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계 '소문난 7공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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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7공주와 왕자 중 컷을 통과한 7명. 왼쪽 윗줄부터 시곗바늘 방향으로 송민지.우지연.박희영.임진아.윤수정.윤채영.최나연.

"토끼들 파이팅!"

"우리 7공주가 휩쓸자."

주말드라마 '칠공주'가 안방극장을 석권하고 있지만 한국 여자프로골프계는 일곱 공주와 왕자 한 명이 휩쓸고 있다.

1987년 토끼띠 동갑내기인 박희영(이수건설).우지연(하이마트).송민지.윤채영(쌈지).윤수정.임진아.함영애 등 일곱 선수가 자매처럼 함께 어울려 다닌다고 해서 주위에서 붙여준 별명이 '칠공주'다. 그러다 역시 동갑인 최나연(SK텔레콤)이 "나는 왕자로 끼워달라"고 졸라서 '칠공주와 왕자'가 됐다.

이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서로 우승을 다툰 골프 엘리트들이다. 박희영은 "라이벌 관계로 지내다 지난해 아시안투어에 함께 나가 객지생활을 하면서 서로 간의 벽을 없앴고 자매 같은 사이가 됐다"고 했다.

출신지도 다양하다. 송민지는 "함영애가 영남, 윤채영이 호남, 임진아가 제주 출신이어서 지방에서 경기해도 친구들의 집에서 숙식하며 경비를 아낀다"고 말했다. '칠공주'라는 별명이 불량 서클 이름 같지만 멤버들은 성실하고 착하며 실력이 출중하다. 아직 10대인데도 올해 모두 프로테스트에 합격했고 29일 끝난 KLPGA 투어 레이크힐스 클래식에서는 7명 중 6명이 컷을 통과했다. 그중 박희영이 우승, 우지연이 공동 2위, 최나연이 공동 10위를 했다. 우승을 노리고 대회에 참가한 것은 마찬가지지만 경기를 앞두고 서로 응원 문자 메시지를 보내 건투를 빌었다.

막판까지 1위를 달리다 박희영에게 역전당한 우지연은 "희영이가 경기 후 미안하다고 했지만 나는 진심으로 희영이의 우승을 축하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한국에 있든, 미국 투어에 가든 서로 자주 만나면서 우정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제주=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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