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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된장녀'의 온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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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녀', 외국 고급 명품이나 문화를 좇아 허영심이 가득찬 삶으로 일관하여 한국 여성의 정체성을 잃은 여자. 모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사전적 정의다.

소비지향적인 젊은 여성을 칭하기도 하는 '된장녀'에 대해 모 방송프로그램에서 그 정의와 실체에 대해 알아 볼 정도로 현재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탤런트 김옥빈이 방송도중 "할인카드 사용하면 분위기 깬다"는 발언으로 '된장녀'라 불리며 맹렬한 비난을 받는 마녀사냥을 당하기도 했다.

실체없는 '된장녀'. 하지만 이미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접하고 뇌리에 각인돼 있을지 모른다. 방송중인 드라마 속에도 '된장녀'식 인물캐릭터가 등장한다.

방송중인 KBS 2TV 주말극 '소문난 칠공주' 속 최정원이 연기하는 '나미칠'을 보라. 극중 머리부터 말끝까지 명품으로 치장한 화려한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지나친 소비성향으로 인해 카드빚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심지어 카드빚을 갚기위해 '애인대행인터넷 사이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현재 전파를 타고 있는 MBC 일일극 '얼마나 좋길래'속 윤세아가 연기하는 '이혜주' 역시 광의적인 의미의 된장녀다. 태어날 때부터 재벌집에서 자라 식성 취향 외적인 세련됨까지 가진자의 도도함으로 뭉쳤다. 드라마속 순박한 조여정과는 정반대의 인물이다.

SBS 아침드라마 '맨발의 사랑' 속 여주인공 전혜진의 어머니로 등장하는 '양정사'(박정수 분) 역시 '된장녀'식 사고를 지닌 중년부인이다. '젊다'는 말이나 '예쁘다'는 말에 홀딱 넘어가고, 하던 사업이 폭삭 망해서 미혼모인 딸네 집에 얹혀 살면서도 항상 외모에 신경쓰고, 무슨일이 있어도 택시만 탄다.

비단 우리나라 드라마 속에만 등장하는 게 아니다. 실체없는 '된장녀'의 이미지와 가장 가까운 캐릭터 중의 하나는 HBO의 인기시리즈 '섹스 앤 더 시티'의 여주인공 캐리 브래드쇼다. 사라 제시카 파커가 연기한 캐리 브래드쇼는 뉴욕에 살고 브런치를 즐기는 전형적 캐리어 우먼. 집세를 걱정하면서도 수백달러짜리 명품 구두에 혹해 결국은 쇼핑을 하고 만다. 호화 명품을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듯 센스있게 코디한 사라 제시카 파커의 이른바 '믹스 매치' 패션은 전 세계 여성들을 열광시키기도 했다.

영화 속에도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무수히 많다. 또 '된장녀'라는 말이 탄생하기 전에는 '된장녀'가 없었다고 부정할 수 없다. '된장녀'라는 말이 최근 인터넷 핫이슈로 떠올랐을 뿐, 내 멋에 살고 내 멋에 사는 소비지향적 젊은 여성들은 예로부터 존재해왔으니까. (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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