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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차우세스쿠 족벌 왕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4반세기에 걸쳐 루마니아를 4면 절벽의 절해고도로 만들어 놓고 전횡을 일삼아온 차우셰스쿠 루마니아대통령(72)은 거대한 족벌간조를 구축해 놓았다.
최근 개혁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유혈참사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차우셰스쿠가 예정대로 이란 공식방문을 수행한 것을 보디라도 차우셰스쿠 족벌체제가 얼마나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으며 그가 얼마나 이를 굳게 신뢰하고 있는지를 쉽게 알수 있다.
「루마니아 정신의 빛나는 상징」,「영웅적인 여성지도자」등으로 불리던 차우셰스쿠 후계자로서 인정받고 있는 부인 엘레나(70)는 제1부 총리 겸 당 정치국원, 과학기술 평의회의장을 맡고 있으며「국모」로 국영매체에서 숭앙되고 있다. 아들 니쿠(39) 도 정치국원과 청년부 장관직을 겸직하고 있다.
차우셰스쿠의 형제들도 모조리 굵직한 감투를 쓰고 있다. 형 이온은 국가계획청 장관, 동생 니골라이 안드루타 중장은 경찰과 비밀정보기관이. 새큐레타리를 장악하고 있으며 나머지 동생 2명도 일리에는 국방차관, 막내 플로레아는 당 기관지 신테이야지 편집국장으로 차우셰스쿠 5형제가 국가권력의 핵을 모두 차지하고 있다.
족벌정치의 행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누이동생 마리아는 공산당 여성국장이며 매제인마네아 마네쿠스는 국가 평의회 부의장이고 며느리 크리스데스쿠도 당 청년분과 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처쪽도 만만치 않아 큰 처남인 게오르그는 전자기계 공업 담당 당 서기이고 둘째 처남인 일리에 베르데르는 광업부차관, 세째 바실리에 바르불레스쿠는 농업담당서기이며 부쿠레슈티건의 시장은 처족이다.
오직 차우셰스쿠의 딱 엘레나 조에만이 정치와는 무관하게 부쿠레슈티 국립 과학기술연구소 연구원으로 학문에 몰두하면서 아버지의 족벌정치를 틈만 나면 비판, 차우셰스쿠 족벌군단의 이단기로 따돌림받고 있다.
복잡한 족벌 구도를 요약하면 공산당 중앙위에 9명, 정부· 입법·사법기관·군부 등에 40여명 등 모두50명의 족벌들이 요소 요소에 포진해 차우셰스쿠 24년 독재의 근골을 이루고 있다.
차우셰스쿠는 그래도 부족한지 전국 고아원을 뒤져 총명한 아이들을 선발, 엘리트 교육을 받게한뒤 당 요직에 배치해 친위대처럼 부리며 불평 불만분자를 색출하고 개인 숭배사상을 퍼뜨리는 나팔수로 사용하고 있다.
양자로 호칭되는 이들의 숫자는 근 3천명에 이르며 인사·대우 등 모든 면에서 대외적인 특권을 누리고 있다.
TV방송의 3분의1은 차우셰스쿠 얘기로 채워지며 밍크 코트와 다이아몬드 반지로 몸을 감싼 부인 엘레나는 국립 박물관에 개인 전시실까지 갖고 있다.
독재와 족벌 정치에 맞서 분연히 일어선 루마니아인들의 개혁시위는 차우셰스쿠 왕조붕괴의 전주곡이 되어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데 과연 차우셰스쿠 족벌 정치가 이번 시위로 종식되게 될지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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