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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활명수부터 '무전기형' 휴대전화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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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상표의 100년사'(구한말~1995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가 생겼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30일부터 사흘 동안 열리는 '2006 상표.디자인전'이다. 이 전시회는 특허청과 경제 4단체가 공동 주최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전시방은 '트렌드 히스토리'다. 이 관을 꾸민 김수기 문학평론가는 "상표에 투영된 시대별 생활상이 어떠했는지 알아보자는 취지에서 이 방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말라리아 치료제로 쓰인 '금계랍'은 19세기 말에서 1910년 이전에 국내에 장티푸스가 꽤 창궐했음을 말해 준다. 1910년대 초 만병통치약으로 인식된 '활명수', 일제시대 조미료의 대명사인 '아지노모도', 60년대 알약으로 판매된 '박카스', 90년대 새로운 통신수단으로 등장한 '삐삐'도 전시됐다. 1916~20년 유행했던 '석유범랑간판'은 등잔불 원료로 아주까리 기름을 사용하다가 한 홉이면 열흘 밤을 밝힐 수 있는 석유 등잔으로 바뀐 세태를 말해 준다.

1919년 설립된 경성방직은 식민지시대 순수 민족자본으로 세운 기업으로, 일본의 직물에 대항해 '태극성' '삼성표' 등의 상표를 단 제품을 팔기 시작해 한국 면방산업의 태동을 알렸다. 1926~30년 S마크가 돋보이는 독일제 싱가미싱은 근대 여성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됐다.

우리나라 최초로 출원된 상표는 하늘 천(天)의 글자를 동그라미가 싸고 있는 상표(1950년)로, 고무신에 주로 쓰였다. 이명래고약은 1905년 생약 성분을 이용해 개발한 종기 치료제로, 55년 상표 등록함으로써 사람의 이름을 브랜드로 사용한 최초의 상표로 기록됐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상표 가운데 최장수 상표는 '샘표간장'이다. 54년에 등록된 상표다. "보고는 몰라요, 들어서도 몰라요, 맛을 보고 맛을 아는 샘표간장"이란 CM송도 한동안 유행했다. 특허청은 이와 함께 위조 상품을 한자리에 모은 '페이크 앤 리얼'관도 선보인다. '짝퉁'과 진짜 상표 100여 점을 전시한다. '참이슬'과 '참일슬', '양파링'과 '양파깡', '맥심'과 '맥카' 등이다. 중국과 인도 등에서 유통되고 있는 우리나라 제품의 모조품도 있다.

심재우 기자

◆바로잡습니다◆

'금계랍'은 '장티푸스 치료제'가 아니라 '말라리아 치료제'로 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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