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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먹이 모유 수유도 포기···"환멸" 엄마 선수 뿔나게한 日방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스페인 싱크로나이즈 선수 오나 카보넬이 아들 카이에게 젖을 먹이고 있다. [카보넬 인스타그램 캡처]

스페인 싱크로나이즈 선수 오나 카보넬이 아들 카이에게 젖을 먹이고 있다. [카보넬 인스타그램 캡처]

도쿄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사랑스러운 갓난아기를 두고 도쿄에 간 엄마 선수들이 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모유를 수유 중인 아기를 둔 선수들에 한해 자녀와 동반 입국을 허용했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나 홀로 도쿄행 비행기에 올랐다. 돌봄 문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 일본 정부의 방역규칙 때문이다.

22일 스페인의 싱크로나이즈 국가대표 선수 오나 카보넬의 인스타그램에 따르면 그는 "올림픽 출전 때문에 모유 수유를 포기했다"며 "아들과 함께 일본에 갈 수 없게 돼 환멸마저 든다"고 밝혔다.

카보넬은 당초 아들 카이와 도쿄에 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젖먹이 아들은 선수촌 밖에서 지내야 하고, 본인이 선수촌 안팎을 오가야 한다는조직위 규정 때문에 결국 동반 일본 행을 포기했다

그는 현재 조직위 규정상 아이가 선수촌에서 지내는 게 불가능하다며 "조직위로부터 아들과 아이의 아빠는 도쿄 시내에 있는 호텔에서 지내야 하고, 20일 동안은 밖에 나올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젖을 먹이려면 내가 선수촌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그러면 팀 선수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결국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영국 데일리메일도 이 나라 양궁 대표 나오미 폴카드(37)와 조정 대표 헬렌 글러버(35), 도로 사이클 선수 리지 데이그넌(32)의 사연을 전했다.

영국 양궁 국가대표 나오미 폴카드와 딸 에밀리. [폴카드 인스타그램]

영국 양궁 국가대표 나오미 폴카드와 딸 에밀리. [폴카드 인스타그램]

지난 2월 출산한 폴카드는 딸 에밀리를 위해 모유 75팩을 얼려놓고 도쿄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내 딸은 내가 지난 보름간 만들어놓은 모유 14리터를 가지고 있어서 날 많이 그리워하지 않을 것 같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는 에밀리 출산으로 도쿄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려 했지만, 주변에서 "아기를 돌보는 것은 엄마만의 일이 아니라 아빠의 역할이기도 하다"고 설득해 자신의 5번째 올림픽에 나오게 됐다고 덧붙였다.

영국 조정 국가대표 헬렌 글러버. [글러버 트위터]

영국 조정 국가대표 헬렌 글러버. [글러버 트위터]

글러버는 세 살 로건과 16개월 쌍둥이 보·킷 등 세 아이의 엄마다. 코로나19로 인해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된 덕분에 이번에 출전하게 됐다. 그는 "아기를 가지며 4년을 쉬었고, 은퇴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다"며 "14개월 동안 쌍둥이에게 모유 수유를 했고, 잠을 제대로 못 자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조정 운동을 하러 집 밖을 나서면 힘이 났다"고 말했다.

영국 도로 사이클 국가대표 리지 데이그넌과 딸 올라. [데이그넌 트위터]

영국 도로 사이클 국가대표 리지 데이그넌과 딸 올라. [데이그넌 트위터]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데이그넌은 두 살배기 딸 올라를 남편에게 맡겼다. 그는 "나는 임신을 해도 선수생활을 계속하려 했는데, 나중에야 임신을 과소평가했다는 것을 알았다"며 "초기 3개월은 입덧과 피로 때문에 쉬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프로 사이클 선수 출신인 남편 필(37)의 도움으로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게 됐다. 남편이 딸 올라를 돌보기로 하면서다. 필은 데이그넌의 코치도 맡고 있는데, 올라가 잠들었을 때 온라인으로 선수들을 지도·점검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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