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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속 헤매는 방화ㆍ미용실강도 수사(초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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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걷잡을 수없이 번지는 방화/유류품ㆍ지문등 안남겨/조직력ㆍ기동성 치밀하게 갖춰
서울시내 주택가 연쇄방화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이 사건을 사회불안을 노린 집단의 범죄로 추정,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은 그동안 방화사건 현장에서 수사의 단서가 될만한 증거를 찾기위해 지문감식ㆍ현장감식ㆍ목격자추적 등을 벌였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해 수사는 원점에서 맴돌고 있다.
◇범인=경찰은 당초 이 사건을 방화편집증에 사로집힌 정신이상자의 소행으로 추정했었다. 그러나 사건이 잇따르는데다 범행의 치밀한 준비성ㆍ조직력ㆍ기동성 등 범행수법으로 보아 정신이상자의 단독범행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보고있다. 또 범죄의 일반적 동기인 금전적 이득이나 원한관계에 따른 범행이라는 개연성이 전혀 없는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따라 경찰은 당초 불을보고 희열을 느끼거나 불을 지른뒤 따를 소란에 쾌감을 느끼는 정신이상자로부터 시작됐다가 이를 본뜬 모방범죄로 번지고,지난달 20일이후 계속되면서도 꼬리가 잡히지 않는 완전 범죄양상을 띠자 사회불안 조성을 노린 세력이 가담하기 시작,점차 지능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수법=경찰은 이 사건을 2인이상의 범인들이 라이터 연료용 솔벤트를 사용한 것으로 보고있다.
그동안 방화에 사용된 「석유냄새」 인화물질을 놓고 온갖 추측이 오갔으나 치안본부의 27개사건 감식결과 휴대가 용이한 라이터 연료용 솔벤트를 방화대상 가옥 출입구 등에 뿌린뒤 방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부 피해가옥의 현관내부 등 실내에서 발화점이 발견된 것도 유리창 등을 둔기로 깨뜨린뒤 솔벤트를 분사,방화할 경우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경찰이 범인을 2인이상으로 보는 것은 현장에 범인들이 담을 넘은 입ㆍ퇴로 흔적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용산경찰서 관내에서 9일새벽 발생한 6건의 방화사건 모두 출입문은 물론 담벼락 등에서 일체의 흔적이 나타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루어 2인이상이 무동을 타는 등 범행조와 감시조로 일을 분담한뒤 범행한 것으로 보고있다.
이밖에 방범비상령이 내려진 8일까지 범행대상 가옥이 모두 인화성이 강한 목재대문이었으나 이같은 사실이 보도된뒤 9일부터는 철제대문으로 범행대상이 바뀐것은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사회불안 야기가 목적일 것이라는 추리를 가능하게 하고있다.
◇수사=경찰은 서울시경에 수사전담반을 편성,서울경찰 거의 모두를 동원해 수사를 펴고있다.
특히 범행대상이 인과관계가 아닌 무작위란 점 때문에 수사선 확보가 거의 불가능,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현장에 방화도구ㆍ흔적ㆍ지문 등 수사단서가 될 수 있는 유류품 등을 전혀 남기지않아 수사방향조차 제대로 잡지못한채 안개속을 헤매고 있다.
또 범행시간이 이른 새벽녘이어서 목격자가 거의 없다는 점도 수사의 애로사항이다.<김우석기자>
◎미용실강도 1주일째 “감감”/수도권서만 18건 확인/룸살롱 살인범을 집중 추적
수도권 민생치안부재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낸 미장원 강도사건은 마지막 범행(6일)후 1주일이 지나도록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
경찰은 서울 명동ㆍ종로ㆍ강남 등 미장원 밀집지역에 종업원을 가장한 여경이나 무술경관을 배치하고 주변에 사복조를 잠복시키는 등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수사에 매달리고 있고 미용실은 비상벨설치 등 예방조치에 안간힘을 쏟으며 행여 손님이 줄까봐 안달이다.
◇범죄분석=범인들이 미장원을 범행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여성들이 많아 저항이 작고 ▲여성심리상 미장원에 갈때는 현금 외에 몸에 걸친 패물이 많으며 ▲저녁나절 현금수입이 많이 몰리고 ▲범행만 성공하면 통행인이 몰리는 번화가가 도주에 용이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경찰의 분석.
경찰은 특히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서울 구로동 룸살롱 집단살인사건의 수배자 조경수(24) 김태화(22) 등 2명중 김이 복역중 이발기술을 배우며 이ㆍ미용실 사정에 익숙했을 것이라는 점도 중시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룸살롱 살인사건으로 수배를 받자 6일 명동ㆍ종로에서 1시간간격으로 두곳에서 1천만원어치를 털어 도피자금을 마련,잠적한 것으로 보고있다.
◇공통점=12일현재 확인된 수도권일대의 미장원 강도는 모두 18건.
이중 동일범의 범행으로 보이는 것은 수법과 인상착의가 유사한 명동의 3건 등 모두 14건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마스크 착용 ▲전화선 절단 ▲내실ㆍ마사지실로 몰아넣고 옷벗기기 ▲약한 전라도 말씨 ▲1백70∼1백75㎝의 키와 체격 ▲한명은. 스포츠형 머리 ▲범행시간대 일치 등이며 지난달 24일부터의 4건은 모두 칼외에 가스총을 사용해 왔다.
◇수사=경찰은 미장원 강도범행이 「밖에서 망을 보는 공범 없이는 힘들고 차를 이용할 경우 운전석에서 대기하는 일당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로 3∼4명에 의해 저질러졌을 것으로 보고있다.
따라서 경찰은 이들 범행이 ▲조ㆍ김의 2인조 ▲조ㆍ김을 포함한 3∼4인조,또는 ▲전혀 다른 동일수법 전과자의 범행 등 세가지 가능성을 놓고 수사중이다.
경찰은 이에따라 조ㆍ김에 대한 추적수사와 별도로 동일범죄 수사반을 만들어 85년3월 서울 숭인동 수향미용실에서 손님ㆍ종업원의 옷을 벗기고 10여만원의 금품을 빼앗았던 전과자 박모씨(25ㆍ주거부정) 등 2명을 쫓는 한편 지난해 2월 명동 S미용실에서 같은 수법으로 10만여원을 뺏다 구속,수감중인 임모씨(25) 등 2명을 통해 범행 가능 용의자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조는 84년 고향인 전남 나주에서 중학졸업후 상경,서울 가리봉동일대에서 3개월간 카페종업원 일을 하다 귀향,중학 2년후배인 김과 함께 85년 택시강도를 해 살인미수 및 특수강도혐의로 함께 구속됐던 전과2범.
이들은 5년형을 선고받고 홍성교도소 복역중 지난해 5월 석가탄신일 특사로 가석방됐었다.<김석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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