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말을 뒤집으니 국민들이 할 말이 없다. 국민들은 거짓말하고 말 바꾸는 카멜레온 정치인을 가장 싫어한다”(박용진 의원)
두 번째 토론에서도 ‘이재명 대 반(反)이재명’ 구도는 뚜렷했고, 지지율 1위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해선 날 선 질문이 쏟아졌다. 5일 열린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예비경선 두 번째 TV 토론회 초반부터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박용진 의원이 이 지사 집중공략에 나섰다. “제가 아직 공약을 발표한 게 없기 때문에 (기본소득이) 1번 공약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한 이 지사의 지난 3일 발언을 문제 삼으며 포문을 열었다.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느냐”(박용진) “국민 대부분은 이재명 대표 공약으로 알고 있다. 분명한 입장을 말하라”(정세균)는 주장이었다.
“윤석열 흉 볼 거 없다”…反이재명 기본소득 집중포화
이 지사는 “기본소득 제도는 공정성·수요를 회복해 경제를 선순환하게 만드는 방법 중의 하나”라며 “다만 재정이 많이 필요하고 구조적·근본적 문제기 때문에 단기·중기·장기로 나눠서 시작하겠다. 임기 안에 끝내는 게 아니란 취지”라고 말했다. “권한이 생기면 (기본소득 제도를) 시작해 토대를 만들겠지만, 동시에 전액·고액으로 시작할 순 없다”는 취지다. 그러자 박용진 의원은 “1인당 연간 100만원(분기별 25만원씩) 기본소득은 결단만 하면 수년 내 얼마든지 시행가능하다”고 한 이재명 지사의 2월 7일 페이스북 글과 모순되는 답변이라며 이 지사를 거칠게 몰아붙였다.
▶박 의원=“2월 7일 페이스북 글을 보고 많은 국민이 ‘월 4만원 씩 받겠구나’ 희망을 얻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모르는 일이라 하면 안 된다.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다고 올린 거 아니냐”
▶이 지사=“대통령도 아닌데 지금 당장 어떻게 하느냐”
▶박 의원=“정확하게 말하라. 왜 자꾸 말을 바꾸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 흉 볼 거 없다. 그 분은 말 한 게 없지, 한 말을 뒤집은 건 없다. 이재명은 말을 뒤집으니 국민들이 할 말이 없다. 국민들은 거짓말하고 말 바꾸는 카멜레온 정치인을 가장 싫어한다.”
▶이 지사=“나중에 다른 분들 얘기 듣고 한꺼번에 답변하겠다”
기본소득 재원과 관련 “20%씩 가로등 예산을 일괄 삭감해봤는데, (시설) 보수에 문제가 없었다. 경직 경비도 감축 조정하면 예산을 마련할 수 있다”고 한 이 지사 발언에 대해서도, 박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수십 조원의 돈을 허투루 쓰고 있다는 거냐”고 따졌다. “(보편 지급하는) 기본소득제를 실시하면 누진세제가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문제가 있다”(양승조 충남지사) 등의 공격도 이어졌다.
김부선 스캔들 언급에…이재명 “제가 바지 한 번 더 내릴까요?”
정세균 전 총리는 배우 김부선씨와 이 지사의 스캔들을 문제 삼았다. 정 전 총리가 “해명 요구를 회피하고 거부하는 건 대선 후보로 부적절하다. '그 이야기 그만하자'고 했는데 스캔들에 대해 (할 말이 있나)”고 했을 때는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두 사람 사이에서 “제가 바지를 한 번 더 내릴까요. 어떻게 하라는 건지…”(이 지사)→“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정 전 총리)→“그 문제에 대해서는 더 할 말이 없다”(이 지사)는 식의 신경전이 오갔다.
“바지를 내려야 하느냐”는 이 지사의 발언은 2008년 여배우와의 풍문으로 곤욕을 치른 가수 나훈아씨가 기자회견에서 테이블에 올라 “내가 직접 보여줘야겠느냐”며 바지를 반쯤 내렸다가 올린 장면을 연상하게 하는 발언이다. 앞서 김부선씨는 2018년 이 지사의 신체 특정 부위에 있는 점을 실제로 봤다고 주장했고, 이 지사는 아주대병원에서 신체검증을 받은 후 의료진으로부터 “언급된 부위에 점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는 판정을 받은 적이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수도권과 비교해 지적한 것”이란 이 지사의 ‘영남 역차별론’ 해명에 대해 “진실한 해명이 아니다”라고 공격했다. 이 전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선 '국방과 질서 유지에 대한 경비를 최소한으로 줄이겠다'고 해놓고 이후엔 국방비 증액이 불가피하다고 한 점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지사가 “국방비 깎자는 게 아니라 부정비리를 최소화하자는 건데 일부 언론이 국방비 깎자고 썼다"고 답하자 이 전 대표는 “늘 ‘맥락을 봐라. 오해·왜곡’이라 하는데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 지사를 직격했다.
이재명 지원하며 이낙연 때린 추미애…李·秋 2차 연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이 지사 지원에 나섰다. 윤석열 전 총장을 언급하며 이 지사를 공격한 박용진 의원을 향해 “윤석열 후보가 말을 뒤집었던 건 간과하고 이 지사가 말을 뒤집는다고 하는 건 좀 과하다”고 나무랐다. “최대의 거짓말을 한 사람이 윤석열이다. 정책의 뭐가 이렇다고 짚는 건 모르겠지만 윤 후보를 데려와 이재명을 비판하는 건 원팀으로 가는데 안 맞다”는 이유를 댔다. 추 전 장관은 이 지사가 경직성 경비를 감축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서도 “재정개혁이 중요하다”며 측면 지원했다. “가로등 하나만 봐도 그런 예산이 나온다고 하면, 나라 전체 정부에서 관행적으로 쓰는 세밀하게 보지 못한 돈이 많이 있다”는 주장이다.
추 전 장관은 이 지사에 이은 당내 지지율 2위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를 집중 공격했다. “당 대표 시절에 기회가 있었는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약속하고도 마무리를 못했다. 너무 엄중하고 신중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고 따졌다. 이 전 대표는 “우정의 충고로 받아들이겠다”며 넘어갔다.
추 전 장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에 대해 이 전 대표가 반대했던 점 역시 문제 삼으며 언쟁을 벌였다. 추 전 장관이 “반대한 이유가 뭔냐”며 따지자, 이 전 대표는 “본인이 상처를 많이 받았고 대통령도 걱정됐다”고 답했다. 그러나 추 전 장관은 “당시 검찰개혁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거 아니냐. 윤석열의 저항을 의심 안 했나”며 이 전 대표를 재차 공격했다. “당연히 의심했다. 수사에 대해서도 여러 번 경고했다”고 이 전 대표가 답했지만, 추 전 장관은 “별로 기억나는 바가 없다. 판단이 잘못된 게 (재보궐) 선거 결과로 드러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