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 단일계보 가능할까/중간 실력자들 세 규합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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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소수그룹 실리 따지며 「줄서기」 한창
민정ㆍ민주ㆍ공화 3당이 9일부터 한살림에 들어 거대신여권의 파벌정치 개막이 예고되고 있다.
이질적인 3개 정당의 결합에서 오는 당연한 귀결인데 특히 민정계의 동향이 가장 주목되고 있다.
3당 통합과정에서 노태우 대통령의 영향력은 아직 여전해 3개당이 3대 파벌로 정립상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 계보의 이합집산이 서서히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노대통령이 민정계의 보스라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잔여 임기가 3년이 되고 특히 14대 공천권에 간여할 것이므로 그의 권위는 상당기간 퇴색치 않을게 확실하다.
다만 국가원수로서 당정을 총괄해야하기 때문에 특정계보의 보스로서 행동하기에는 문제가 많다.
따라서 박태준 민정당 대표위원을 대리인으로 하여 민정계를 관리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자신의 임기중 민정계의 분화는 통치기반의 동요를 가져올 것이므로 일정기간은 독립을 허용치 않으며 박대표를 중심으로한 단일계보를 유지한다는것.
노대통령은 이를 대비,지난달 31일 중간 보스격인 박준병 총장,정동성 총무 및 박준규 전 대표,이종찬ㆍ심명보ㆍ정석모 전 총장,김윤환ㆍ이한동 전 총무,박철언 정무장관등을 청와대로 불러 박대표가 자신의 「분신」임을 강조하고 박대표를 중심으로 결속할 것을 공개리에 지시한바 있다.
노대통령은 또 가장 미심쩍은(?) 이종찬 전 총장에게는 홍성철 비서실장을 보내 의중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달 28일의 이­홍 골프회동에서 이 총장은 대통령의 뜻에 따를 것을 다짐.
노대통령은 이어 3일에는 박대표를 따로 불러 철저한 관리를 당부하면서 만반의 준비지시와 함께 일체의 권한을 부여했다는 후문.
○…박대표가 노대통령의 「공인」을 받은 이후 한때 구심점을 찾지 못한채 흔들리던 민정당 분위기는 상당히 가라앉은 편.
충성을 서약하고온 박준병 총장등 당직자는 물론 중진의원들의 박대표 방문이 부쩍 늘고 있다.
특히 비주류로서 경계돼 온 이종찬 전총장은 당직자회의 이후 뻔질나게 박대표를 찾아오고 이밖에 김종호ㆍ서정화ㆍ정종택 의원등 고참의원들도 공개적으로 박대표 계보를 자처하고 나서는 정도.
대통령의 보증과 중간 리더들의 이해일치로 채비를 갖춘 박대표는 8일 낮 이춘구ㆍ이종찬 전 총장,김윤환ㆍ이한동 전 총무등 핵심들을 초청,합심노력을 당부.
한때 이들 4인이 실력자이면서도 합당과정에서 소외됐다는 점때문에 일부에서는 반 박철언 회동이 아니냐는 억측도 나돌았으나 박대표측은 합당후의 결속ㆍ운영문제를 협의키 위한 것이라고 설명.
이자리에서는 합당에 따른 YSㆍJP쪽과의 융화 및 민정당계 유지 방안이 조심스럽게 거론돼 당분간은 박대표 중심의 결속에 의견일치를 보았다.
○…그러나 이는 표면상의 것일 가능성이 높다. 1백27명을 단일계보로 묶기는 너무 크고 일본 자민당처럼 분할관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 따라서 박대표를 중심으로 뭉친다는것은 우선 현상유지속에 기회를 보자는 동상이몽속의 합의인 셈.
외부적으로는 단일계보로 움직이겠지만 내부적으로는 중간 보스들에 의한 세규합 노력이 거듭돼 사실상의 소계보가 등장할 것이라는게 중론.
이 경우 노대통령의 직계로 정계개편을 기획ㆍ연출한 박철언 정무장관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민정당내 「공인」된 사조직 「월계수회」를 이끌어온 박장관 휘하에는 강재섭 이긍규 나창주 이재황 박승재 김정길 이상회 이덕호 김인영 조영장 김진영 안영기 신영순 권달수 김길홍 의원등 30여명의 의원이 있고 최근엔 정동성 총무등 중진급들도 박장관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는 소문이고 전국구 의원ㆍ원외위원장도 다수를 끌어들였다는 관측.
종래의 비공식적 계보중에서도 이탈현상이 일어나 한때 이한동ㆍ정호용계로 알려졌던 중진 몇명과 이종찬계의 L중진등이 방향을 바꿨다는 것이고 현역의원은 물론 원외ㆍ정치 지망생들도 줄설곳을 찾느라 부산한 움직임.
그러나 박장관이 전면에 나설 경우 강력한 「반박」연합전선이 형성될 우려가 높아 신중하게 처신하고 있다.
박장관측은 노대통령­박대표 단일체제가 유리하다고 보고 같은 TK출신의 박준규 전 대표와 김윤환 전 총무 등과 제휴해 박ㆍ김의 대리체제로 가장 강력한 계보를 형성해갈 전망.
이같은 박장관의 세에 부담이 가는 존재는 정호용 전의원계.
한동안 은둔하던 정씨는 지난 1일 대구ㆍ경북 출신의원들과 회동,보궐선거에의 출마를 강력히 시사했고 이 시도가 성공하면 TK세력과 일부 강경파의 분할 가능성이 있다.
○…박대표 옹립에 가장 열성적인 이종찬 전 총장은 박대표 체제중 박장관이나 다른 TK계를 견제하면서 시간을 벌어 세력확대의 기회를 활용하려는 생각.
이 전총장은 그간 서울ㆍ경기ㆍ호남 원외 위원장등 소외세력을 집중 공략해오다 전략을 변경,원내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그는 우선 SK(서울ㆍ경기)의원들을 대상으로 세확장을 꾀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은 상태인데 박대표 체제가 길어져 박대표의 영향력이 다른 계보를 누를 정도가 되면 승산이 있다는 계산.
합당으로 약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윤길중ㆍ오유방ㆍ남재희ㆍ조경목ㆍ김기배ㆍ임인규ㆍ도영심ㆍ김문기ㆍ안찬희 의원등 지지세력을 규합하면 만만치 않다는 것.
박대표와 함께 당분간 민정계의 긴판역할을 하는 박준병 총장은 박장관과 가까운 것으로 분류되고 있으나 경우에 따라선 1파를 관장할 가능성도 있다.
긴요한 시기에 사무총장직을 맡게돼 홍희표ㆍ신경식 의원등 기왕에 그를 따르던 인사들 외에 중간노선을 택한 인사들이 몰리는 경향.
이밖에 중진그룹의 심명보ㆍ이한동ㆍ정석모 의원등은 관망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총무직 사퇴이후 다소 기가 쇠퇴한 이한동 의원은 지난 2일 인천ㆍ경기지역 초선의원 모임인 일심회(14명)에 참석,사실상의 계보활동을 선언하는등 구 「폭탄계」 규합을 시도.
그의 계보로는 박재홍ㆍ김영귀ㆍ이성호 의원 외에 강우혁ㆍ임무웅ㆍ서정화ㆍ정해남ㆍ이강희 의원등 10여명이 거론되지만 최근에는 많이 흔들리는 중.
이밖에 전남의 최영철 노동부 장관,전북의 임방현 고문등이 호남 원외그룹을 대표하면서 「줄서기」에 부심하고 있다.<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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