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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철수" 北에 이용만 당할라…"종전선언" 다시 꺼낸 민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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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 마지막 남북대화 기회로 평가받는 통신연락선 복원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종전선언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2주만에 통신연락선이 다시 불통이 되고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한국의 일방적인 종전선언 추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2018년 4월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대화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 마지막 남북대화 기회로 평가받는 통신연락선 복원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종전선언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2주만에 통신연락선이 다시 불통이 되고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한국의 일방적인 종전선언 추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2018년 4월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대화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임기 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막판 뒤집기’ 카드로 종전선언이 다시 수면 위에 올랐다. 지난달 27일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이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다.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민주당이 강행 처리 의사를 밝히며 결의안은 이르면 이번달 중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위원회·전체회의 문턱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文 임기 말 다시 꺼내든 종전선언 #與 "종전선언 결의안 처리" 강조 #종전선언과 유엔사·주한미군 연동 우려 #"한반도 평화 연출 위한 국내 정치적 목적"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1일 “남북 관계는 끊임없이 평화 국면과 긴장 국면을 오갔지만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목표에 대한 우리의 의지가 바뀐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이제 한반도는 전쟁이 없는 상태라는 점을 선언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과제이고,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는 만큼 본격적인 결의안 처리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종전선언은 1953년 7월 미국·중국·북한 등 3국이 서명한 정전협정에 따른 6·25 전쟁의 휴전 상태를 끝내고 완전한 전쟁 종료를 선언하는 의미를 갖는다. 또한 ‘종전선언→평화협정→항구적 평화체제 달성’을 골자로 하는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가동하기 위한 사실상의 출발점에 해당한다.

"연내 종전선언" 담은 판문점 선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연내 종전선언'을 명시한 판문점 선언에 합의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연내 종전선언'을 명시한 판문점 선언에 합의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 뒤 채택한 ‘판문점 선언’에 “연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뒤 본격적으로 종전선언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후 남·북·미 간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리며 종전선언 현실화도 가까워지는 듯 했다. 2018년 6월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종전선언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협정에 서명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8년 9월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한국 측 특사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종전 선언은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 동맹 약화와는 상관이 없다”고 말하면서 종전선언은 한층 탄력을 받았다.

"종전선언과 주한미군 별개" 입 모은 남북 정상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9월 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종전선언 추진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는 한편 종전선언이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선을 그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9월 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종전선언 추진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는 한편 종전선언이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선을 그었다. [중앙포토]

문 대통령 역시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유엔사의 지위가 흔들리거나 주한미군이 철수 압박을 받으리라는 의심도 일부 있었지만 그렇지 않다”(2018년 9월 25일 미 폭스뉴스 인터뷰)며 김 위원장의 주장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2019년 2월 북·미 정상회담이 ‘하노이 노 딜’로 결렬된 뒤 남북미 간 대화와 협상이 사실상 중단되며 종전 선언의 동력은 급속도로 약화했다. 특히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2020년 6월 13일 대북 전단 살포에 반발하며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됐다. 다음 단계의 행동을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與 결의안 발의, 北은 '연락사무소 폭파' 

북한은 2020년 6월 개성공단에 위치한 남북 연락사무소 건물을 일방적으로 폭파하며 한반도 긴장을 조성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은 2020년 6월 개성공단에 위치한 남북 연락사무소 건물을 일방적으로 폭파하며 한반도 긴장을 조성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예고한 ‘다음 단계의 행동’은 6월 16일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로 현실화했다. 심지어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시점은 더불어민주당·열린민주당 등 범여권 의원 173명이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을 발의한 이튿날이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 카드를 버리지 못했다. 오히려 석달 뒤인 2020년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제 한반도에서 전쟁은 완전히, 그리고 영구적으로 종식되어야 한다”며 ‘종전선언 띄우기’에 나섰다.
같은 해 10월엔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의 시작”이라며 “어렵게 이룬 진전과 성과를 되돌릴 수 없으며 목적지를 바꿀 수도 없다”(코리아 소사이어티 영상 기조연설)며 의지를 드러냈다.
계기도 없고, 동력도 떨어지는데 잊을만 하면 대통령이 직접 종전선언을 꺼내 논란을 지피는 모양새가 반복됐다.

다시 꺼내 든 '종전선언'에 "국내정치용" 비판

지난 6월 송영길(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윤호중(첫줄 오른쪽 둘째)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정의당·열린민주당 국회의원 180명은 국회 본청 앞에서 '남북공동선언 국회 비준 동의 및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송영길(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윤호중(첫줄 오른쪽 둘째)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정의당·열린민주당 국회의원 180명은 국회 본청 앞에서 '남북공동선언 국회 비준 동의 및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이런 대통령의 의지를 이어받아 민주당이 1년 2개월간 계류됐던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을 다시 꺼내 들었지만 상황은 순탄치 않다.
결의안의 명분이 됐던 남북 통신연락선은 다시금 불통이 됐다. 특히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하며 주한미군 철수까지 요구, 종전선언이 유엔사령부 해체 및 주한미군 주둔 문제와 연계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까지 되살아났다.

특히 10일 담화에서 김여정 부부장은 대북 적대시 정책의 핵심으로 주한미군 주둔을 지목했다. 종전선언이 사실상 적대시정책 철회의 상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종전선언 논의 자체가 주한미군 주둔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도, 대화 복귀 의사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종전선언을 꺼내든 건 결국 ‘한반도 평화’를 연출하기 위한 국내 정치적 목적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종전선언을 놓고 북한과 실질적인 논의에 돌입하게 된다면 북한은 적대시정책 철회를 앞세워 분명 주한미군 철수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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