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ㆍ박근혜 전 대통령의 광복절 특별사면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까지 청와대 내에서 전직 대통령들의 사면과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별도 검토 지시는 물론, 사면에 대비한 어떠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현 시점에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사면을 결심하더라도 청와대 민정ㆍ정무 라인과의 사전 의견 교환을 거치는 것이 통상적이다. 여기서 사면 여부가 최종 결정되면 법무부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사면심사위원회가 꾸려진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면에 관여하는 수석실에도 이날까지는 관련 검토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문 대통령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각계의 사면 관련 의견을 접하고도 관련 언급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이번엔 사면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박범계 법무장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광복절 특별사면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의 전격적 사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대통령께서 그럴 분은 아니시다”라며 사면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두 전직 대통령은 현재 입원해 지병 치료를 받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일 서울성모병원에, MB는 26일 서울대병원에 각각 입원했다. 이 때문에 국민통합을 위한 사면을 요구하는 야권 일각에선 일종의 ‘동정론’까지 일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입원 치료는 사면을 고려하는데 전혀 고려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야권이 광복절 사면을 집중적으로 띄운 공교로운 시점에 두 전직 대통령이 나란히 입원한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며 “대통령도 고령인 두 사람의 건강상태를 걱정하고 있지만, 이미 알려진 지병 치료를 위한 이번 입원을 이미 여러차례 있었던 과거 입원과 특별히 다르다고 인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와 여권 내부에서 진행해온 비공식 여론 청취의 결론도 ‘사면=시기상조론’에 가깝다고 한다.
정부의 고위 인사는 중앙일보에 “의견을 두루 청취해본 결과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대한 부정여론이 월등히 우세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문 대통령이 이미 국민적 공감대를 사면의 조건으로 제시했기 때문에 야권은 물론 여권 전체에서도 일관된 요구가 나오지 않는한 사면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여론이 확인되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야권 대선주자들을 차례로 열거한 뒤 “사면을 국민통합으로 둔갑시켜 반(反)탄핵 전선을 구축하려는 것 아닌지 저의가 의심된다”며 “정치 사면은 국민이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여당 차원의 사면불가론을 공식화한 발언에 가깝다.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 현재 광복절을 계기로 이뤄질 가석방 심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 정치권에선 가석방 발표 전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 대해 전격적인 특별사면을 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권의 핵심인사는 중앙일보에 “문 대통령이 ‘경영복귀를 위해 사면이 필요하다’는 재계의 요구를 여러 경로를 통해 듣고 있다”며 “가석방과 사면 등 부회장의 거취에 대한 결론은 아직 다소 유동적인 걸로 안다"고 했다. 박범계 장관도 지난 20일에 이어 이날도 “최소 규모의 원포인트 특별사면이라면 모른다”며 이 부회장의 사면 가능성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