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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듯 걷는 무도병 알콜 중독"요 주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연말연시를 맞아 술을 가까이 하는 일이 잦아지다 보면 알콜 중독에 빠지기 쉽고 이에 따라 갖가지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최근 용인 정신병원 팀은 세계적으로 희귀한 알콜 금단에 의한 무도병을 학계에 보고했다.
회사원 이모씨(33)가 손발이 따로 놀고 걸음을 춤추듯 걷게 돼 이 병원을 찾았다.
이씨에 따르면 평소에 즐겨 술을 마시던 이씨는 최근 망년회 등으로 3일 연속 새벽까지 마시고 몸이 불편해 하루를 집에서 쉰 뒤 다음날 출근하려니까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진단결과 신체가 계속 알콜에 의존돼 있다가 알콜 공급이 갑자기 중단되면서 중추신경계에 이상이 와 춤추듯 걷게 된 무도병이었다. 이 병은 알콜 중독의 일종이라고 용인 정신병원 팀이 밝혔다.
알콜 중독의 기준은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금단 증상이 생길 때부터로 잡는다.
경희대의대 장환일 교수(신경정신과)는『술을 갑자기 끊었을 때 손이 떨리는 등 금단증상이 생긴다면 알콜 중독 상태』라고 밝히고『가벼운 금단증상으로는 손 떨림이나 위장염을 들 수 있으나 심할 경우 불안·초조·피해망상 등 정신장애가 수반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술을 얼마만큼 많이 마실 수 있느냐는 간의 알콜 분해 효소에 달려있는데 이 알콜 분해 효소가 개인마다 큰 차이가 나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으나 1주일에 1회 이상 수년간 상습적으로 음주하면 알콜 중독의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 음주 후 자신이 한 행동이 생각나지 않는 경우, 즉「필름이 끊기는 정도」의 물음이 한 달에 한번이상 계속될 때 중독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일반적으로 술을 마신 뒤 피 속의 알콜 성분이 0.3%정도면 기분이 좋아지고, 0.5%이상이 되면 몸에 이상이 오며, 5%정도면 호흡 중추가 마비돼 사망하는 것으로 알러져 있다.
이같이 정도이상의 알콜이 체내에 흡수되면 신체 모든 부위에서 이상 증상이 생기며 특히 간·뇌·췌장에 큰 충격을 준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고려대 서동운 교수(소화기내과)는 『마신 술이 체내에 흡수되면 적절한 화학반응을 거쳐 분해된 후 배설되는데 이 과정이 모두 간에서 이뤄진다』고 밝히고 처리능력 이상의 알콜이 체내에 들어오면 간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고 조언했다.
즉 일반적으로 하루평균 40g(소주1홉, 맥주1천cc)이상의 알콜이 매일계속 몸 속에 들어오면 10년 이내에 간염·간경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상습적 음주는 또 뇌세포를 죽여 뇌의 기능을 저하시키는데 알콜 중독자들의 뇌는 정상인의 뇌보다 훨씬 가볍다.
한편 술의 피해는 개인 차원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큰 손실을 가져온다.
현재 서구에서는 반사회적 행위 차원에서 알콜 중독 퇴치운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아동학대의 67% ▲강간 40% ▲구타 69% ▲살인 64%가 알콜과 관련돼 일어난다는 것.
장 교수는『알콜 중독은 앞으로 질병 차원으로 다뤄야 할 것』이라며 『과다한 상습적 음주는 정신질환』이라고 규정했다.
한편 술을 많이, 그리고 상습적으로 마실 경우 알콜 중독은 피할 수 없는 일이므로 다음 몇 가지를 유의해 마셔야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2∼3일의 간격을 두고 마신다 ▲폭음했으면 1주일 이상 쉬어야 한다 ▲영양결핍을 막기 위해 안주를 많이 먹는다 ▲고독하게 혼자 마시는 경우 술에 탐닉하게 되므로 여럿이 어울러 마시는 것이 좋다 ▲약한 술을 천천히 마신다.<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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