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중수부장 "정치자금 부정축재" 개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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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정치자금이라는 명목으로 부정축재를 해도 되는가."

안대희(사진) 대검 중수부장이 16일 개탄 섞인 소회를 내뱉었다. 그는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도술씨를 구속하며 석달째 강행하고 있는 SK 비자금 수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중수부의 수장이다. 박지원.권노갑씨를 감옥에 보내며 현대 비자금 사건을 파헤쳐 온 지휘자이기도 하다.

그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수부장이 아닌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오프 더 레코드 (off the record.비보도 전제)로 말한다"며 쓴소리를 했다.

"정치자금을 받아 선거에 쓰는 건 좋지만 부정축재한 것까지 정치자금으로 봐야 하는 건 아니다"는 얘기였다.

"일반 공무원은 5백만원 정도 받고도 모두 다 감옥에 간다. 그런데 선거 때 정치자금이라면서 돈을 받고는 거기에서 한몫 챙겨 외국에 빌딩도 사고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하는 것은 부정축재가 아닌가.""수사 과정에서 정밀하게 조사해 보면 수사팀에서도 분개할 때가 많다."

수사에 임하는 그의 결의와 심정의 일단을 읽을 수 있는 말들이다. 전날 조사받은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을 비롯해 SK 비자금을 받은 몇몇 정치인의 추가 소환을 앞둔 시점이어서 특히 주목됐다.

그는 또 "이번 기회에 SK 비자금과 관련된 정치인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계속한다. 한점의 의혹도 없이 모두 수사한다"며 발본색원 차원의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했다.

하지만 비보도를 전제로 한 자신의 발언 내용이 통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대검 기자실에 들러 "정치인들을 싸잡아 비난한 게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외국에 빌딩이 있다든지 하는 것은 외국에서 그런 말이 돈다는 정도이지, 수사와 직접 관련돼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수사 검사로서 개인적인 소회일 뿐이니 확대해석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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