할 수 있어 집행유예 판결을 받기도 어렵다.
박의원은 현행법상 구속이 되더라도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을 때까지는 의원직을 그대로 가질 수 있으나 국회가 이 사건이 독직사건임을 고려,자율적으로 징계절차를 거쳐 제명할 경우 박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이상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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