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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서 불발된 문·스가 회담, 도쿄 올림픽 때 성사될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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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3호 11면

[SPECIAL REPORT]
최악의 한·일 관계 돌파구는?

한·일 관계 교착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정상 회동이 언제 성사될 수 있을지에 외교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양국 관계가 사상 최악이란 평가 속에서 더 늦기 전에 어떻게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다. 국제정치 사례를 보더라도 출구가 보이지 않던 두 나라의 대치 상황이 정상회담을 계기로 극적인 전환점을 마련한 경우가 적잖다. 그런 만큼 작금의 한·일 관계에서도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마주 앉는 게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최상의 방안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올림픽 계기 만나야” 여론 높지만 #일 “한국이 먼저 해법 제시” 완강 #개막식에 총리·장관 참석 가능성

현재로서는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은 여전히 크지 않은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미국 정부도 한·미·일 삼각 공조 복원을 내세우며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정부가 최근 미국의 입장에 호응하며 한·일 관계 개선에 전향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 비해 일본 정부는 “한국이 먼저 징용·위안부 문제에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완고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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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13일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도 양국 정상의 자연스러운 만남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무위에 그치고 말았다. 문 대통령이 회담장에서 스가 총리에게 두 차례 다가가 1분 정도 간단한 인사만 나눈 게 전부였다. 지난해 9월 스가 총리가 취임한 뒤 한·일 정상이 공식 석상에서 처음 대면했다는 게 그나마 유일한 소득이었다. 마이니치 신문은 “바이든 대통령도 G7 정상회의를 맞아 한·미·일 정상회의를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일본 정부의 입장이 워낙 강경해 이마저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정상회담 무산을 둘러싼 진실 공방도 치열하게 오갔다. 외교부는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했지만 일본이 이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20~30분 서서 얘기하는 형식의 약식 회담에 양측이 잠정 합의했다면서다. 일본도 문 대통령이 먼저 인사를 건네면 외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스가 총리 문답까지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는 처음부터 열린 자세로 일본의 호응을 기대했는데 갑자기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동해 영토 수호 훈련’을 이유로 회담에 응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한국군의 동해 영토 수호 훈련은 ‘독도 방어 훈련’으로 더 잘 알려져 있으며 1986년부터 매년 상·하반기에 진행돼 왔다. 일본 정부도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한국의 일방적인 주장에 유감을 표한다. 한국 측에도 항의했다”며 “정상회담은 스가 총리 일정 때문에 열리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아쉬움과 비난을 동시에 쏟아냈다. 문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한·일 관계의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지만 회담으로 이어지지 못해 아쉽다”고 밝혔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일본이 국내 정치용으로 자꾸 우리를 끌여들여 활용하고 있다고 본다”며 “계속 엉뚱한 소리만 하고 폄훼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게 불쾌하다”고 지적했다.

그런 가운데 양국 정가에서는 오는 23일 개막하는 도쿄 올림픽이 한·일 관계 정상화의 또 다른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018년 2월 평창 동계 올림픽 개막식 때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방한해 한·일 정상회담을 한 만큼 이번에 문 대통령이 답례차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할 경우 자연스레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요미우리 신문과 NHK 방송 등 일본 주요 언론들도 “양국이 도쿄 올림픽을 맞아 문 대통령의 방일을 조율 중”이라며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스포츠라는 비정치적 이슈를 계기로 삼을 경우 부담이 훨씬 덜할 것이란 분석도 곁들여졌다.

하지만 20일 후 ‘도쿄 회동’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무엇보다 스가 총리와 일본 정부의 입장이 요지부동이다. 가토 장관도 일본 언론의 잇단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국도 아무리 관계 개선이 시급해도 정상회담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방일할 수는 없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

그런 만큼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도쿄 올림픽이란 절호의 기회에도 불구하고 결국 문 대통령의 방일은 무산되고 김부겸 총리나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의 개막식 참석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아직 모든 가능성이 닫힌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개막식 직전까지 외교적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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