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기업 아시아계 고객에 눈독 |70년이후 인구늘고 구매력 높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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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메트로폴리탄과 함께 미래를 설계하십시오.』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생명보험회사가 요즘 미국신문에 하고 있는 광고문안이다.
그 아래에는 같은 뜻의 『부「대도회」여휴계획구내』란 중국어 광고문안이 뒤 따르고 그 밑에 영어로된 광고문안이 실려 있다. 이 광고문안은 미국인 가는데 한국계와 중국계를 대상으로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모델로 나온 어린이들은 모두 동양인이다.
이 광고의 특징은 한국어를 맨위에 사용함으로써 한국인 고객유치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아시아인과 특히 한국인을 상대로 한 이같은 광고는 최근 증가되고 있는 미기업들이 구매자로서의 아시아인과 한국인에 대한 관심의 도를 반영해 주고 있다.
특히 아시아인들이 많이 살고있는 로스앤젤레스나 샌프란시스코등 미서부지역 언론매체에는 이같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대상으로한 광고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미국에 아시아계 인구가 늘면서 이들의 활동과 역할이 점차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재정적으로도 미국인 평균보다 안정되어 가고 있음이 밝혀 지면서부터다.
미국거주 아시아계 인구는 80년 3백70만명에서 88년현재 6백50만명으로 늘었고 2000년까진 1천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계는 현재 약82만명이다.
70년후 급증한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연평균 가구당 수입은 85년기준 2만5천4백50달러로 미국인 평균 가구소득 1만9천달러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의 전문직업종사자비율은 미국백인의 주류를 이루는 코카시언계보다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계에 대한 별도의 자료는 없지만 한국인들도 아시아계 평균수준을 밑돌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아시아인이 잡다한 인종으로 이루어진 미국인구분포상 수적으론 대단치 않으나 재정적 안정면에선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인종으로 인식되게 하고 있다.
이같은 인식이 각기업들로 하여금 대아시아계 판촉전략을 수립토록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오는 10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벌어지는 아시아인들의 연례 가두행진에는 메트로폴리탄 생명보험회사를 비롯, 뱅크 오브 아베리카(BOA)·캘리포니아 로터리(복권회사)·러키슈퍼마킷등 미국의 대기업들이 이를 생중계할 텔리비전 광고주로 참여할 계획이다.
이 행사에는 중국인을 비롯, 30만명의 아시아인들이 직접 참여하며 멀리 하와이까지 중계되는 텔리비전은 60만명이 시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기업들의 아시아계를 상대로한 광고의 고충은 단일언어와 문화를 갖고 있는 히스패닉계와는 달리 출신나라별 언어가 다르고 문학적 배경도 약간씩 달라 일률적 전략을 수립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2천만명으로 추산되는 히스패닉계는 언어·문화의 단일성 때문에 광고주들의 주목을 받아 신문·방송뿐 아니라 각종 시설광고에서도 스페인어 광고홍수를 낳게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계의 68%가 집에서 모국어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기업들의 이같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엔 아시아계 대상 전문광고회사들도 등장, 재미를 보고 있다.
뉴욕에 본부를 둔 L3광고회사와 파울슬라드커스 인터내셔널등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수년사이 설립된 이들 회사들은 아시아 여러나라출신 광고도안사들을 고용, 미기업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L3광고사의 조제프 램 사장은 자기회사의 연간 판매고가 3백만달러를 돌파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기업들이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관심을 높여가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앞으로 이 분야의 시장을 낙관했다.
대기업뿐 아니라 일반상점들은 아시아인 고객유치전략을 다양하게 펴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미국에서 발행되는 한국어신문에 미부동산회사의 광고가 등장하기 시작한지는 오래고 주요도시의 부동산회사나 보석·화장품·안경점 같은 곳에선 아시아 나라 말로 영업안내문을 걸어 놓고 있다.
웬만한 미국도시에서 「부동산」「보석」「안경」등 한글팻말이나 안내간판이 유리창이나 진열장에 비치되어 있는 것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뉴욕부근 일부 골프장에선 곰탕과 우동·라면등을 식당의 공식메뉴로 제시하고 있다.
미국신문이나 한국어신문, 그리고 길거리 상가에서 아시아인 특히 한국인을 유치하는 간판을 보는 것은 가슴뭉클한 일임에 틀림없다.
다만 이같은 미국기업·상인들의 한국계 고객유치전략이 한국인들의 무분별한 과소비경향에서 비롯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뉴욕=박애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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