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형 학교서 극단선택 고1···유품 쪽지엔 "안괜찮아 도와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7일 강원도 양구의 자신이 다니던 고등학교의 옥상에서 추락해 숨진 이모(17) 군의 유족이 이군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하며 이군이 남긴 쪽지를 공개했다. [소셜미디어 캡처]

지난달 27일 강원도 양구의 자신이 다니던 고등학교의 옥상에서 추락해 숨진 이모(17) 군의 유족이 이군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하며 이군이 남긴 쪽지를 공개했다. [소셜미디어 캡처]

지난달 강원도 지역 한 고등학교 옥상에서 재학생 한 명이 추락해 숨진 사건에 동급생의 '집단 따돌림' 의혹이 불거질 전망이다. 숨진 학생의 부모가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글을 올려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열일곱 꽃다운 나이에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등록됐다. 글쓴이는 자신을 숨진 학생의 부모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달 27일 발생했다. 강원도 양구의 한 고등학교 건물에서 1학년 재학생 이모(17)군이 떨어져 숨진 일이다. 당시 다른 학생의 신고로, 이군은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세상을 떠났다.

"아들의 갈등 학교가 방치"

청원인은 "기숙형 고등학교에서 사랑하는 저의 둘째 아들이 투신해 사망에 이르렀다"며 "학교 측에서는 사망 직후 학교폭력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친구들의 증언에 따르면 명백한 사이버 폭력 및 집단 따돌림 그리고 교사의 무관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건이었다:고 호소했다.

사소한 오해로 친구 사이에 갈등이 불거졌고, 기숙사 학교 특성상 24시간 함께 생활하는 상황에서 따돌림을 당해 극단적인 선택으로까지 이어졌다는 게 청원인의 주장이다. 청원인은 숨진 자녀가 사건 보름여 전 자해를 하기도 했다고 하소연했다. 학교 측에서는 부모에게 그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면서다.

청원인은 "특히 가슴 아픈 사실은 사건 2주 전에 아들이 자해를 시도했다"라며 "이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선배가 본인의 반 담임교사에게 저희 아이와 또 다른 자해를 시도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렸음에도 아들 담임교사에게는 물론 부모인 저에게도 그 사실을 전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청원인은 "(아들은) 담임교사와의 상담에서도 그간의 힘들었던 점을 어렵게 털어놓았으나 담임교사의 부적절한 대처로 결국 '투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아들이 숨진 이유로 학생들 사이에 발생하는 극심한 갈등을 방치하는 교내문화와 소극적인 학교의 대처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원인은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진상 규명으로 아들의 억울함을 반드시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27일 강원도 양구의 자신이 다니던 고등학교의 옥상에서 추락해 숨진 이모(17) 군의 유족이 이군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하며 이군이 남긴 쪽지를 공개했다. [소셜미디어 캡처]

지난달 27일 강원도 양구의 자신이 다니던 고등학교의 옥상에서 추락해 숨진 이모(17) 군의 유족이 이군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하며 이군이 남긴 쪽지를 공개했다. [소셜미디어 캡처]

학생 유품서 '도와줘' 쪽지

이군의 유족은 이군의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도와달라'는 호소가 담긴 쪽지를 발견했다고 한다. 유족은 이군의 사망을 공론화하기로 했다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군의 쪽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군이 남긴 쪽지는 동급생에게 쓴 것으로 추정된다. 쪽지에는 "왜 너까지 (나를) 괜찮아진 것으로 보느냐"라며 "하늘만 보면 눈물만 나와서 올려다보지도 못하겠다"고 쓰여 있다. 또 이군은 "나 진짜 죽고 싶어, 자해? 안 보이는데 하면 그만"이라며 "너네랑 있으면 나 때문에 피해받을 것 같아 눈치 보여 나 안 괜찮아. 도와줘"라고 썼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