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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소비 최고치 깨졌다 예비율 빨리 확인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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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0일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에서 계통운영처 김병식 처장.조종만 부장.하철 과장(왼쪽부터)이 전력 수요를 점검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삐~삐~삐~삐이~."

10일 오전 7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 조용하던 급전소에 1~2분 간격으로 팩스 수신음이 울렸다. 발전소에서 전력량 변경을 알리는 보고서가 속속 들어왔다. 에어컨 등 냉방기기가 가동되는 출근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이다.

모니터를 응시하던 중앙급전소 직원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50인치 대형 화면 16개로 만든 초대형 전자 계통도(전국 전력 수급망 지도)에서 보고서를 보내온 고리 원자력발전소를 클릭하자 인근 발전소 현황을 보여주는 영상이 커다랗게 떠올랐다.

같은 시각, 전국 발전소의 출력 상황을 확인하던 중앙급전소 문기승 과장에게 청평 양수 발전소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발전기를 돌릴 수 있을 만큼 물이 저장됐다"는 것이다. 이 발전소는 심야에 저수지로 물을 끌어올려 저장한 뒤 아침에 가동한다.

문 과장은 "오늘도 최대 전력 소비량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발전 용량이 나올 수 있도록 물을 가득 채운 뒤 발전기를 가동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중앙급전소는 전국의 전력 수요를 예측해 우리나라 전체 발전기의 출력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곳이다. 중앙급전소는 전국 270개 발전소와 '핫라인'으로 연결돼 수시로 발전소의 발전량을 점검한다. 산업자원부 전기위원회 산하 한국전력거래소(이사장 박수훈)에서 운영한다. 본지는 폭염 속에서 전력과 씨름하는 중앙급전소의 24시간을 취재했다.

이날 오후 3시. 중앙급전소 스크린에는 '현재부하(전력소비량) 5724.2만㎾'라는 표시가 깜빡였다. 전날 대비 18만㎾ 이상 넘어 올해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순간이었다. 다음 주말께는 올해 최고 예상치인 5800만㎾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연일 최대 전력 수요를 경신하고 있지만 전체 발전기의 공급능력(6458만㎾)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다. 6458만㎾는 가정용 에어컨 6000만 대를 동시에 틀 수 있는 양이다. 만의 하나 전력 소비가 전체 공급 능력을 넘어선다면 지역별 중요도를 따져 자동으로 전원을 차단하는 비상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오후 11시가 넘어서 직원들 사이에서 "휴~"하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전력소비량이 5000만㎾ 이하로 떨어져 안정권에 들어선 것이다. 계통운영처 김병식 처장은 "아무리 기온이 올라가도 예비 전력을 최소 400만㎾ 이상 확보할 수 있어 전체 전력 수급에는 차질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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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강현 기자<foneo@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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