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120억원 이상 중국 갑부 3220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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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 억만장자의 91%가 고위 관료의 친인척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관료자본국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 같은 사실은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인 국무원 발전연구소, 공산당 중앙당교(黨校)연구소, 중국사회과학원 등이 공동으로 작성해 최근 내놓은 '중국 사회 경제 상황 보고'라는 자료에서 밝혀졌다.

이 자료에 따르면 중.대형 도시 공무원의 실소득은 미국이나 유럽 공무원의 소득을 이미 초과한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홍콩과 대만을 뺀 중국에서 5000만 위안(약 60억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사람은 2만7310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1억 위안(약 120억원) 이상 재산 보유자는 3220명이며 이 중 2932명(91%)이 당 고위 관료의 자녀나 친인척인 것으로 파악됐다.

고위 관료의 친인척이 보유한 재산 총액은 2조 위안(240조원)에 달했다. 5000만 위안 이상 재산을 가진 부자의 상당수는 개혁.개방의 흐름을 타고 경제가 발전한 8개 성과 시에 집중돼 있다. 경제 개방이 가장 먼저 실시된 광둥(廣東)성이 1566명으로 가장 많았고, 저장(浙江)성 462명, 상하이(上海) 225명, 베이징(北京) 195명, 장쑤(江蘇)성 172명 순이었다.

광둥성의 경우 12명의 부동산 부자 모두가 전(前) 성장이나 당 고위 간부의 자녀였다. 상하이시는 억대 부동산 부자 10명 중 9명, 국가 대형 프로젝트의 하청 기업 15개 중 13개 기업체 사장이 전.현직 고위 간부의 자녀나 친인척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경영하는 사업체를 살펴보면 대형 국책 프로젝트와 금융.무역.국토개발.증권 등 5대 업종에 집중돼 있다. 이 업종 고위 경영자의 85~90%가 고위 공직자 가족이다.

이들이 돈을 버는 방법은 간단하다. 정부의 고위 관료로 근무하는 친인척으로부터 사업 정보를 빼낸 뒤 사업권을 따내는 것이다. 예컨대 최근 수년간 남부 지역 고속도로 공사의 하청을 몇 건 따낸 한 기업체 사장의 경우 아버지가 당 고위 관료인 점을 활용해 공사 정보를 캐낸 뒤 해당 공무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해 공사를 따냈다.

중국에서는 고속도로 1㎞를 건설할 경우 700만~1100만 위안(8억4000만~13억2000만원)의 이득을 남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둥성과 장쑤성 기업들은 최근 이탈리아에서 200만 달러에 피혁 제품 생산 설비를 수입한 뒤 3배 이상 비싼 600만~720만 달러에 팔아 엄청난 이득을 남겼다. 조사 결과 이 수입업자의 부모들은 당과 성의 고위 공직자로 밝혀졌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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