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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로 타르' 미 담배에 못 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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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 행정부가 필립 모리스를 비롯한 메이저 담배 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17일 보도했다. 이번 승소 판결은 빌 클린턴 행정부가 1999년 첫 소송을 제기한 지 7년 만에 나왔다.

글래디스 케슬러 연방지법 판사는 이날 판결에서 "담배 제조업체들이 서로 공모해 수십 년 동안 흡연의 해독을 속여온 점이 인정된다"며 "신문과 웹사이트를 통해 담배의 해독을 적극 알리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케슬러 판사는 또 "담배회사들은 앞으로 '라이트(light)'나 '로 타르(low tar)' 같은 단어를 일절 써서는 안 된다"며 "마치 건강에 해롭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이런 표현은 담배 포장에서 모두 없애라"고 판결했다. AP통신은 "담배회사들이 부당이득금지법을 어긴 것으로 판명된 첫 사례"라고 전했다.

케슬러 판사는 하지만 정부가 담배회사들에 금연 프로그램 비용을 요구한 데 대해서는 "전국적인 금연 프로그램이 공중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은 틀림없지만 법원이 이를 명령할 수는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담배회사들은 비록 이날 패소는 했지만 100억 달러(약 10조원)에 달하는 금연 프로그램 비용 부담에서 벗어나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됐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가 제기한 이 소송은 이기기 어렵다"며 소극적 태도를 보이다 비판 여론에 직면하자 소송을 계속 진행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담배회사들의 금연 프로그램 비용 부담액을 130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로 크게 낮춰 "업계 봐주기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내부조사를 벌인 뒤 "이 정도면 재판에서 이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부담액을 낮춘 것일 뿐 다른 부정한 의도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해명했다.

이번 소송의 피고 담배회사는 필립 모리스와 모기업인 알트리아 그룹,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 R J 레이놀즈 토바코, 로릴러드 토바코 등이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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