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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레이어드 홈’이 대세라는데…요즘 가구 컨셉은?

중앙일보

입력

#1. 주부 A씨는 한 달 여 고민 끝에 지난달 식탁을 바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원래 쓰던 식탁이 좁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밖에 덜 나가게 된 아이들이 앉아 공부하거나 놀이 할 책상도 필요했다. 결국 낮고 넓은 식탁과 소파형 식탁의자를 사서 거실에 놓은 A씨는 자신의 선택에 만족한다. 이제 아이들은 거실에서 밥 먹고 공부하고 놀고, A씨는 음악을 틀어 놓고 커피를 마시고 영화를 본다. A씨에게 거실이 확장된 주방이자 서재, 홈카페, 홈시네마 공간이 된 셈이다.

#2. 직장인 B씨는 올해 초 이사를 하면서 거실을 재택 근무하기에 좋은 공간으로 만들었다. 조명을 밝게 하고 정갈한 느낌의 가구를 택했다. 식당 출입도 부담스러워진 만큼 집 거실에 친구와 지인을 불러 대화할 수 있도록 벽을 장식하는 데도 신경을 썼다. 거실을 업무와 휴식이 가능한 멀티 공간으로 꾸민 것이다.

직장인 B씨가 올해 초 업무와 휴식이 가능한 멀티 공간으로 꾸민 거실. [사진 B씨]

직장인 B씨가 올해 초 업무와 휴식이 가능한 멀티 공간으로 꾸민 거실. [사진 B씨]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콕족’이 늘어나면서 ‘레이어드 홈’(Layered Home)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레이어드 홈이란 여러 기능을 겹겹이 갖춘 집을 뜻한다. 집이 주거라는 기본 역할에 일과 여가 등 새로운 기능을 더한 공간으로 진화하는 경향을 표현하는 말이다.

특히 집과 관련된 것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홈코노미(Home+Economy) 소비의 폭발적 증가와 맞물려 집을 홈오피스, 홈카페, 홈트레이닝룸으로 활용하는 사람이 늘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국내 주요 가구업체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여러 조합으로 없던 공간 만들어낸다”

한샘은 지난 3월 ‘올웨이즈 홈’(ALLways Home)이라는 주제로 신규 모델하우스를 내놓았다. 거실과 부엌의 경계를 허문 ‘오픈키친’ 인테리어, 집에서도 업무와 학습이 가능한 복합 공간을 제안했다.

재택근무 증가 추세에 맞춘 ‘리빙다이닝’(거실이자 식사하는 공간) 스타일 가구, 거실에서 홈트레이닝 등을 할 때 자유롭게 위치를 바꿀 수 있는 ‘모듈형 소파’, 홈카페와 홈바를 꾸밀 수 있는 멀티형 가구도 여럿 선보였다.

이중에서도 리빙다이닝 스타일 식탁은 올해 상반기 한샘몰에서 전년 동기 대비 약 50% 증가했다. 이 식탁은 일반 식탁보다 높이가 낮다. 의자 등받이와 좌판에는 쿠션을 추가해 소파 같은 안락함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샘 관계자는 “리빙다이닝 스타일 식탁은 부엌이 아닌 거실에 두고 활용하는 경우가 많고, 식사 뿐만 아니라 업무와 취미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자료 한샘]

[자료 한샘]

모듈형 소파도 인기다. 자녀의 온라인 학습과 홈트레이닝 등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구성을 바꿀 수 있고 좁은 거실 공간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서다. 무겁지 않아 쉽게 위치를 옮길 수 있고, 팔걸이와 스툴 등을 분리해 각각 재배치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한샘의 ‘모아 모듈형 패브릭 소파’는 직전 2개월 매출(6~7월)이 4~5월 대비 약 20% 증가했다.

원형탁자와 수납장·매거진랙(잡지꽂이) 등을 자유롭게 조합해 홈카페와 홈바 등으로 다양하게 꾸밀 수 있는 멀티 가구도 반응이 좋다. 집이 좁아 업무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를 위해 한 공간에 드레스룸과 서재를 꾸밀 수 있게 설계해주는 시스템도 있다. 한샘에서는  ‘홈플래너’라는 3D 프로그램을 통해 긴 장, 짧은 장, 서랍 장 등을 조합하면서 서재로 사용 가능한 테이블 모듈과 철제 선반 모듈을 조합해 옷도 보관하고 컴퓨터도 놓을 수 있는 공간 구성을 해준다.

원형탁자와 수납장, 매거진랙(잡지꽂이) 등을 자유롭게 조합해 홈카페와 홈바 등으로 다양하게 꾸밀 수 있는 유로 501 플랫 서재가구. [사진 한샘]

원형탁자와 수납장, 매거진랙(잡지꽂이) 등을 자유롭게 조합해 홈카페와 홈바 등으로 다양하게 꾸밀 수 있는 유로 501 플랫 서재가구. [사진 한샘]

“집이 힐링 공간인 밀레니얼 세대 겨냥”

현대리바트는 디자인 혁신 중이다. 기존과 차별화한 디자인과 색상·소재를 연구하는 ‘크리에이티브 랩(Creative Lab)’을 지난해 신설했다. 자체 컬러 매뉴얼(리바트 컬러 팔레트)을 개발해 국내 가구업계에서 금기시돼 왔던 원색 계열 색상 가구 30여 종을 선보였다.

이런 시도는 자신만의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0년대 출생)에게 먹혀들었다는 평이다. 실제 현대백화점그룹 통합 멤버십 ‘H포인트(H.Point)’ 분석 결과 올 3~5월 현대리바트 제품을 처음 구매한 20~30대 고객이 두 배 늘었다.

특히 침대 헤드 부분을 간이 책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레트로 침대’ ‘위트로 밀레니얼 소파’ 등은 반응이 뜨거워 3차 재생산에 들어갔다.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침대에서 공부나 업무를 하거나, 집을 힐링 공간으로 삼는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디자인했다”며 “기존엔 무난한 직선형 디자인과 함께 그레이와 원목 등 차분한 색상을 주로 적용했는데 지난해 말부터 실험적인 디자인 요소를 대폭 적용한 신제품을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침대에서 공부나 업무를 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레트로 침대. [사진 현대리바트]

침대에서 공부나 업무를 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레트로 침대. [사진 현대리바트]

급변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대응하기 위해 디자인부터 출시 소요 기간을 기존 평균 8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하는 ‘패스트 트랙’도 운영한다. ‘오늘 사면 내일 받아볼 수 있다’고 강조하는 ‘내일 배송’ 서비스도 수도권 지역과 가정용 가구에 한해 올해 2월부터 하고 있다.

한 가구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가구 구매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달라진 라이프 스타일과 고객의 요구에 맞추려는 노력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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