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무 빵, 렌틸콩 패티 버거, 채수 해장국 입맛 당기네

중앙선데이

입력 2021.07.10 00:20

업데이트 2021.07.10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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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4호 11면

[SPECIAL REPORT]
‘플렉시테리언’이 뜬다

『빵의 과학: 행복한 냄새와 식감의 비밀』의 저자 요시노 세이이치는 “빵 재료는 반드시 필요한 기본 재료와 꼭 필요하진 않지만 있으면 좋은 부재료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기본재료는 밀가루·이스트(효모)·소금·물, 부재료는 당류·유지(버터 또는 쇼트닝)·달걀·유제품이다. 이 부재료들에서 바삭한 식감,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갈색빛, 달콤한 향, 부드러운 질감을 얻는다. 그렇다면 달걀·버터·우유를 사용하지 않은 ‘비건 빵’의 맛은 어떨까? 답은 ‘맛있다’이다.

서울 비건 빵집·식당 가이드
SNS에 비건 빵집 50곳 등 인기
MZ세대 인스타에 수십만 게시물

서울시, 채식당 948곳 안내 책 내
100% 비건 음식 찾기 만만찮아

서울 비건 빵집

서울 비건 빵집

서울 익선동에 있는 ‘앞으로의 빵집’에선 9무(버터·우유·달걀·흰 밀가루·흰설탕·흰 소금·흰쌀·GMO·방부제와 색소 없음) 빵과 케이크를 만든다. 유제품을 포함한 모든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는 비건들을 위해 버터 대신 코코넛오일·유기농 콩기름을 사용하고, 우유 대신 두유·코코넛밀크를 쓴다. 빵을 부풀리고 부드럽게 하는 달걀은 아마·치아씨를 물에 불려 간 것 또는 사과 간 것으로 대체한다. 캐나다 어학연수 시절 채식주의자 친구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감동한 박윤아씨가 어머니와 함께 운영하는 이곳은 몸에 이롭지 않은 재료는 빼고, 신선하고 맛있는 재료는 아낌없이 넣는 “맛있는 비건”을 추구한다. 박씨와 어머니는 필요한 비건 버터·마요네즈·요구르트까지 모두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박씨는 “2019년 오픈했는데 동물복지, 환경문제 등을 생각하는 신념 있는 삶과 건강한 식생활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했다.

MZ세대 소통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비건 빵·베이커리를 검색하면 각각 23만8000, 13만1000개의 게시물을 찾을 수 있다. 이들에게 인기 있는 빵집은 써니브레드(성수동), 지구제과(연남동), 제로베이커리(방이동), 금양식방(연희동), 빵어니스타(압구정), 피봇(방배동) 등이다. 서울 시내 오픈한 비건 빵집은 약 50여 곳. 물론 모두 100% 비건은 아니다. 일부 비건 메뉴를 판매하는 ‘비건 옵션’ 빵집도 있다.

지난달 17일 서울 회현동에 오픈한 ‘넬보스코 남촌빵집’은 베지밀로 유명한 정식품이 운영하는 곳이다. 총 3개 층 연면적 967㎡(약 262평) 규모의 대형 빵집으로 건강한 재료를 사용한다는 게 컨셉트다. 두유 명가답게 무첨가 두유를 활용한 식빵부터 케이크까지 다양한 제과제빵 제품을 만들지만 완전한 비건 제품은 딱 3가지뿐이다. 물과 밀가루(1:1)에 소량의 이스트를 넣은 반죽을 6시간 발효시켜 구운 치아바타, 동물성비타민 D3를 배제한 순식물성 두유 스무디와 아이스크림이다.

비건 파인다이닝을 추구하는 ‘몽크스부처’(이태원), 채수로 맛을 낸 해장국 전문점 ‘제로비건’(잠실동), 남미 음식과 비건이 만난 ‘남미플랜트랩’(방배동), 건강 디저트까지 먹을 수 있는 ‘채식주의자’(통인동), 비건 식당 겸 식자재 판매소인 ‘띵크 비건’(망원동), 미쉐린가이드 빕구르망에 선정된 ‘베이스이즈나이스’(도화동), 든든한 두부 요리들을 선보이는 ‘바이두부’(해방촌) 등등. 서울 시내에 오픈한 비건 식당도 여럿이다. 육고기 대신 렌틸콩으로 패티를 만든 버거, 버섯을 튀긴 탕수요리 등등 채소를 사용한 메뉴들은 깜짝 놀랄 만큼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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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비건들을 100% 만족시키는 식당은 역시나 쉽지 않다. 서울 용산구 해방촌에서 카페 ‘베제투스’를 운영하는 정다정씨는 “2016년 오픈 때 이태원에 100% 비건 식당이 우리까지 3곳뿐이었다”며 “지금은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원재료 구입과 관리가 힘들어서 쉽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채소로만 구성된 건강한 한 끼를 추구하는 이들에겐 100% 비건 인증이 대수롭지 않겠지만 비건들에겐 매우 중요한 가치다. 정씨는 “와인을 생각하면 쉽다”고 설명했다. “포도로 만드는 와인이 사실은 100% 비건 음식이 아닌 경우가 많다. 마지막 찌꺼기 필터링 과정에서 달걀흰자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인데, 달걀과 살짝 닿은 정도라서 동물성 성분은 검출되지 않지만 엄격한 비건들은 그것조차 꺼린다. 그래서 재료를 구입할 때도 비싸지만 레이블에 비건 인증 마크를 단 외국제품을 쓰거나 일일이 생산자에게 전화를 걸어 비건 식재료임을 확인하는데 이게 만만치는 않다. 내가 섭식장애 경험자가 아니었다면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한식당이 100% 비건 음식을 내놓기 어려운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젓갈과 고기육수를 기본으로 사용하는 한식은 메뉴 자체는 고기를 일절 쓰지 않았다 해도 주방 식기 등 어느 곳에서라도 동물성 성분과 마주칠 수밖에 없다. 엄격한 비건들은 이런 ‘부딪침’ 역시 꺼린다. 결국 완벽한 비건 음식은 비건주의 신념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주인장과 셰프의 정성과 철학을 믿을 수밖에 없다. 물론 비건주의자가 아닌, 건강한 한 끼를 추구하는 이들이라면 이들 빵집과 식당은 훌륭한 선택지다.

자신이 사는 주변의 비건·채식 식당을 찾고 싶다면 서울시 사이트 내 ‘서울시 채식 음식점 현황’ 페이지(서울시청 사이트→분야별 정보→복지→생활보건의료→식품안전)를 이용하는 게 도움이 될 듯하다. 서울시는 지난 2월 『서울시 채식 식당 가이드북』을 펴내면서 서울시 사이트 내에 지역별로 원하는 식당을 검색할 수 있는 페이지를 개설했다. 채식 옵션 메뉴를 구비한 롯데리아, 본죽 같은 대형 체인점까지 포함해 서울 시내 채식 식당 948곳의 상호명, 지역, 전화번호, 메뉴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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