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기 시대<12>|한강 하저터널공사 어떻게 하나|물밑에 콘크리트 상자연결 「침매함 공법」적극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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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해말 3, 4호선 연장노선 착공을 시작으로 열린 지하철 2기 시대 건설공사중 가장 두드러진 것 중 하나는 한강 밑을 지나는 하저(하저)터널.
바다밑을 통과하는 해저(해저)터널과 달리 하저 터널은 말 그대로 강이나 하천밑을 가로질러 건설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하저터널로 기록될 이 터널은 5호선 (왕십리∼고덕)의 광장동∼천호동네거리사이 한강에 건설된다.
이곳말고도 5호선 여의도∼마포사이, 분당선의 성수대교∼영동대교사이, 7호선 뚝섬유원지∼청담동 삼익아파트 앞 구간등 모두4곳.
공사비가 강위에 다리를 놓는 것보다 20∼30%가량 더 드는 하저터널을 굳이 뚫기로 한 것은 지하철통과노선 주변의 소음등 환경문제도 있지만 갈수록 부담이 커지는 땅값 보상이
큰 이유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
물론 시설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아 안보차원의 이점도 있지만 여의도지역처럼 주거·업무용 건물이 밀집된 지역에는 지상철길을 건설할 수 없는등의 도시여건문제 때문이기도 하다.
천호대교와 광진교사이 5호선 하저터널은, 강폭과 지하철이 들어가고 나오는 출입로의 경사도를 감안한 전체길이가 2㎞정도.
국내외적으로 하저터널 건설방법은 2가지. 강바닥의 암반층 밑으로 터널을 뚫는 방법과 강바닥을 고르게 정리한 뒤 일정한 크기로 만든 터널용 콘크리트상자를 차례로 물밑에 가라앉혀 연결시키는 침매함(침매함) 공법으로 나뉜다.
서울지하철의 경우 현재 한강밑의 모래·자갈층과 암반층 상태가 전반적으로 좋아 지반이 내려 앉는 등 불상사가 일어날 확률이 없을 것으로 분석돼 침매함 공법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이 공법은 한창 공사중 암반이 갈라진 부분이나 울퉁불퉁하게 고르지 못한 암반층에 물이 한꺼번에 쏠리는 현상을 만날 경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는등 결코 쉽게 볼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외국의 경우 지하철 하저터널은 이미 여러 곳에 건설돼 있으며, 특히 세계최초의 하저터널인 영국 템즈강 횡단터널은 당시 토목기술자 한 사람이 사재를 털어 대를 이어가며 건설하다가 정부의 지원을 방아 완공되기도 했다.
외국의 지하철 하저터널 대부분이 암반 밑을 통과하는데 비해 미국 샌프란시스코만을 가로지르는 터널은 터널박스를 가라앉혀 만들었다.
하저터널은 아니지만 85년3월 착공20년10개월만에 완공돼 세계 최강의 해저터널로 큰 관심을 불러모았던 세이칸 (청함) 터널은 해저23·3㎞, 지하30·5㎞를 합해 총 길이 53·85㎞.
혼슈(본주) 와 홋카이도(북해도)를 잇는 이 터널은 쓰가루(진경) 해협바닥1백m 밑으로 통과, 수심1백40m을 감안하면 바다밑 2백40m를 통과하는 셈.
지하철건설을 계기로 우리나라에도 하저터널 시대가 열리게 됐으나 중간에 역이나 강 밑을 볼 수 있는 별도의 시설이 설치되긴 어려워 지하철 터널이용 시민들이 느끼는 감각은 한강 위를 지나며 가질 수 있는 시원한 조망감은 힘들 전망. <끝>

<김기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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