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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끝나자 야스쿠니 달려간 日 장관들…외교부 “韓日 신뢰훼손”

중앙일보

입력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왼쪽)와 지난해 가을 큰 제사(추계예대제)가 열리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 AP·EPA=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왼쪽)와 지난해 가을 큰 제사(추계예대제)가 열리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 AP·EPA=연합뉴스

일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권의 고위 각료들이 태평양 전쟁 종전일을 이틀 앞둔 13일 잇따라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참배하면서, 외교부가 공식 항의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태평양 전쟁 A급 전범 14명을 신으로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외교부,  日 총괄공사 초치…“역사 반성 행동으로 보여라”

외교부는 이상렬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이 이날 오후 쿠마가이 나오키(熊谷直樹)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외교부로 초치해 기시노부오(岸信夫) 일본 방위상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엄중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기시방위대신이 일본의 과거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범들을 합사하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라며 “이는 양국 간 신뢰관계를 훼손하는 것이다. 일본 지도자들이 역사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쿠마가이 공사는 이 같은 우리 정부 입장을 본국에 보고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직 방위상 4년 8개월 만에 야스쿠니 참배…"당연한 일"

이날 교도통신과 NHK 등 일본 언론은 기시 방위상이 같은 날 오후 2시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일본 현직 방위상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은 2016년 12월 이나다 도모미(稲田朋美) 당시 방위상의 참배 이후 4년 8개월 만이다.

기시 방위상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 친동생이다. 외가에 양자로 입적해 성이 다르다. 기시 방위상은 지난해 8월 13일에도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했다. 당시에는 각료 신분은 아니었다.

기시 방위상은 참배 후 취재진에게 “지난 대전(大戰)에서 나라를 위해 싸우다 목숨을 잃은 분들에게 애도의 마음을 바쳤다”라며 “부전(不戰)의 맹세, 국민의 생명과 평화를 지켜내겠다는 결의를 새롭게 했다”고 말했다.

현직 방위상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 비판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각 나라에서 영령에 존숭(尊崇)의 뜻을 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답했다.

니시무라 경제재생상도 참배…“日 평화국가의 길 진척”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재생상도 같은 날 오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지난해 9월 스가 내각 출범 이후 현직 장관의 첫 야스쿠니 신사 참배였다. 그는 이날 자신의 이름이 적힌 공물을 사비로 봉납했다.

니시무라 경제재생상은 참배 이후 취재진에게 “조용히 참배했다”라며 “조국을 생각하며 희생된 영령의 안녕을 기원했다. 일본이 전후 걸어온 평화 국가의 길을 한층 진척시키겠다고 거듭 다짐했다”고 말했다.

스가 정권 각료들이 잇따라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면서 스가 총리 참배 여부에도 관심이 주목된다. 스가 총리는 취임 이후 아직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지 않았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해 패전일 당시 8년 연속으로 참배 없이 공물을 봉납한 바 있다.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에 위치한 야스쿠니 신사는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근대 100여년 간 일본이 일으킨 침략 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명의 위패가 안치된 곳이다.

이에 과거 일본의 침략 전쟁을 미화하는 일본 우익의 본거지로 통한다. 일제 침략으로 고통을 겪은 주변국에서는 일본 각료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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