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내 딸을 고소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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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신용카드 빚을 갚기 위해 가족 소유의 부동산을 담보로 사채를 빌려 썼다가 재산을 모두 날린 20대 여성이 어머니의 신고로 구속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1일 가족 공동소유의 부동산 등기권리증을 훔치고 인감증명을 위조한 혐의(사문서 위조 등)로 오모(24.여)씨를 구속하고 이 서류를 이용해 부동산을 매각한 혐의(사기 등)로 황모(33)씨 등 사채업자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연기지망생이던 오씨는 고교를 졸업하고 방송국 아르바이트 일을 하던 2001년 지급능력도 없으면서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함부로 쓰다 2000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 오씨는 카드회사로부터 지급 독촉을 받자 가족들과 상의도 없이 2002년 7월 한 대부업체를 찾아가 3000만원을 빌렸다. 그러나 오씨는 살인적인 고리를 감당하지 못했고 결국 2년 만에 빚이 20여억원으로 불어났다.

이에 사채업자들은 오씨가 어머니 송모(52)씨.언니.동생과 공동명의로 경기도 남양주시 일대 토지 1만3000여 평과 서초구 잠원동 35평 아파트 등 6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오씨에게 부동산 관련 서류를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오씨는 이들의 협박을 견디지 못하고 가족 몰래 부동산 등기권리증을 훔치고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유명 연예기획사와 계약을 맺는 데 필요한 서류"라고 속여 가족들의 사인까지 받아냈다. 이를 통해 사채업자들은 2004년 9월 오씨 가족의 재산을 모두 팔아버렸다.

날벼락을 맞은 어머니 송씨는 월세방을 전전하면서 사채업자들에게 재산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사채업자들이 정상적 계약이었다며 폭언을 하자 지난해 11월 경찰에 딸과 사채업자를 함께 고소했다. 송씨 등이 자신의 부동산을 되찾으려면 불법으로 거래됐다는 점을 들어 부동산 매입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내는 방법이 있으나 승소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한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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