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4년 간 중국 대륙 50만㎞ 누빈 아빠…유괴된 아들 찾았다

중앙일보

입력

24년 전 잃어버린 아들(왼쪽 세번째)을 안고 눈물을 흘리는 궈강탕씨. [BBC 캡처]

24년 전 잃어버린 아들(왼쪽 세번째)을 안고 눈물을 흘리는 궈강탕씨. [BBC 캡처]

집 앞에서 유괴 당한 두살배기 아들을 찾아 중국 전역을 오토바이로 헤맨 남성이 24년 만에 아들과 상봉했다.

영국 BBC 방송과 중국 국영 CCTV 등은 13일(현지시간) 과거 중국 산둥성 지방에서 자녀 인신매매 피해를 당했던 궈강탕(51)씨가 지난 11일 아들과 만났다고 전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경찰 당국이 유전자 검사를 통해 허난성에 살고 있던 A씨가 궈씨의 친자임을 확인했다. 이날 산둥성 랴오청에서 아들과 재회한 궈씨와 그의 아내는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다. 궈씨는 “아이를 찾았으니 이제부터는 행복할 수 있다”고 CCTV에 전했다.

궈씨의 아들은 1997년 후와 탕이라는 남녀 용의자들에 의해 산둥성 자택 부근에서 유괴됐다. 집 앞에서 놀고 있던 두살배기 아들을 여성 후씨가 유인해 데려갔고, 이후 버스 정류장에서 탕씨와 합류했다. 이들은 시외버스를 타고 허난성으로 넘어가 아이를 팔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궈씨의 아들은 이후 허난성에서 줄곧 살았다.

궈씨는 집 앞에서 아들을 잃은 충격으로 한 달만에 체중이 20㎏ 빠지고, 머리가 하얗게 샜다고 한다. 이 때부터 아들을 찾기 위해 중국 전역을 누볐다. 궈씨는 오토바이 뒤에 아들의 사연을 적은 깃발을 매달고 20여곳의 성(省)을 돌며 전단지를 뿌렸다. 궈씨가 아들을 찾아 다닌 거리는 총 50만㎞, 파손된 오토바이만 10대에 이르렀다고 한다.

24년 간 궈씨는 교통사고로 뼈가 부러지거나 노상 강도를 만나기도 했다. 일생을 모은 돈을 아들 찾는 데 썼기 때문에 구걸을 하거나 다리 밑에서 잠을 청하는 날도 있었다고 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도 했지만, 아들 찾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궈씨는 2015년 산둥 지역 언론 인터뷰에서 “길 위에서만 내가 아버지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며 “아들을 찾는 것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그의 사연은 2015년 배우 류더화(劉德華·유덕화) 주연의 영화 ‘잃어버린 아이들’로도 제작됐다. 영화는 중국의 아동 인신매매 현실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궈씨의 상봉 소식이 알려지자 류더화도 “행복하고 설렌다. 궈의 끈기를 존경한다”며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BBC에 따르면 2015년 한 해에만 중국에서 2만 명의 어린이가 유괴됐다. 아동 유괴에 친척이나 마을 이웃 등 지인이 연루된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몇해 전 중국 경찰이 범죄 신고앱을 도입했을 때 ‘아동 유괴’ 항목이 절도ㆍ마약거래ㆍ살인과 함께 첫 페이지에 위치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 문제다.

BBC는 “유괴된 아이들은 국내외로 입양되거나, 멀리 떨어진 지역의 벽돌 공장 등에서 열악한 노동에 시달리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