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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드라마에 일본 남성팬도 열광, 일 애니 ‘귀멸의 칼날’ 국내서 흥행 대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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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3호 08면

[SPECIAL REPORT]
최악의 한·일 관계 돌파구는?

지난해 일본 넷플릭스에서 한국 작품 시청 시간은 전년 대비 6배 상승했다. ‘2020년 가장 화제가 된 콘텐트’ 종합 랭킹에서는 톱10 중 한국 드라마가 다섯 편이 올랐다.〈표 참조〉 다큐멘터리 부문에서는 걸그룹 블랙핑크의 다큐 영화가 일본의 국민 아이돌 아라시의 다큐 영화 다음으로 2위를 차지했다.

한·일 대중문화 교류 활발 #넷플릭스 톱10 중 한국 드라마 5편 #블랙핑크 다큐 영화는 2위 인기 #MZ세대, 일 대중문화 거부감 적어 #일 소설·만화·애니·게임 등 즐겨

2002년 ‘겨울연가’로 시작된 한류 드라마 붐이 다시 온 것 같지만, 중장년 여성층이 ‘욘사마’에 열광했던 과거와는 양상이 전혀 다르다. 한류 팬이 세대와 성별을 불문하고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의 영향이 크다. 업계에서는 장기간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젊은 남성들까지 집에 머물며 넷플릭스로 시간을 보내다 ‘이태원클라쓰’ ‘빈센조’ 같은 비즈니스 드라마를 발견하면서 ‘한류 드라마는 여성이 보는 것’이라는 편견이 깨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내 한류는 문학으로 지평을 넓히고 있다. 젊은 여성 작가 김수현의 에세이집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가 23만 부(올해 3월 기준)나 팔리며 일본 내 역대 한국 출판물 판매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손원평의 소설 『아몬드』는 아시아권 소설 최초로 2020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 1위에 올랐다. 해외 문학이 잘 팔리지 않는 일본 출판시장에서 이례적인 현상이다.

만화 왕국 일본에서 우리 웹툰의 진격도 주목할 만하다. 카카오재팬의 웹툰 플랫폼 픽코마의 월간 이용자는 750만 명에 이른다. 픽코마 매출 1위인 ‘나 혼자만 레벨업’은 최근 일본에서 단행본으로도 출간돼 100만 부수 판매 기록을 세웠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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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K팝의 영향력은 세간에 알려진 것 이상이다. BTS는 지난 3월 일본 골든디스크 대상에서 8개 부문을 휩쓸고, 최근 일본에서 낸 베스트 앨범 ‘BTS, THE BEST’는 첫 주 78만 장이 넘게 팔리며 올해 오리콘 차트 첫 주 최다 판매량 기록을 세웠다. 7월 5일자(6월 21~27일 집계) 주간 앨범 차트에서도 3주 연속 정상을 지키고 있는데, 같은 차트에 세븐틴(2위), NCT DREAM(8위), 트와이스(9위), 엑소(10위)가 이름을 올렸다. 같은 주간 유튜브 차트에선 1위가 BTS의 ‘Butter’, 3위가 ‘Dynamite’, 4위가 트와이스 ‘Alcohol-Free’, 10위는 JYP의 일본 걸그룹 니쥬의 ‘Take a Picture’였다.

강태웅 광운대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는 “9월 일본판 ‘복면가왕’이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방송될 예정이고, 일본 아이돌 오디션 심사위원으로 나선 박진영이 ‘존경받는 지도자’로 언급될 정도”라고 소개했다.

한국에서는 게임과 만화·애니메이션 장르에서 일본 콘텐트가 선전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출시된 닌텐도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국내에 콘솔 품절 대란을 불러일으키며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지난 1월 27일 개봉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개봉 130일째인 지난달 5일 누적 매출액 200억원을 넘긴 올해 첫 작품(201억원)이 됐다. 열기는 출판으로 확산됐다. 4월 출간된 『귀멸의 칼날』 단행본 완결편인 23권은 교보문고에서 4주 연속 종합 1위를 기록했고, 예스24 상반기 결산에선 만화 베스트셀러 1위부터 25위까지를 한정판과 공식 팬북을 포함한 『귀멸의 칼날』 시리즈가 석권했다.〈표 참조〉

‘귀멸의 칼날’ 신드롬은 우익 논쟁을 내포하고 있기에 더욱 주목된다. 실제로 원작 만화부터 주인공 탄지로의 귀걸이 디자인이 욱일기를 연상시킨다는 논란이 지속돼 왔고, 논란을 반영해 수출용 극장판에선 귀걸이 디자인이 변경되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 탓에 업계에선 당초 10~20만 관객을 예상했으나, 20대(54%) 남성(57%)을 중심으로 ‘n차 관람’ 열풍과 함께 4개월 이상 장기 흥행하고 있는 것이다. 아사히 신문도 영화를 n차 관람하고 만화 전권을 구입했다는 20대 대학생의 “일본이라면 뭐든 싫다고 거부하는 자세가 옳은가. 문화를 즐긴다고 매국노가 되는 일은 없다”는 인터뷰를 소개했다. 강 교수는 “1998년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후 태어난 세대는 이전 세대가 느끼던 부담감이 없다”면서 “전통적으로 글로벌 콘텐트였던 일본 대중문화는 ‘노 재팬’을 비롯한 한·일 관계의 영향 없이 꾸준한 소비층을 확보해 왔다”고 분석했다. 이창민 한국외국어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는 “패스트 패션이나 맥주는 다른 것으로 대체가 가능하지만 독창적인 소프트웨어는 대체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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