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동생 실종" 형 거짓말 밝힌 CCTV…형제는 40억 소송중이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중부경찰서 전경. 중앙포토

서울 중부경찰서 전경. 중앙포토

지적장애가 있는 30대 남성이 실종됐다. 신고는 지난달 28일 새벽 경찰에 접수됐다. 40대의 친형은 “동생이 연락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튿날 오후 형제의 운명은 미스터리로 돌변했다. 동생이 한강에서 시신으로 발견됐고, 형은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형제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경찰에 따르면 서울 중구에 사는 형 A씨는 지난달 28일 오전 2시 50분쯤 경찰에 신고했다. “지적장애 2급인 동생 B씨(38)가 영화관에 간다며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선 뒤 귀가하지 않고 있다. 전날 오후 3시에 집을 나가 7시쯤 마지막으로 통화한 뒤 연락 두절”이라는 게 신고 내용이었다. B씨는 결혼한 형의 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다고 한다.

실종 추적 중 CCTV에서 형 거짓말 드러나

사건은 실종 사건으로 접수됐다. 서울 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가 담당했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 당사자가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장애인인 데다 새벽 시간이라 가능한 인력을 모두 투입해 B씨 찾기에 나섰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B씨의 행적을 추적하던 경찰은 수상한 정황을 포착했다. 서울 동대문의 한 영화관에 갔다는 B씨의 자전거가 목적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을지로입구역에서 발견된 것이다. CCTV 영상에도 형의 신고 내용과는 어긋나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동생과 연락이 끊겼다”고 한 시간대에 두 사람이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감금→유기→?…형의 혐의 또 바뀔까

형 A씨가 거짓말을 했다고 본 경찰은 단순 실종이 아닌 것으로 보고 사건을 형사과로 넘겼다. 경찰은 A씨가 동생을 ‘감금’한 것으로 의심하고 지난달 29일 오후 경찰 조사를 받던 A씨를 긴급체포했다. 그런데, 동생 B씨가 강동대교 북단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경찰은 감금 혐의로 유기 혐의로 변경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동생의 사망 경위가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애인복지법(제59조의9)이 금지하는 유기(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장애인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 및 치료를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 혐의를 적용해 신병을 확보하려 한 것이다. 유기 행위의 법정형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2일 발부됐다.

경찰이 추가로 확보한 CCTV에는 A씨가 동생을 자신의 차량에 태운 뒤 경기 구리시 왕숙천 인근에서 멈추는 장면이 찍혔다. 이후 A씨는 다른 차량으로 갈아타기도 했다. B씨에 대한 부검 결과 1차 소견은 ‘사인 불명’이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A씨 상대로 B씨의 사망 경위를 더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4년 전 부모 사망, 40억 원대 유산 분쟁

경찰 조사에서 형제의 부모는 4년 전 교통사고로 숨졌으며 40억원가량의 유산을 남긴 정황이 파악됐다. 형제가 유산을 두고 재산 분할 소송을 벌였고 동생의 법정대리인이 외삼촌에서 최근 다른 사람으로 바뀐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유산 갈등이 동생의 사망과 관련돼 있는지는 더 조사해 봐야 한다.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때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가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