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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에 총 쏜 「경찰의 별」-최천식<사회부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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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세밑 강력범 소탕을 위해 총기를 지급 받은 경찰관이 사련에 눈이 멀어 신혼부부의 단란한 가정을 파괴하려 들었다.
해외토픽 난에서나 봄직한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서울 도심에서, 그것도 경찰 수뇌간부인 「경찰의 별」경무관에 의해 저질러졌다.
떼강도가 날뛰고 범죄꾼이 들끓는 판에 온 국민과 13만 경찰이 발등에 떨어진 민생치안 확립을 위해 밤낮 없이 뛰고있는 데도 아랑 곳 않고 치안책임을 맡은 경찰 고위간부가 치정에 얽혀 총기난동극을 벌일 수 있었던 그 부도덕성에 온 국민은 당혹해 한다.
사실 국민들은 이 달 초 김우현 치안본부장이 본부장직을 걸고 연말연시 방범비상령을 내리면서 일선파출소 직원은 물론 방범대원, 심지어 청원경찰에까지 총기와 실탄을 지급하고 발포명령을 내린 데 대해 내심 불안해하면서도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총기사고가 우려되긴 했지만 「밤낮 없이 날뛰는 흉악범들을 소탕한다」는 경찰의 강력한 의지에 한가닥 기대를 걸며 박수라도 보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데 시정잡배도 아닌 법 집행을 맡은 경찰간부가 하루아침에 이같은 기대를 깡그리 짓밟고 국민을 배신했다.
82년 경남의령 우범곤 순경 총기난사사건, 86년 부천서 권인숙양 성 고문사건, 87년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
경찰이 그동안 조직내부에서 굵직굵직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뼈를 깎는 반성」 「거듭 태어난다는 각오」를 들먹여온 사실을 굳이 들추어내고 싶지도 않다.
최근 들어 경찰이 국회 등에서 기회 있을 때마다 요구해온 「경찰 중립화」, 「수사권 독립」 문제도 이젠 거론하기 낯뜨거운 일이다.
그러나 불과 7개월 전인 지난 5월 국회의원이 경찰간부의 뺨을 때린 사건으로 경찰관 수 천명이 사표를 던지면서까지 되찾으려 했던 경찰의 명예와 위신은 그새 어디로 갔는가.
우리 국민은 대다수의 경찰관이 과중한 업무와 박봉, 열악한 근무조건에 시달리면서도 사명감을 갖고 직무에 충실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수신과는 거리가 먼 일부 고위공직자·경찰간부가 국가대사와 치안중책을 맡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이번 사건을 보는 국민들은 불안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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