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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 기자의 여기는 도쿄]편의점 15분은 되고 16분은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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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도쿄올림픽 취재를 위해 일본에 온 지 나흘째다. 입국일(11일)을 ‘0일’로 간주하고, 총 나흘간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

나흘 동안 ‘슬기로운 격리 생활’ #시간 내 다녀오려 뛰어다니기도 #일주일 새 코로나19 검사 6차례

내 숙소는 도쿄 분쿄의 오카노미즈 에키 키타 호텔. 싱글 침대 1개와 작은 책상이 놓인 11㎡(3.3평) 규모다. 짐을 놓으면 화장실 가는 길목만 간신히 확보될 만큼 좁다.

코로나 자가 검사 때 사용하는 플라스틱 시험관.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코로나 자가 검사 때 사용하는 플라스틱 시험관.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혼자서 스트레칭을 해봤지만, 답답함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같은 호텔에서 묵는 동료 기자는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 표현했다. 창문을 열어도 옆 건물 벽만 보인다. 그래도 올림픽 취재를 위해 ‘슬기로운 도쿄 격리 생활’을 해야 한다. 14일 밤까지 취재를 목적으로 한 외출은 불가였다.

일본에서만 코로나19 검사를 네 번이나 했다. 나리타 공항에서 한 번, 숙소에서는 세 번 ‘셀프’로 했다. 앞서 출국 96시간 전에 한국에서 두 번 검사했으니, 일주일 새 여섯 번이나 검사를 받았다. ‘도쿄올림픽’이 아니라 ‘생존 올림픽’ 같다.

배달앱으로 음식을 시켜 먹을 순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배달앱으로 음식을 시켜 먹을 순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눈 뜨자마자 건강관리 앱 ‘오차(OCHA)’를 켜고 체온과 건강 상태를 입력한다. 이후 호텔에서 수령한 자가 진단 키트를 활용해 코로나19 자가 검사를 한다. 방식은 침을 검체로 이용하는 ‘타액 PCR(유전자증폭) 검사’다. 작은 플라스틱 시험관에 침을 1.5mL 이상 모아야 한다. 검사 30분 전에는 양치질이나 흡연을 금지한다. 식사는 물론 커피를 마시는 것도 안 된다. 이후 식별용 바코드를 부착해 경기장, 훈련장, 메인프레스센터 등 지정된 장소에 가서 직접 접수해야 한다. 다만 자가 격리 기간에는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직원이 진단 키트를 수거하러 호텔로 온다.

사실 입국 첫날 키트만 받았을 뿐 제출 방법을 전달받지 못했다. 자정이 넘어서야 조직위원회로부터 ‘수거하러 호텔로 가겠다’는 이메일이 왔다. 기자가 호텔 로비로 내려가 담당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직원은 수량이나 신원을 확인하지 않고 키트만 받아 들고 호텔을 떠났다.

격리 기간에 편의점은 15분 안에 다녀와야 한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격리 기간에 편의점은 15분 안에 다녀와야 한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더 황당한 일은 그 다음날 벌어졌다. ‘같은 호텔에 한국 취재진 4명이 머물고 있는데, 3명의 정보만 입력됐다’며 나머지 1명의 신원을 문의해왔다. 결국 우리 취재진이 명단을 정리해서 직원에게 전달했다. 다음날 인원 체크 명단에는 기자 한 명의 영문 이름이 틀리게 표기돼 있었다.

격리 기간 중 유일하게 허용된 자유는 ‘편의점 15분 방문’이다. 편의점에 가려면 로비에 상주하는 검역 보안요원에게 외출 사실을 알리고 수기로 방 번호와 시간을 적는다. 호텔을 나설 땐 스마트폰 GPS를 반드시 켜야 한다. 검역보안 요원은 24시간 4명이 교대로 상주한다. 편의점 방문 시간이 15분을 넘을 경우 곧바로 조직위원회에 신고한다. 1차는 경고, 2차는 취재 카드를 반납하는 조치가 내려진다.

한 번은 시간이 늦어져 편의점에서 뛰어온 적도 있다. 예능 ‘런닝맨’ 미션처럼 간신히 세이프했다. 우리나라 배달앱과 비슷한 ‘우버이츠’를 통해 음식을 배달해 먹을 수도 있다.

생각해보면 곳곳에 방역의 허점이 있다. 취재진 숙소에 일반 투숙객도 머물고 있다. GPS 정보를 바꾸는 앱도 있다고 한다. 여러 생각 끝에 이런 의문도 들었다. ‘편의점에 다녀오기까지 15분은 안전하고, 16분부터는 위험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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