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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 1000억대 순익 중 수백억원대 사용처 불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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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사행성 성인오락기인 '바다이야기'를 만들어 판 에이원비즈와 지코프라임이 2004년 말부터 1년 반 만에 3000억원 이상의 판매수익과 1000억원대의 순수익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 자금 중 일부가 정.관계로 흘러갔는지를 추적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는 20일 '바다이야기' 제조사인 에이원비즈 대표이사 차용관(35)씨와 판매사인 지코프라임 대표이사 최준원(34)씨를 구속 기소했다. 또 게임기 제조업체로부터 "심의를 통과시켜 달라"는 청탁과 함께 1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영상물등급위원회 홍모 부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차씨 등은 지난해 1월~올 6월 연속으로 2만원씩 받을 수 있는 이른바 '연타' 기능을 몰래 설치한 게임기 4만5000대를 만들어 유통시켰다. 이들은 투입금액의 최고 200배인 당첨 허용 상한액을 2만5000배까지 늘린 이 같은 기계를 대당 550만~770만원을 받고 판매했다.

검찰은 사행성 게임 '황금성' 제작사 대표 이모(47)씨도 구속 기소했다. 최고 당첨 제한 액수를 100배까지 늘리고, 투입금액 대비 최고 2만 배의 당첨이 가능한 기계 1만5000대를 대당 880만원가량 받고 판매한 혐의다.

◆ 제3자 실소유주 가능성=검찰의 또 다른 수사 초점은 바다이야기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를 규명하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에이원비즈 차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일부 주주가 지분 소유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다. 이 업체의 실제 소유주가 제3의 인물일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이다.

에이원비즈의 지분 관계는 대표 차씨가 40%, 지코프라임 대표 최씨가 30%를 소유한 것을 비롯해 이사 김모씨와 송모씨가 각각 20%와 10%를 갖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20일 브리핑에서는 구속 영장 내용 중 이 부분을 부인했다. "재차 조사를 했더니 자신들이 실소유주라고 하더라"는 설명이다. 검찰은 또 "이들의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조사하고 있다"면서도 "정치권에 들어갔을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 노지원씨 사표 과정도 의혹=검찰은 노무현 대통령의 조카 노지원(42)씨가 지코프라임이 인수한 우전시스텍의 기술이사로 재직했던 것에 대해 "수사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사행성 게임 제조나 판매를 수사했기 때문에 우전시스텍은 그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씨는 바다이야기 제조회사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있기 하루 전인 지난달 5일 사표를 제출했다. 검찰 수사를 미리 알고 있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검찰은 "노씨 사표를 수리한 지난달 5일의 주주총회는 2주 전에 일정이 잡힌 것으로 우연의 일치"라고 해명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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