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한국은 성장률 낮아 걱정인데 중국은 왜 긴축정책 펴려하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틴틴 여러분. 요즘 세계 경제의 큰 관심사 중 하나가 중국의 긴축정책입니다. 중국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까지 나서서 경제성장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며 긴축정책으로 경기를 완화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요? 요즘 우리나라에선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고 걱정하는 판인데 중국은 경제 성장률이 너무 높다고 이를 낮추겠다니….

우선 이해를 돕기 위해 중국의 성장 속도를 보기로 해요. 중국의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즉 흔히 말하는 경제 성장률은 11.3%에 달했습니다. 지난 10년간 가장 높은 수치랍니다. 우리나라의 올해 목표 성장률이 5%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속도지요.

경제가 이처럼 빠르게 내달리는 게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랍니다. 경제 전체의 실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보다 더 빨리 성장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사람도 체력을 무시하고 마음만 앞서 빨리 뛰다간 넘어지거나 다치지요.

경제도 이와 비슷해요. 어느 순간 성장의 동력이 식을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는 겁니다. 경기가 늘 좋으라는 법은 없습니다.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습니다. 문제는 좋다가 나빠지는 순간에 벌어집니다. 이 연결이 부드럽게 이어져야 경제에 충격이 적은 법입니다. 이를 '연착륙(소프트 랜딩)'이라고 부릅니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가볍게 착륙하는 모습에서 따온 말입니다. 반면 경기가 과열된 상태에서 갑자기 냉각되면 충격이 큽니다. 비행기가 착륙하다 지면에 쾅 부딪치는 걸 연상하면 됩니다. 이를 거품이 꺼진다고도 합니다. 1990년대 초중반 호경기를 맞았던 우리 경제가 97년 외환위기로 큰 후유증을 앓았던 것이나, 일본 경제가 80년대 호황을 누리다 90년대 들어 거품이 꺼지면서 장기불황을 겪었던 것이 그런 경우입니다.

중국도 이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빠른 성장의 이면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답니다. 가장 큰 게 부동산 거품이지요. 부동산 값이 계속 오르긴 하는데 언제 찬바람이 불어닥칠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랍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 성장의 속도를 조금 조정하자는 게 중국 정부의 의도입니다. 쉽게 말해 과속으로 달리고 있는 자동차가 사고를 일으키기 전에 살짝 브레이크를 밟아주겠다는 겁니다.

그럼 긴축에는 어떤 방법을 쓸 수 있을까요. 조금 전문적인 말을 쓰자면 주로 부동산이나 공장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수출을 조금 덜 하는 식으로 경기를 식힌답니다.

중국이 지금까지 꺼내든 긴축정책은 주로 기업에 대한 돈줄을 죄는 것들입니다. 우선 4월 말 대출금리를 올렸습니다. 대출 이자가 비싸지면 기업들이 은행 돈을 마구 쓰기 어렵겠지요? 또 7월에는 시중은행의 예금 지급준비율을 인상했습니다. 예금자들이 예금해둔 돈을 내달라고 할 때를 대비해 은행들이 평소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 돈의 액수를 종전보다 늘린 조치입니다. 은행들이 돈을 더 많이 쌓아두고 있어야 하니 기업에 대출해줄 돈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지요.

여기에다 일부 수출 기업에 대한 세금 환급 축소 조치도 나왔습니다. 수출 기업에 부담을 줘 수출이 너무 많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자는 겁니다. 직접적인 투자 억제정책도 있습니다. 신규투자나 외국인에 의한 인수합병(M&A)에 대한 규제를 까다롭게 만드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런데 중국은 아직 고강도의 긴축정책을 한꺼번에 내놓지는 않고 있습니다. 시장에 충격을 주는 것을 피하자는 의도지요. 대신 소규모 긴축정책을 하나 둘씩 꺼내면서 연착륙을 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부동산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는 계속 밀려오고 있고, 지방정부들은 중앙정부의 의도와 관계없이 경기를 자꾸 띄우고 있습니다. 만일 소규모 긴축정책들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경우 중국이 꺼낼 수 있는 최후의 카드는 무엇일까요?

다름 아닌 위안화 절상입니다. 중국의 돈값을 비싸게 만드는 것이지요. 그럼 중국이 수출하는 상품들의 값이 비싸져 잘 안 팔리겠지요. 대신 중국에 들어오는 외국 상품의 값은 위안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더 싸집니다. 결과적으로 수출은 줄어들고, 수입은 늘어납니다. 이게 연쇄적으로 중국의 기업들에 영향을 줍니다. 수출이 줄어드니 기업은 생산과 투자를 줄이겠지요. 이게 큰 긴축효과를 낸답니다.

중국 긴축정책이 우리나라와 무슨 상관이냐고요? 세계에서 한국은 중국에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한 나라로 꼽힙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강력한 긴축정책을 쓰면 우리 기업들도 충격을 받게 됩니다. 4월 말 중국이 대출금리를 소폭 올리자 다음 날 우리나라 주가가 2.25%나 급락한 걸 봐도 두 나라의 경제가 밀접하다는 걸 알겠지요? 틴틴 여러분, 앞으로는 해외 경제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답니다.

윤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