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장애아동 학대하고 "어머님 오해"…분노 부른 교사의 '반성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장애아동 학대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남의 한 어린이집 교사가 선고 전 반성문을 제출해 피해자의 분노를 사고 있다.

경남 사천 한 어린이집이 제공한 폐쇄회로(CC)TV 영상. 보육교사가 식사를 거부하는 아이의 입 안에 음식을 억지로 밀어넣고, 손등을 수차례 내려치는 등의 모습이 담겼다. [뉴시스]

경남 사천 한 어린이집이 제공한 폐쇄회로(CC)TV 영상. 보육교사가 식사를 거부하는 아이의 입 안에 음식을 억지로 밀어넣고, 손등을 수차례 내려치는 등의 모습이 담겼다. [뉴시스]

19일 뉴시스는 가해 어린이집 교사 A(47)씨가 피해 아동 측에 제출한 반성문 내용을 전했다.

A씨는 반성문에 "CCTV상의 제 모습을 보고 충격받았다"며 "신경안정제를 먹으면서 며칠 돌이켜보니 다른 지역에서 이사 온 어머님의 눈에 담임교사의 무표정한 얼굴과 투박한 말투가 오해를 만든 것 같다"고 적었다.

이어 "저는 어머님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수용하고 들어드리려 애를 썼다"며 "(피해아동) B군이 먹는 것을 선호하지 않아 음식을 거부했으나 저혈당으로 쓰러질까 걱정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A씨는 "당시 저는 쉴 새 없이 말을 해야 하는 긴장의 나날 속에 실내온도는 29도를 오르내리고 전날 위내시경을 받아 열이 났다"며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날 잠시 이성을 잃고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맡으면 1년 동안 내 자식이다. 발전해도, 퇴보해도 모두 교사 책임"이라며 "상처받은 B 군에게 제일 미안하고 어머님께도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러 죄송하다. 시청에서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고, 지역에서도 생활하기 힘들어 이사한 뒤 다른 업종으로 취직했다"고 근황을 설명했다.

피해 아동 B군의 모친은 1심 선고 사흘 전 A씨의 사과문을 변호사를 통해 받아봤다.

B군의 모친은 "사과문이라고 처음 온 건데 (감형을 위한) 재판부 제출용인지, 변명만 가득하고 조금도 반성의 기미가 없다"며 "자기 학대 장면을 보고 자기가 충격을 받아서 신경안정제를 먹고 있다니 어이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가해자인 본인이 마치 피해자인 것처럼 적어놨다. 심지어 벌써 취업해서 잘 먹고 잘살고 있다고 한다"며 "저는 엄벌탄원서를 500개도 넘게 제출하고 합의나 용서도 해준 적이 없는데 왜 판사가 이렇게 쉽게 용서를 해주는지 모르겠다"고 황당해했다.

앞서 지난 14일 창원지법 진주지원 형사3단독(이재현 판사)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A씨에게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사회봉사 120시간과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수강, 아동 관련 기관 5년간 취업제한도 명령받았다.

앞서 A씨는 지난해 경남 사천 한 장애인 전담 어린이집에서 뇌병변장애 2급을 앓는 B군(당시 5세)을 약 한 달에 걸쳐 수십 대를 때리는 등 상습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지난해 8월 10일 B군이 징징거리는 소리를 낸다는 이유로 6차례에 걸쳐 다리를 밀친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가 식사를 거부하거나 낮잠을 안 잔다는 이유로 머리나 얼굴, 어깨 등을 때리는 등 총 12차례에 걸쳐 신체·정신적 건강을 해치는 학대를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