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투기꾼 입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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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동 개인주택에 살다 지난 1982년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압구정동 미성아파트 47평형으로 이사하면서 24년째 강남 주민으로 살고 있는 송일성(71)옹은 요즘 두가지 난제를 어떻게 풀까 깊은 고민에 빠졌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세금을 계속 물자니 빚을 내야 할 형편이고,이사를 가려고 하니 양도소득세가 너무 많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송 옹은 강남지역 아파트 탐방시리즈를 취재하기 위해 아파트를 방문한 기자에게 "70평생 모은 재산이라고는 아파트 한채 뿐이다"며 "정부에서 노인 정책 운운하지 말고 제발 맘 편하게 살 수있도록 해달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1994년 대기업에서 퇴직한 송옹은 1남2녀를 모두 출가시키고 부인과 함께 10여년째 퇴직금 이자와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2004년 30여만원에 불과하던 재산세가 올해 2백여만원으로 크게 늘어난데다 올해말에는 엄청난 금액의 종부세까지 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세금 낼 돈이 없었던 송옹은 융자를 내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역모기지론"을 이용해 보라는 얘기를 듣고 되돌아왔다.

고민끝에 집을 팔기로 하고 부동산을 찾았으나 "아파트를 매도할 경우 2억여원의 양도소득세를 물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

"수지쪽에 이사를 가려고 했는데 양도소득세를 내고나면 같은 평형대의 아파트를 살 수없을 것같아 과연 집을 팔아야 하냐는 걱정때문에 잠도 안 온다"며 "우리 아파트 주민 대부분이 나와 같은 고민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세금이 무서워
= 공시지가와 이에 따른 재산세 상승률이 너무 지나치다는 것이 입주민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56평형에 살고 있는 이명재(75)옹은 "2004년 4억6000여만원이었던 아파트 공시지가가 지난해에는 8억8000여만원,올해에는 10억8600여만원으로 껑충 뛰었다"며 "공시지가가 이처럼 급증하니 기대심리가 높아져 집값이 덩달아 뛰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공시지가 전국평균 인상율은 16%에 불과한데 반해 강남지역은 30~40%가 넘는다"며 "강남지역에 대한 편파적인 세금정책을 펼치는 것이 주민 저항에 부닥치는 가장 큰 원인이다"고 덧붙였다.

공시지가 상승과 함께 재산세 부과액도 큰 폭으로 늘어난 것도 주민들의 부담이다.

예컨대 56평형의 경우 재산세가 지난해 117만원 안팎에서 올해 210만원 안팎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32평형에 살고 있는 이신자(64.여)씨는 2003년부터 올해 1차분(7월) 재산세 영수증까지 기자에게 제시하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따르면 2003년 10만7620원이었던 재산세가 2004년 15만6040원,2005년 54만0160원(7,9월 2회 분할 납부)으로 2년만에 무려 5배가 늘어났다.올해의 경우 재산세 탄력세율의 적용을 받으면서 50%가 감면돼 7,9월에 각각 40만여원씩 총 80만여원을 납부하게 돼 있다.

이씨는 "요즘 경기 불황으로 보험회사 영업소를 하는 남편의 수입이 변변치 않은데 세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빚을 내 세금을 내야 할 형편이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4년전에 공기좋은 곳에서 살려고 분당.일산 지역 아파트를 알아보다 미성아파트 매매가가 더 싸 이사를 왔는데 정부에서 강남에 위치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들 지역보다 공시지가를 훨씬 높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매년 연말에 재산세와 별도로 부과되는 종부세 부담도 걱정거리다.

주민 문정엽(59)씨는 "내가 살고 있는 56평형의 경우 1000만원 이상의 종부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2억5000만~3억원인 양도소득세 때문에 이사도 못가고, 세금 납부할 방법은 막막하고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고 말했다.

◇왜 반발하나
= 주민들은 정부가 "소수의 투기꾼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강남 전체 주민들에게 너무 과중한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예컨대 미성아파트 주민들 대다수의 경우 아파트 입주 초기부터 20년 가까이 살고 있는 주민으로 투기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60대 이상의 퇴직 고령자가 70%이상으로 대부분 연금 수입에 의존해 살고 있어 고액의 세금을 물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김영임 부녀회장(68)은 "주민들이 정당한 세금을 못내겠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정부에서 강남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투기꾼으로 몰아가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세금폭탄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에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제 아파트 주민중에 세금 부담 때문에 은행에 빚을 내거나 세를 주고 다른 지역의 싼 아파트로 이사를 한 경우도 있다"며 "정부에서 국민의 어려움을 헤아리는 세금정책을 펼쳐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압구정동 미성아파트 주민을 위한 제세 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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