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먹는 채식주의자’ 200만 명 시대, 채식 인구 10여 년 새 17배 늘었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1.07.10 00:33

업데이트 2021.07.10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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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4호 01면

[SPECIAL REPORT]
‘플렉시테리언’이 뜬다

‘탄소 중립’이 화두인 시대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은 지구온난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말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을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시민이 일상생활에서 탄소 저감에 동참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의 하나로 육식 줄이기를 꼽는다.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의 책 『육식의 종말』(2002년)에 따르면 소를 키우기 위해 초지가 필요하고, 초지 조성을 위해 대규모의 열대우림이 사라진다. 소 사료를 생산하기 위해서도 탄소 배출이 뒤따른다. 2016년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4인 가족이 1주일에 하루만 고기와 치즈 대신 채식 식단으로 바꿔도 5주 동안 자동차를 운전하지 않은 것과 같은 양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깨끗한 환경과 건강한 삶이 중시되는 추세에 맞춰 국내에서도 채식에 동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완벽한 채식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에 한때 채식은 소수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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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이런 ‘채식 원리주의’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식의 채식문화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고기 먹는 채식주의자가 대표적이다. ‘플렉시테리언’이라 불리는 이들이다. 플렉시블(flexible, 유연한)과 베지테리언(vegetarian, 채식주의자)의 합성어로 ‘간헐적 채식’ ‘유연한 채식’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육식에 대한 혐오나 거부가 아닌 하루 한 끼, 혹은 1주일에 2~3일은 채식 식단을 이용한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에서 채식을 실천하는 인구는 2008년 15만 명이었던 것이 올해는 250만 명(추정)에 이른다. 10여 년 사이에 17배나 늘었다. 이들 중 채식만 엄격하게 하는 이들은 50만 명 수준, 나머지 상당수는 ‘유연한’ 채식주의자인 셈이다.

이런 채식 트렌드의 한 축에는 MZ세대가 있다. 20대 소비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는 민간연구기관인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지난 4월 발표에 따르면 MZ세대 조사대상(900명) 중 27.4%가 ‘간헐적 채식’을 실천하고 있었다. 건강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채식의 주된 이유라는 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환경운동까지 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을 겨냥해 대학가 식당, 식품업계 등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채식 뷔페식당을 운영하고(서울대·동국대 등), 식물성 원료로만 맛을 낸 비건 라면·과자 등 출시 경쟁(풀무원·CJ제일제당·롯데푸드 등)에 나선 것은 좋은 예다. 김대영 한국환경철학회 박사는 “육식의 무조건 거부가 아닌 채식 선호의 태도를 지닌 플렉시테리언처럼 유연한 식습관 문화가 자리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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