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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최후의 공산국”/사토 가쓰미(특별기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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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차우셰스쿠 처형에 김일성 큰 충격/사상ㆍ정보 통제로 변화거부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 전대통령부부가 국민의 손에의해 처형되는 것으로 89년의 막이 내렸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동구가 변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천안문사건이 발생,2개월후에는 「민주ㆍ개혁」의 파도가 동구에 파급되어 순식간에 동구전지역으로 확대되면서 약속이나 한듯이 공산당 1당독재마저 부정해 버렸다.
베를린장벽이 저처럼 쉽게 무너지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놀라운 것은 루마니아사태의 급격한 변화다. 11월중순 공산당대회때만 해도 차우셰스쿠 지지일색으로 전세계에 보도되기도 했다. 그러나 1개월도 안되어 루마니아국민의 손으로 차우셰스쿠는 처형됐다. 전세계 사람들이 자신의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동구정세에 한정해 보면 앞으로 문제가 되리라고 생각되는 것은 공산당1당지배를 부정하는 조류가 소련으로 밀어닥쳐 소련내에서 커다란 정치문제로 발전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르바초프서기장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알 수 없지만 만일 소련 공산당이 동구공산당처럼 공산당1당 독재의 부정을 용인한다면 이는 차우셰스쿠처형에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국제정치상 대사건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공산주의 고수를 주장하고 있는 중국ㆍ북한ㆍ쿠바등 공산당과의 사이에 결정적인 차이가 생겨난다. 이들 3개국 공산당이 생각을 바꾸지않는다고 하더라도 국제정치의 틀 자체는 변화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소련 공산당의 동향이 특히 주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되는 것은 중국이나 북한공산당이 이같은 국제정세속에서 현재의 노선을 유지해갈 수 있겠느냐의 문제다.
동구변화가 북한에 영향을 미치지않을 수 없으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확실히 지난해 8월께부터 북한공산당은 이상할 정도로 사상통제를 하고 있다. 최근사태가 동구정세의 반영이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지난해 10월하순 북한고위지도층 가운데 한사람이 극비리에 모스크바를 방문,고르바초프서기장과 만나 소련ㆍ동구의 한국승인중지 등을 요청했지만 목적을 이룰 수 없었다고 한다. 그 직후 김일성주석이 급거 북경 비밀방문(11월5∼7일)을 강행한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때를 전후하여 북한 박성철부주석의 당내서열이 급속히 떨어진 사실도 주목을 끌고있다. 박의 서열후퇴는 현실노선으로의 정책전환을 김일성주석에게 진언한 것이 그 이유라고 알려진다.
이는 비공식 정보지만 최근 상황진전으로 보면 전혀 엉뚱한 추측만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일성정권이 현재의 정책을 바꾸리라고는 보이지않는다. 현재 그 조짐조차 느낄 수 없다.
김일성정권의 눈으로는 개방경제체제를 채용하면 「천안문사건」이 일어나며 페레스트로이카(개혁)를 실시하면 동구사태가 발생한다.
특히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실각은 김일성정권에 상상을 넘는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루마니아와 북한과는 소련과 상대적 거리를 지키면서 자주노선을 걸어왔고 국내정치체제는 1인독재ㆍ혈연중심의 권력장악,비밀경찰에 의한 자유ㆍ인권의 억압,경제의 사실상 파탄이라는 점등 많은 유사점을 갖고있다.
그러나 북한이 루마니아와 다른점은 국민이 밖으로부터의 정보에 완전히 차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국민은 조선조말기­일제하­스탈린주의­김일성독재라는 역사적 체험의 지속가운데 「자유」라든가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알고있지 못하다.
이 점이 동구와 결정적으로 다른 것이다. 이밖에 만약 국민이 일어선다고해도 북한군이 국민의 편에 선다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 북한의 개혁은 공산권 최후의 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약력
▲1929년생 ▲고교중퇴후 전후노동운동 ▲일본 공산당원(56∼66년) ▲일조협회 니가타(신사) 시지부 사무국장 (60∼64년) ▲일본ㆍ조선연구소사무국장(65년) ▲66년 좌익에서 전향 ▲62년부터 월간지 『조선연구』발간,이후 『현대코리아』로 개칭 ▲현대코리아연구소장(84년이후) 『나의 체험적 조선문제』저술 및 『동토의 공화국』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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