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근로자가 안전모 안 쓰는 건설현장 3 곳 중 한 곳…처벌은 경영진 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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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에 안전모를 비롯한 안전장구를 착용하지 않고 작업하는 근로자.  중앙포토

무더위에 안전모를 비롯한 안전장구를 착용하지 않고 작업하는 근로자. 중앙포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6개월 앞두고 있지만, 건설현장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근로자가 안전 수칙을 어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의 잘못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근로자에게 별다른 책임을 묻지 않는다. 사용자를 형사처벌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4일 전국 건설현장 3545곳에 대한 안전조치를 현장 점검한 결과 69.1%인 2448곳에서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계단 측면의 안전난간을 설치하지 않은 곳이 47%(1665곳)로 가장 많았다. 자칫 발을 헛디디면 추락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지적을 받은 게 근로자의 부주의였다. 안전모나 추락방지용 안전대, 안전화 등을 착용하지 않은 경우가 32.6%(1156곳)에 달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10곳 중 세 곳에서 무더위에 안전모 등 개인 안전 보호장구를 벗어던지고 작업을 하는 근로자가 적발됐다"고 말했다. 이런 근로자의 부주의로 사고가 발생해도 사용자가 책임을 지게 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용자의 안전관리 책임을 물을 뿐 근로자를 제재하는 규정은 없다.

고용부는 "개인 보호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안전지침을 어기는 근로자에게는 과태료를 부과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과태료는 5만원에서 최고 300만원이다. 이와 별도로 세 차례 안전규정을 위반하면 건설현장에서 퇴출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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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 위험이 있는데도 작업 발판을 설치하지 않은 곳도 834곳에 달했다. 또 개구부 덮개와 같은 안전시설을 부실하게 설치하거나(382곳) 추락 방호망이나안전대 부착설비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건설현장(347곳)도 대거 적발됐다.

이번 점검에서 대체로 1~3건의 위반사항을 지적(1797곳)받았으나 10건 이상을 안전조치 미흡 지적을 받은 곳도 65개소에 달했다.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이 14일 서울시 중구 신당동의 한 다가구주택 공사현장에서 안전 사고 예방 사항을 점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뉴스1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이 14일 서울시 중구 신당동의 한 다가구주택 공사현장에서 안전 사고 예방 사항을 점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뉴스1

고용부는 현저하게 안전 관리가 불량한 30개 건설현장에 대해서는 근로감독에 착수해 행정·사법 조치를 할 방침이다. 1071개소는 추후 시정 점검을 하고, 110개소는 안전관리 정밀 점검대상으로 분류했다.

고용부의 이번 점검은 법 위반 사항을 적발해 처벌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고 안전체크와 자율점검을 유도하기 위한 예방 차원에서 이뤄졌다. 대구광역시의 한 건설현장 소장은 "앞으로도 단속보다는 현장의 개선이 이행될 수 있도록 지도하고 확인하는 방식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경덕 고용부 장관은 "사회 전반의 산업안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데 행정활동의 초점을 맞추겠다"며 "경영진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안전준수 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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