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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명이 주 1회 1년 채식 땐 소나무 7만 그루 심는 효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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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4호 10면

[SPECIAL REPORT]
‘플렉시테리언’이 뜬다

한약사이자 환경운동가인 이현주 대표는 2010년부터 한국에서 ‘고기없는 월요일’ 운동을 펼치고 있다. 고기없는 월요일은 2009년 폴 매카트니의 연설로 유명해진 캠페인이다. 그는 식물성 한약재만 처방하는 채식 한약국을 18년째 운영 중이다. [사진 이현주]

한약사이자 환경운동가인 이현주 대표는 2010년부터 한국에서 ‘고기없는 월요일’ 운동을 펼치고 있다. 고기없는 월요일은 2009년 폴 매카트니의 연설로 유명해진 캠페인이다. 그는 식물성 한약재만 처방하는 채식 한약국을 18년째 운영 중이다. [사진 이현주]

인천 부평에서 한약국을 운영하는 이현주(53)씨는 18년째 채식을 실천하고 있는 한약사이자 환경운동가다. 그는 일반 한약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녹용, 웅담, 사향과 같은 동물성 약재는 사용하지 않는다. 제약사를 통해 구입하는 캡슐제 등 약품도 가급적 동물성 성분이 들어있지 않는 것을 택한다. 그의 이런 원칙은 건강과 환경 때문이다. 식물성 재료만으로도 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인간과 환경을 위해 식물성 처방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오래된 소신이다. 그가 본격적으로 채식 운동에 나선 건 10여년 전부터다. 이씨는 2010년부터 일주일에 하루라도 채식을 통해 지구 환경을 보호하자는 글로벌 환경운동 단체인 ‘고기없는 월요일’ 한국 대표를 맡고 있다.

‘고기없는 월요일’ 운동 이현주 대표 #주 1회 채식해도 온실가스 감축 #육식 조금씩 줄이는 식습관 필요 #‘비건’ 강요하는 건 또 다른 폭력 #지속가능 위해 융통성 있게 해야

그는 모든 사람에게 채식만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일반인이 매 끼니 채식 식단만으로 생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일상에서 자신의 상황에 맞게 육식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식습관을 시도하는 것이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고기없는 월요일’은 어떤 활동을 하는 단체인가.
“자원봉사 조직으로 공공기관, 기업 등에 주 1회는 채식을 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청에서는 2014년부터 매주 금요일 채식 식단을 제공하고 있고, 채식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풀무원, 샘표 등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완전한 채식이 아닌 간헐적 채식 운동이 필요한 이유는 뭔가.
“처음에는 ‘채식을 하자!’, ‘비건이 되자’고 외쳤는데 일상생활 속에서 많은 이들이 과연 완전한 채식이 지속 가능하냐는 의문이 들었다. 일반인들의 삶의 방식과 비건의 삶의 방식이 많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속할 수 있게 하려면 융통성이 필요하다. 어설프게 비건부터 시작하면 고생만 하게 된다. 각자가 어느 정도 단계로 채식을 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를 고민하고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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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도 다양하게 실천하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 엄격한 비건보다 플렉시테리언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비건 중에는 조금만 육식을 섭취해도 자책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비거니즘을 그런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종교를 맹신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다양하게 주고 융통성 있게 실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비건’만이 정답이라고 주장하거나 이를 엄격히 실천하지 못하면 채식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여기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1주일에 한 번 채식하는 것이 환경에 과연 도움이 될까.
“채식이 온실가스 감소 등 지구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내 눈에 직접 보이지 않으니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효과는 분명하다. 서울시청 직원 1800여명이 1년 동안 1주일 하루 한끼 채식을 했을 때 연간 30년산 소나무 7만 그루를 심는 효과와 맞먹는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낸다. 이런 수치는 2019년 미 존스홉킨스대학에서 12개 나라의 샘플로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환산한 것이다.”
한국인의 고기 소비량이 많다고 알고 있는데.
“오래전이긴 하지만 2010년에 나온 통계를 보면 한국인이 미국인의 80% 수준으로 육류 소비량이 많은 것으로 돼 있다. 특히 한국인들은 덩어리 고기 외에도 라면이나 탕 음식에 들어가는 육수에 고기 성분이 포함돼 있어 실제 소비량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외식 식당 메뉴의 많은 부분이 고기로 돼 있는 것도 영향이 있다. 고기를 먹어야 몸보신이 되고 튼튼해진다는 강박관념이 자리 잡고 있는 것도 고기 소비를 촉진하는 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과 달리 전 세계적으로는 육류 소비 자체를 점점 줄이는 추세로 가고 있다.”
고기 소비를 줄여야 하는 이유는 뭔가.
“2003년 미국에서 ‘고기없는 월요일’ 캠페인을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학생들의 비만율이 너무 높아 이를 줄이려는 데는 출발했다. 물론 저탄소 전략과 같은 지구 환경 문제가 주된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만 개개인으로 봤을 때, 질병률을 낮추기 위해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단을 습관화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과도한 고기 소비문화가 문제는 없는지 고민해야 할 때다.”
최근에는 학교 급식에서도 채식을 곁들이는 사례가 들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채식 급식을 하는 것으로도 발끈하는 분들이 더러 있더라. ‘아이들이 영양실조 걸린다’는 막연한 이유로 채식 급식을 민감해하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반면 ‘일주일에 한 번도 부족하다’는 앵그리 비건들도 있다. 통계적으로 겨우 한 달에 한 번 실천하는 채식이 과연 얼마나 유의미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다. 학교 급식으로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채식을 권장하는 것은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교육적인 차원에서의 의미가 더 크다. 채식 경험을 통해 우리 식습관 문화, 환경 문제 등을 고민하는 계기로 만들자는 것이다. 교육 당국의 정책에 채식 식단이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아직 채식, 비건 문화가 정착되지는 않았는데.
“수년 전부터 일반에 많이 퍼지기는 했다. 하지만 여전히 소수 사람의 식문화로만 여겨지고 있다. 그래서 학교 급식처럼 교육 현장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채식문화는 개인의 노력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다. 식당 등 업계의 광범위한 동참도 필요한데, 어떤 인센티브를 준다거나 하는 식의 유인 정책을 좀 더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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