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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만든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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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강경 이슬람 원리주의자인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다시 한번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문명의 이기와 무관할 듯 보이는 그가 직접 인터넷에 글을 써서 올리는 블로그(www.ahmadinejad.ir)를 11일 개설했기 때문이다. 이란 국영TV는 13일 이런 사실을 보도하며 네티즌들에게 대통령에게 보낼 글을 올리라고 촉구했다.

세계 국가원수 중 블로그를 하는 이는 선진국에서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손에 꼽을 정도다. 로이터는 아마디네자드가 모국어인 페르시아어뿐 아니라 아랍어.영어.프랑스어로도 볼 수 있는 블로그를 개설한 것은 자신의 정책에 대한 국제적인 지지를 얻기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그가 블로그에 올린 첫 글은 영어 번역판 기준으로 2300단어에 이르는 장문으로 이뤄졌다. 성장기의 열악한 가정환경, 미국에 대한 분노, 혁명수비대 시절 이라크와의 전쟁, 호메이니를 향한 존경심 등이 표현돼 있다.

블로그의 특성에 맞게 개인적인 경험을 적절히 섞으면서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고 있다.

아마디네자드는 이 글에서 자신이 테헤란에서 서쪽으로 90㎞ 떨어진 시골에서 가난한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냉장부품 제조공장에서 일을 하며 고등학교에 다녔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열심히 공부해 대입 전국 시험에서 응시자 40만 명 가운데 132등을 했다고 자랑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 이란 내정을 간섭하는 미국에 처음 분노의 감정을 느꼈다"고 밝히고, 블로그 왼편 구석에 '레바논 공격 뒤에 숨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의도가 새로운 세계전쟁을 촉발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담은 온라인 투표 코너를 마련하는 등 미국에 대한 증오를 숨기지 않았다.

영국 가디언지는 그의 블로그 개설에 대해 "집회에서 연설로 청중을 사로잡던 대중 정치인이 첨단 미디어까지 끌어안는 방식으로 전략적 진화를 이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의 블로그가 '열린 의사소통'이라는 인터넷 특유의 장점을 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게시판이나 방명록이 없는 것은 물론 댓글도 올릴 수만 있을 뿐 볼 수는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반정부 블로거들을 수시로 탄압해 온 전력이 있어 그의 블로그는 '정치적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파하기 위한 선전도구'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아랍어 위성방송인 알자지라의 인터넷판은 한 인권 변호사의 말을 인용해 "아마디네자드가 지난해 취임한 뒤 구금한 반정부 블로거들이 적어도 50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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