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행복한책읽기Review] 명문가의 깜짝 놀랄 교육비법 ? 남다른 노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교육에는 정답이 없다. 훌륭한 인물을 다수 배출한 명문가의 교육법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정답이 없으면 모범답안이라도 찾고 싶은 심리 때문일 것이다. 명문가라면 어디가 달라도 다르겠지 하는 기대 말이다. 세계적인 명문가 10군데의 교육 노하우를 들려주는 이 책은 그런 점에서 훌륭한 케이스 스터디가 될 만하다. 아이 키우는 부모라면 밑줄 쫙 긋고 가위로 오려 놔야할 구절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런데 사실 곰곰이 새겨보면 경천동지할 '비법'은 아니다. 그래서 지은이의 결론에 더욱더 공감하게 된다. "부모와 자녀의 궁합이 좋아야 훌륭한 인재가 나온다." 즉, 문제는 실천이다. 부모는 투철한 의지를 갖고 이끌어야 하고 자녀는 최선을 다해 화답해야 한다는 것. 독자들이 책에서 배워야할 것은 누구는 이랬고 누구는 저랬다는 잘디잔 노하우가 아니다. 건전한 교육관과 인재양성에 대한 긴 안목, 그리고 수 대에 걸쳐 이를 구현해내는 간단치 않은 노력 등이다.

케네디가의 사례를 보자. 1960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온 존 F 케네디는 닉슨에게 내내 뒤졌다. 판세를 뒤집은 건 대선 직전 실시한 TV 토론이었다. 능란한 언변과 정연한 논리는 한순간에 유권자들을 사로잡았다. 그의 토론 능력은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았다. 케네디의 부모는 4남5녀에게 '식탁교육'을 시켰다. 식사시간마다 열띤 토론을 벌였고 저녁에는 하루 일과를 보고하고 점검했다. 케네디 집안 아이들은 철든 뒤 그 날치 뉴욕타임스를 읽지 않으면 아침 식탁에 앉을 수 없었다. 아버지 조지프가 뉴욕타임스 기사를 토대로 따가운 질문을 퍼부어 댔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베스트셀러가 된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에서 서애 유성룡 종가, 다산 정약용가, 경주 최부잣집 등 국내의 명문을 섭렵했던 지은이는 이번에는 세계로 시야를 돌린다. 책에는 케네디가를 비롯해 스웨덴의 존경받는 재벌 발렌베리가, 시애틀의 금융명문 게이츠가, 유대인 최고 집안으로 꼽히는 로스차일드가, 2400년간 중국을 대표하는 석학들을 배출해온 공자 가문, 2대에 걸쳐 노벨상을 받은 퀴리가,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3대가 '진화론'을 연구했던 다윈가, 학교 부적응아를 위대한 시성으로 키워낸 타고르가, 러시아와 영국의 600년 명문가인 톨스토이가와 러셀가 등이 등장한다.

다들 경제적으로 넉넉했으니 "돈이 있으니 그렇게 했겠지"라며 삐딱한 시선으로 볼 수도 있겠다. 그런데 명문가들은 부와 자녀교육의 상관관계를 지독하리만큼 철저히 의식했다. 한결같이 부모나 조상의 부가 아이들의 자립에 누가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다는 사실은 흥미롭기도 하거니와 오늘날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예컨대 케네디의 아버지는 아홉 자녀의 장래를 위해 미리 저축을 했다. 그러나 그 사실은 비밀에 부쳤다. 돈이 있다는 걸 애들이 알면 나태해질까 저어했기 때문이었다. 발렌베리 가문의 아이들은 형제자매의 옷을 대물림해 입었다. 용돈은 잔디를 깎는 등 일정한 노동을 해야 받았고 일부는 반드시 저축했다. 컴퓨터 천재 빌 게이츠는 부유한 은행가의 아들이었지만 사업을 할 때 부모의 도움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세계 명문가의 자녀교육'은 여러모로 '특별한 부모가 특별한 아이를 만든다'는 말을 곱씹게 한다. 특별한 부모가 되는 데는 배운 부모와 못 배운 부모, 혹은 돈 있는 부모와 돈 없는 부모의 구별이 있을 수 없다는 깨달음과 함께.

기선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