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초 수출 좋다지만 무역수지 적자…원자재값 역습이 시작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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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상승세가 이번 달 초순에도 이어졌지만, 무역 수지는 적자를 기록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늘어난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많아서다. 원자재 가격 오름세가 계속하면 하반기 전체 무역수지도 적자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수출 증가에도 무역수지 적자

8월 1~10일 수출입 실적.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8월 1~10일 수출입 실적.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수출액은 127억 달러(약 14조6532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6.4% 늘었다. 반면 이달 초순 수입액은 174억 달러(20조83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 63.1%(67억4000만 달러) 증가했다. 액수나 증가 폭에서 모두 수출 실적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높은 수출액에도 불구하고 수입액이 더 많이 증가하면서, 무역수지도 46억9100만 달러(5조414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 확산했던 지난해 8월 초순(-35억9200만 달러)보다 적자 폭을 더 키웠다.

8월 1~10일 주요 품목 수출입 실적.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8월 1~10일 주요 품목 수출입 실적.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품목별 수입액을 보면 지난해 기저효과(통계의 비교 대상이 지나치게 높거나 낮아서 오는 착시)에 최근 국제유가 상승 영향이 더해져 전년 대비 원유 수입액(100.8%·22억1100만 달러)이 두 배 넘게 늘었다. 역시 원자재 가격 상승에 가스(279.7%·9억6400만 달러)·석유제품(279.2%·8억3100만 달러) 수입액도 큰 폭 증가했다.

업황 개선에 따라 투자가 늘고 있는 반도체(17.9%·17억8800만 달러)와 기계류(35.3%·7억500만 달러) 수입도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에 직접 영향을 받는 품목보다는 증가 폭이 작았다.

원자재 부담에 교역조건도 악화

한 달 전체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해도 10일까지 통계에서는 적자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때문에 아직 이번 달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거라고 예단할 순 없다. 하지만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어 15개월 연속 무역 흑자 기록도 끊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실제 수입액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국제유가는 최근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9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2.72% 오른 배럴당 68.29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다시 한번 70달러 돌파를 목전에 뒀다. 9월물 브렌트유도 전날 대비 2.55% 상승하며 70.80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수입협회 국제원자재정보센터가 발행한 코이마(KOIMA) 지수도 6월 기준 전월 대비 5.59% 오르며 8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 갔다. 품목별로 농산품(1.61%)·광산품(11.21%)·유화원료(3.71%)·희소금속(3.06%) 상승세가 컸다. KOIMA 지수는 주요 원자재 55개를 종합한 국내 대표 수입원자재 가격지수다.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의 모습. 뉴시스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의 모습. 뉴시스

원자재 가격 상승은 교역 조건도 악화시켰다. 한국은행의 지난달 발표에 따르면 6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지난해보다 3.7% 내린 94.99를 기록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한 단위 수출로 얼마만큼 상품을 수입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지표다. 지수가 100 이하면 수출 단가보다 수입 단가 상승이 더 커 교역조건이 나빠졌다는 의미다.

하반기 무역 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거란 전망을 한 기관도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021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하반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0% 증가한 3046억 달러, 수입은 28.7% 증가한 3060억 달러로 14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전망했다. 하반기에도 수출 상승세가 이어지지만, 코로나19 회복에 따른 경제 재개 기대감에 국제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오름세가 더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원자재 부담 중소기업 더 커”

원자재를 가공해 되파는 중간재 산업이 많은 한국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 기업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부담은 대기업보다는 특히 중소 수출 업체들에 직접적 타격이 된다.

10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제조기업 500개를 상대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와 비교해 1분기 매출이 감소한 기업은 49.6%로 이 중 원자재 가격변동이 영업이익에 부정적이라는 응답을 한 업체는 87.4%에 달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을 납품단가에 반영하는지에 대해선 ‘일부만 반영(43.2%)’ 및 ‘전혀 못 함(43.0%)’이 전체 86%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한 대처 방안에 대해서도 ‘대응방안이 없다(71.4%)’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은 국제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을 시장에 전가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해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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