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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中國서 만든 일자리 100만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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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가서 만든 일자리가 1백만개.'중국이 돈과 기업뿐 아니라 일자리까지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처럼 되어 가고 있다는 점을 새삼 절감케 하는 수치다.

물론 임금수준 등을 감안하면 한국 내 일자리가 그만큼 줄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기업을 '모시는'중국의 사업환경과 우리 현실을 대비하면 걱정이 앞선다. 이석영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솔직히 빼앗기지 않아도 될 일자리까지 넘어가는 게 아니냐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편집자]

중국 대륙을 향한 국내 기업들의 행렬은 언제쯤 끝날까. 기업들이 불황으로 고전하면서도 중국 투자는 꾸준히 늘리고 있다. 올 상반기 대(對)중국 투자액은 지난해 동기보다 34% 급증했다.

투자 패턴도 크게 달라졌다. '임금 따먹기'식의 단순 임가공 위주에서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첨단 업종에 대한 투자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유진석 수석연구원은 "이젠 중국에 진출한 선진국 기업들과 품질경쟁을 해야 하는 구도로 바뀌어 한물 간 기술로 중국 시장을 노크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 고가 제품으로 승부=삼성.LG.SK.현대차 등은 중국 현지에 공장뿐 아니라 연구개발(R&D)센터까지 옮겨가고 있다.

LG화학은 이달 초 상하이(上海) 상가 밀집지역에 대규모 산업건자재 판매장을 열었다. 중국에 고급 아파트 건설 붐이 일면서 커지고 있는 고급 내장재 시장을 파고들기 위한 거점이다. LG는 2005년까지 중국 내 전자분야의 연구개발 인력을 2천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삼성도 고급 제품 위주의 브랜드 마케팅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쑤저우(蘇州)에 있는 TV 공장은 보급형 TV에서 파브와 평면TV로 생산 비중을 옮기고 있다. 톈진(天津)에 있는 애니콜 휴대전화 공장은 물건 대부분을 중국 내수시장에 내놓고 있다.

SK는 정보통신.생명과학.에너지 화학 등 그룹의 3대 주력사업을 중국에 뿌리내리려는 전략을 세웠다. 현지인 채용전략에 따라 중국사업 총괄 책임자와 주요 연구소장에 중국인을 기용했다.

효성은 고기능 섬유인 스판덱스와 타이어 보강재 타이어코드 등 주력 제품의 중국 공장을 국내 공장보다 더 키우기로 했다.

이웅렬 코오롱 회장은 "중국에서 불특정 다수의 기업을 상대로 하는 사업을 하지 않고 몇몇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사업에만 선별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 중국 투자 왜 줄잇나=한마디로 한국보다 사업환경이 좋다. 상하이는 올 여름 연일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로 진땀을 흘렸다. 그러나 기상 당국은 38도 이하로 기상예보를 했다. 38도 이상이면 근로자들이 회사에 안 나가도 되기 때문에 외국기업의 어려움을 배려한 결과다.

다음달 칭다오(靑島)에 프린터 공장을 준공하는 신도리코는 중국 당국의 파격 지원에 놀랐다. 진입도로를 내주고 전기.하수처리 등 기반시설을 무상 제공했기 때문이다. 투자업종이 첨단이라는 이유로 그런 칙사 대접을 받았다. 무엇보다 임금이 싸고, 노사분규가 없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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